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4일 시민언론 뉴탐사가 윤석열 정부가 한국자유총연맹과 민주평통 등 관변 단체들의 해외 지부에 대거 극우 성향 인사들을 심어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에 대해 보도했다. 헌법 기관인 민주평통자문회의에 태극기 부대로 활동했던 인물들이 대거 위원으로 선임되고 자유총연맹 해외 지부 회장으로도 선임되어 재외교포들의 사상, 정치 성향 등을 통제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가 여기에 가담한 사실 등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먼저 이 보도를 이해하기 위해선 민주평통자문회의가 어떤 단체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평통자문회의는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 정권이 만든 관변단체로 대한민국 헌법 제92조 1항에 “평화통일 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민주평통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인 셈이다.

민주평통자문회의의 의장은 현직 대통령이 맡도록 되어 있으니 현재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고 실질적인 사무를 처리하는 사무처장엔 윤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인 검사 출신 석동현 변호사가 역임하고 있었다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다. 그런데 본래 출마를 준비했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 갑이 아니라 갑자기 김웅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구 갑에 출마한다고 하며 지역구를 바꿨다.

민주평통자문회의의 자문위원 숫자는 2만 명이 넘으며 이 중 국내에 있는 자문위원이 직능대표와 지역대표를 포함해 약 1만 8,000명이고 해외에 있는 자문위원의 숫자도 4,000명이 넘는다. 그리고 자문위원의 임기는 2년이라고 한다. 그만큼 규모가 매우 크고 막강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 보조금 축소에는 혈안이 되어 있는 윤석열 정부인데 관변 단체들의 예산은 줄어들긴커녕 오히려 더 늘었다. 민주평통만 하더라도 2024년 예산이 2023년에 비해 9억 이상 더 늘어서 350억 원에 육박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20~30억 원 정도 더 많은 액수다. 뉴탐사 측에서는 2024년 예산이 9억 이상 더 증액된 것에 대해선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석동현 전 사무처장이 “민주평통에 ‘윤사모’ 회원을 등용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보도 기사 때문이었다. 작년 10월 14일 석 전 사무처장은 취임식에서 자문위원들을 현 정부 기조와 맞는 인물들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몇몇 분과위원장들이 석 전 사무처장 취임 이후 민주평통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고 일부 사퇴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9월 관변단체들로 하여금 관제데모를 사주한 사실이 더탐사 보도로 알려져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그 보도가 있기 한 달 전인 8월에 민주평통에 총선용 낙하산 인사를 내려꽂은 것이 논란이 된 바 있었다. 이 때문에 민주평통 내부에서도 강승규 수석을 낙하산 인사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 밖에 현직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인 이민석이 민주평통 청년분과위원장에 지명되기도 해서 논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리고 그 기사 속에서 이민석 시의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은 또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었다. 뉴탐사 박대용 기자는 “시민사회수석이 관변단체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더탐사 권지연 기자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민주평통이 3가지 키워드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 3가지를 ‘친윤’, ‘친일’, ‘색깔론’으로 정리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얼마 전까지 사무처장을 지냈던 석동현 변호사만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로 ‘친윤’이며 또 2019년 수구 목사 전광훈이 주도한 태극기집회에도 참석해 “나는 친일파가 되겠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으니 ‘친일’에도 부합한다.

경북지사 출신의 김관용 수석부의장 역시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동시에 윤석열 찬가를 부른 ‘친윤’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신 구국의 지도자”라며 항문이 헐 정도로 빨아대며 손발이 오그라들고 낯 부끄러울 정도의 윤석열 찬가를 불렀다.
이렇게 민주평통이 친윤 인사들로 도배된 사이 작년 초 최광철 민주평통 미주 지역 회장이 직무정지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최광철 회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맞지 않기에 부당하게 직무정지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에서 한반도 평화 법안 추진에 힘을 썼던 인물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대북적대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이라 법령에 의해서 모든 규정이 정해져 있는데 직무정지 규정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즉, 정당성이 없는 징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김관용 수석부의장을 상대로 고소를 했으나 경찰은 늑장 수사를 하다 결국 각하 처분을 내려버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표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무리한 ‘직무정지’의 정당성을 갖기 위해 뒤늦게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안 발의 이유에도 “그런데 위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그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음”이라 친절히 적혀 있다.
그리고 이 법안에 발의한 사람은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구 을), 정희용(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김희곤(부산 동래구), 김석기(경북 경주시), 조은희(서울 서초구 갑), 정경희(비례대표), 서일준(경남 거제시), 유경준(서울 강남구 병), 이용(비례대표), 노용호(비례대표) 등 10명이다.

하지만 이런 부당한 직무정지는 미주지역 최광철 회장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번이 제보자 X의 취재, 제보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평통의 뉴질랜드 지부 안기종 회장은 뉴질랜드 지역의 한인 언론사를 운영하는 인물이기도 했는데 그는 재작년 10.29 이태원참사 당시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 광고를 실어줬다는 이유로 해임됐다고 한다. 임기를 불과 8개월 앞두고 해임된 것이다.

분명히 광고 하단엔 “이 광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주장일 뿐,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합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처음엔 사무처도 문제삼지 않았으나 나중에 이 광고를 트집잡았다고 한다. 안기종 회장은 당시 사무처가 외부의 압력이 들어와서 사무처장도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의장이라고 해도 이런 처사는 심히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에 권지연 기자가 직접 민주평통을 찾아갔지만 즉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이후 민주평통 관계자로부터 자문위원 해촉은 법령이 정한 사유에 의거해 운영위원회 의결로 처리하며 안기종 뉴질랜드 지부회장의 해임은 해당 광고가 위원으로서의 품위손상과 통일자문회의 목적 달성을 위해 교체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권지연 기자가 당시 운영위원회 내용과 거기에 참석했던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했지만 민주평통 관계자는 회의 내용은 비공개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권 기자가 “아무리 의장이라고 해도 자신과 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촉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다”고 하자 그 관계자는 “상식적이란 것도 주관적이다”는 식의 어이없는 답변을 하며 즉답을 피하기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권지연 기자가 계속 취재를 이어간 결과 ‘어떤 한 사람’이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대통령실에도 뭔가 문제 제기를 하는 식으로 사실상 행동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맞지 않았던 기존 자문위원들 ‘숙청’에 앞장선 행동대장은 과연 누구인가? 그 사람의 이름은 손호현이란 인물이었다.

그 인물에 대해 뉴질랜드 교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평통 위원들은 과거 보안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니며 해외의 정보들을 국내 평통 본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녔던 인물이라 했다. 이런 말을 들어봤을 때 손호현이란 인물이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교민의 증언에 따르면 손호현은 작년 8월에 민주평통자문위원에 임명됐고 첫 행사 때에도 굉장히 극우적인 발언을 해서 발언을 중지당한 전적이 있었다고 한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민주평통회의에서도 민주평통과 자유총연맹은 하나라는 둥 같은 이념을 추구해야 한다는 둥 하는 발언을 해 또 제지당한 바 있다.
그 교민은 “지난 시절 교민 사회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던 사람이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거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선임되고 나서 이 뉴질랜드 교민 사회를 ‘극우 성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이 손호현이란 인물에 대한 증언은 여러 가지였지만 공통적인 건 극우 성향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란 것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을 윤석열 정부의 보안사, 보안부대원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뉴질랜드 교민들에 대한 사상검증을 해야 한다”는 극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자였다는 증언도 있었다. 그에 걸맞게 뉴질랜드 지부의 행사 내용을 뉴질랜드 민주평통위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한국의 민주평통 본부에 메일로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권지연 기자가 이 손호현이란 인물에 대한 이력을 찾아보니 그는 뉴질랜드 교민사회에서 공공연히 21대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떠들고 다닌 사람이었다. 또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뉴질랜드 순방 당시 반대시위를 주도적으로 열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또 그가 운영하는 카페엔 늘 태극기가 꽂혀 있는 점으로 볼 때 뉴질랜드 교민 사회에서 태극기 부대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인물로 보인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한국자유총연맹이 얼마 전 뉴질랜드 지부를 결성했는데 그 초대 회장이 바로 손호현이란 점이다. 뉴탐사 강진구 기자는 손호현이 안기종 전 민주평통 뉴질랜드 지부회장을 노렸으나 결국 실패하고 차선책으로 한국자유총연맹 뉴질랜드 지부회장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한국자유총연맹 뉴질랜드 지부 결성식에서도 손호현은 온갖 문제적 발언을 많이 쏟아냈다.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이 이승만과 박정희로부터 시작됐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포함해 지나친 반중 발언을 쏟아냈고 다른 나라들 중 유일하게 일본 총영사 부부만을 행사에 초청했다고 한다.

그 밖에 윤석열 대통령 찬양 영상을 상영하는가 하면 자유총연맹 뉴질랜드 지부 임명장 수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시계와 금일봉을 하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 있었던 제보자X가 그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후 권지연 기자가 이 손호현이란 인물과 전화 인터뷰를 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정치중립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이 민주평통이 윤석열 정부의 보안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을 지키지 않는 윤석열 정부를 국민이 지켜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 전개도 했고 석동현 전 사무처장과의 친분을 지나칠 정도로 과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헌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헌법 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윤석열 정부에 의해 빠른 속도로 정치적 중립성이 붕괴되고 있으며 극우 단체로 변질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국내 본부 뿐 아니라 해외 지부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미주 지역과 뉴질랜드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극우 목사 전광훈이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구성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대통령실 모 수석이 민주평통 해외 지부 인사들 대부분이 호남향우회 소속이라 재외투표에서 늘 민주당에 진다는 사실을 말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보인다.
즉, 극우 인사들을 관변 단체 해외 지부에 잔뜩 심어서 재외 국민들의 정치 성향과 사상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로 의심되는 현장을 뉴질랜드에서 제보자 X가 직접 확인해 뉴탐사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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