[조하준의 직설] 하태경이 부산을 떠난 까닭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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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느닷없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겠다고 선언했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그의 지역구는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 센텀시티와 마린시티가 있는 해운대구 갑이었다.(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9일 느닷없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겠다고 선언했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그의 지역구는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 센텀시티와 마린시티가 있는 해운대구 갑이었다.(출처 : YTN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9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 갑)이 내년 총선 때 서울에서 출마할 것이란 결심을 밝혔다. 하태경 의원의 이 같은 선언이 있자 주류 언론들은 마치 하 의원이 대단한 정치적 모범을 보인 것인 양 추켜세우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과연 하 의원이 정말로 부산을 떠나려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분석한 기사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왜 하태경 의원이 부산을 떠나려 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정말로 하태경 의원이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속사정이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가 어떤 곳인지부터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부산광역시는 총 15개 구와 1개의 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은 해운대구이다. 해운대구는 총 2개의 선거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동(1~3동)과 중동(1, 2동), 좌동(1~4동), 송정동이 갑구에 속하고 반여동(1~4동), 반송동(1, 2동), 재송동(1, 2동)이 을구에 속한다.

보통 우리가 흔히 떠오르는 해운대구의 이미지인 해운대해수욕장과 센텀시티, 마린시티, 영화의 전당 등은 모두 해운대구 갑에 속한다. 해운대구 을은 해운대구의 북쪽 내륙 쪽을 관할하고 있어 바다를 전혀 볼 수 없는 동네이다. 센텀시티와 마린시티는 부산의 양대 부촌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만큼 해운대구 갑은 굉장히 보수성이 강한 지역구이다.

해운대구 을에서는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이 당선되어 1번이라도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바 있지만 해운대구 갑에서는 단 1번도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이 당선된 적이 없었다. 민주당 소속 후보가 기록한 최고 성적이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유영민 후보가 기록했던 41.01%였다.

지난 8월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하태경 의원은 그대로 부산 해운대구에서 출마를 할 것이며 지역구를 옮길 생각이 없다고 한 바 있다.(출처 : MBC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8월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하태경 의원은 그대로 부산 해운대구에서 출마를 할 것이며 지역구를 옮길 생각이 없다고 한 바 있다.(출처 : MBC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런 점에서 볼 때 국민의힘 입장에선 부산에서도 대표적인 젖과 꿀이 흐르는 좋은 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태경 의원은 이 젖과 꿀이 흐르는 좋은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로 간다고 한 것인가? 과연 언론들의 말대로 당을 위해 봉사하는 차원에서 또 중진 의원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험지 출마를 자청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첫째로 하태경 의원은 지난 8월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구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는데 두 달 만에 갑자기 서울로 간다고 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두 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인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해운대구 갑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 경쟁자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검사 출신 변호사 석동현이란 인물이다. 이로 볼 때 하태경 의원이 당을 위한 솔선수범의 차원에서 지역구 변경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석동현에게 밀려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개 한국 언론들은 서울과 그 주변 수도권 지역 정계 위주로 보도가 되다보니 부산 등 다른 지방의 정계에 대해선 자세한 내막이 보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석동현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무려 40년 지기 친구 사이이기에 더욱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하지만 해운대구 갑에 얽힌 사연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에게 험지 출마를 강권하며 해운대구 갑에 출사표를 던졌던 석동현 미래통합당 예비 후보.(출처 : 새날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에도 부산 해운대구 갑에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 그 때 석동현 변호사는 하태경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수도권 험지 출마를 강권하는 피켓을 들고 연일 시위를 벌였다. 그 당시에는 하태경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해 해운대구 갑에 출마했고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도 석동현 변호사는 계속해서 해운대구에 사무실을 유지하며 해운대구 갑 출마를 노리고 있었다. 아직 총선이 2년이나 남은 대선 무렵에도 센텀시티 일대에 석동현 변호사의 사무소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사무소는 지금도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태우 후보를 무리하게 사면해 다시 공천한 것과 계속해서 한동훈 차출설이 불거지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 인사들과 자신의 최측근들을 국회에 심으려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심으려는 인사들은 영남이나 서울 강남권 등 양지에 출마해야지 험지에 출마하려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태경 의원은 계파 상 친윤계라고 보기 어렵다. 그 때문에 당 내에서 검사 출신이자 친윤계인 석동현 변호사를 해운대구 갑에 공천하기 위해 하태경 의원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엘시티 게이트의 주범 이영복 전 회장은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3억 원의 뇌물을 준 바 있는데 그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바로 석동현이다.(출처 : SBS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엘시티 게이트의 주범 이영복 전 회장은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3억 원의 뇌물을 준 바 있는데 그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바로 석동현이다.(출처 : SBS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러나 현재 대다수 언론들은 하태경 의원의 갑작스런 지역구 변경을 마치 당을 위한 중진 의원의 봉사인 양 추켜세우기 바쁘다. 해운대구의 속사정을 안다면 이런 일방적인 찬양 기사는 쓰기 어려울 것이다. 하태경 의원이 모범을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상황이다.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배경엔 용산 대통령실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그들의 계산이 과연 뜻대로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현재 해운대구 갑의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은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이다. 비록 지난 8회 지선 때엔 윤풍(尹風)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삽질로 인해 패배하며 낙선했으나 구청장 재임 기간 중엔 대한민국 자치발전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구정 여론이 준수한 편이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하태경 의원이 부산을 떠난 이유는 자의라기보다는 타의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그가 부산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그 자리에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친구 석동현을 꽂아넣기 위함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그걸 국민의힘과 기성 언론들은 ‘중진 의원의 모범’으로 포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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