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구청장에게 대패한 후 국민의힘이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거기다 든든한 울타리라 여겼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들도 서서히 윤석열 정부를 ‘손절’할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실명을 드러내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벌써 레임덕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조선일보는 김창균 논설주간의 〈이럴 거면 뭐 하러 용산 이전 고집했나〉란 제목의 칼럼을 실으며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이 칼럼을 살펴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나라 위상을 끌어올린 업적을 평가해주지 않은 표심이 야속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공(功)에 박수를 보낸 국민들조차 고개를 젓게 만든 과(過)도 만만치 않았다.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와 “어떤 사이냐”를 묻게 만드는 인사(人事), 이준석 전 대표와의 결별은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나경원, 안철수까지 폭력적으로 내치며 억지로 밀어 올린 김기현 체제, 홍범도 흉상 철거의 정당성을 주입하려는 이념 잣대 등이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 투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한다. 17%p 차 여당 완패는 대통령이 한 일에 대한 채점이 아니라,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반감의 산물이었다.』
즉, 직접적으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투표’ 및 ‘응징투표’였다고 직격한 것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 소통을 강화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이렇게 직격했다.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아니라 자신부터 달라지겠다는 다짐이다. 여권 개편으로 그 약속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싫은 말도 할 사람을 전면에 등장시키면 된다. 그런 불편한 선택을 해야 국민들이 “대통령이 바뀌려 하는구나”라고 기대한다. 꽁꽁 얼었던 민심이 그때부터 풀리기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항상 어떤 문제와 사고만 터지면 자신은 뒤로 쏙 빠지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꼬집은 것이다. 또한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이렇게 직격하고 나섰다.
『대통령 신념대로 새 정부는 취임 첫날을 용산 집무실에서 맞았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공간적 거리가 가까워지며 접촉 횟수가 늘어났는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의사 소통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에게 ‘59분 대통령’이라는 탄식 조의 별명이 생겼다. 한 시간 회의하면 대통령이 59분 동안 혼자 얘기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대통령이 화내며 고함친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온다. 그래야 참모들이 움직인다는 게 대통령 판단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강한 자기 확신은 상대방 입을 닫게 만든다. 그래서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 눈치만 살피다 성난 민심이 타오르는 보궐 선거판에 볏짚을 지고 뛰어든 것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관계가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상하관계이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눈치만 살살 보다가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뜻이다. 또한 이것은 이제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칼럼 말미를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제왕적 대통령 안 하려고 청와대를 탈출한다더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제왕적 국정 운영을 하는 역설을 목격 중이다. 그래서 너무나 궁금하다. 이럴 거면 무엇 때문에 집무실 이전에 그토록 집착했던 것일까.』
조선일보의 칼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굉장히 공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그들이 이런 공격적인 칼럼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제 그들도 윤석열 정부가 자력으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낼 능력도 희망도 없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리 민주 시민들에게 ‘계란판’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왔고 여전히 거대한 언론사이기에 그들은 누구보다도 촉이 빠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계속해서 비윤계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친윤계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도 수원시 병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용남 전 의원은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해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및 국민의힘 지도부 등 9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한 것을 비판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해당 만찬에 대해 “아니 선거 참패했는데 웃고 즐거워하는 건 안 맞잖아요?”라며 여전히 사태 파악을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그런 자리면 당 관계자는 참석을 안 시켰어야죠. 충분히 안 시켜도 되는 자리고.”라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또 김용남 전 의원은 한 가지 사항을 더 지적했는데 그것은 바로 연회장이었다. 김 전 의원은 “저게 청와대 영빈관이잖아요. 많은 국민들은 저 장면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저럴 거면 뭐 하러 옮겼어?’ 저거 청와대 영빈관이거든요. 누가 봐도 영빈관인 게 표시가 나요.”라고 지적했다.
즉, 행사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할 것 같으면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했느냐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실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시작부터 반대가 컸고 공사는 예정일보다 몇 달이나 지연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수의계약도 있었다.
용산 이전 명분은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것이었으나 정작 청와대 관광객 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영빈관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당위성은 사라지게 된다. 친윤계에 속하는 김용남 전 의원마저도 이렇게 비판을 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물론 자기 계파에 속하는 친윤계에서마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볼 때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레임덕에 돌입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특히 이번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이 무리하게 김태우 후보를 사면시켜 선거에 나갈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 가장 컸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패배 책임의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또한 이 선거는 이준석, 김종인 등 비윤계의 입김 없이 친윤계들이 단독으로 치른 선거이다. 그런 진검승부에서 보기 좋게 졌기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손절’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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