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했다. 전 날 윤핵관 중 한 사람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후 하루 만의 일이다. 장제원 의원의 갑작스러운 총선 불출마 선언에는 검찰발로 추정되는 일요신문 단독 보도 기사로 알려진 ‘쪼개기 후원’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많다.
즉,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 검사 출신 혹은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꽂으려 했는데 장 의원이 나가지 않고 버티니 검찰 캐비닛에 잠들어 있던 ‘쪼개기 후원’ 의혹 건을 풀어 쫓아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기현 대표의 총선 불출마에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한겨레 보도 기사를 참고하면 이것이 표면적으론 현 정부 실세의 ‘동반 후퇴’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대통령실·친윤계와, ‘대표직을 포기하고 총선엔 출마’를 원한 김 대표의 치열한 갈등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는 울산광역시 남구 을이다.
여권 핵심 인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1일 김 대표에게 ‘당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해달라’는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있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박 5일 간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이었다고 한다. ‘총선 불출마’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당 지도부·친윤·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이런 대통령실의 요구를 완강히 반대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통령실의 제안과 정반대로 ‘당 대표직을 포기하고, 지역구에 총선 출마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를 전해들은 윤 대통령은 격노한 상태에서 출국길에 올랐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김기현 대표는 11일 오후 2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의 혁신안을 보고받고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대표직은 유지한 채 적정 시점에 불출마를 선언하겠다는 의미’라 해석했으나, 실제 김 대표의 뜻은 그 반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고 총선 결과에 책임지고 물러날 수도 있는 당 대표’보다, ‘20년 지켜온 지역구를 지키면서 4년의 의원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총선 출마’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겨레 보도 기사를 계속해서 살펴보면 그 날 낮에 원조 윤핵관이라 꼽힌 장제원 의원이 김 대표에게 ‘2차 설득’을 했다고 한다. 그 때 장 의원은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구 불출마를 설득했으나 김 대표는 역시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장 의원은 저녁 8시 22분 페이스북에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불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튿날인 12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김 대표에게 불출마를 압박하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결국 김기현 대표 또한 13일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말았다.
이에 국민의힘 내 한 의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 입장에서는 지역구와 당대표 둘 다 지키고 싶었던 거 같은데, 결국 눈치를 보다가 떠밀리듯이 퇴진한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김기현 대표의 사퇴 및 총선 불출마 선언 역시 ‘윤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는 1995년 북구에서 분구된 이래 2012년 실시된 19대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그 1번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 정당이 승리한 지역구다. 비록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엔 계속해서 한 자리 수% 차로 당락이 갈릴 정도로 치열한 접전 구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보수세가 상당한 곳이다.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 울산 남구 을은 그보다 더해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은커녕 지난 21대 총선 때 박성진 후보가 40.11%를 득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까지 좀 더 넓혀 보면 2014년 재보궐선거 당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44.18%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따라서 울산에서도 보수세가 가장 강한 지역구라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캐비닛까지 동원해서 ‘윤핵관’이라 불린 두 사람을 바지 벗기듯이 내쫓은 셈인데 결국 이 자리에 검사 출신 혹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심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박근혜 씨가 과거 이런 식으로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했다가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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