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틈 타 기습적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엔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의에서 유철환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부위원장 3명이 “처벌 규정이 없다”며 사건 ‘종결’ 처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권익위가 지난 12일 종결 처리한 이유 설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권익위는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은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고, 설사 관련성이 있다 해도 최재영 목사가 미국 국적의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갖다 붙였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찮다. 결국 권익위가 ‘김건희 방탄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겨레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권익위 전원위에서 유 위원장과 정승윤·김태규·박종민 부위원장은 “부정청탁금지법엔 공직자의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며 윤 대통령 부부 사건 종결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권익위가 전원위에 사전 제공한 참고자료에 담긴 것과 같은 논리다.
또한 이들은 처음부터 서울의소리의 해당 취재를 ‘공익 취재’가 아닌 ‘함정 취재’라고 못을 박으며 “이 신고를 받아주는 건 최 목사의 ‘함정 취재’를 용인하는 것”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있어 조사할 수 없다”는 등 시종일관 윤 대통령 부부를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한 위원이 명품백 등을 가리켜 ‘뇌물’이라고 하자, 부위원장 가운데 한 명은 “그런 말은 쓰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위 15명 가운데 13명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됐는데 이 중 유철환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다. 그 밖에 박종민 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법대 후배로 검사 출신인 정승윤 부위원장은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판사 출신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지지 모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 토론회에 참가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들 권익위 내 ‘친윤’들이 앞장서서 처음부터 이른바 ‘답정너’ 식으로 미리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 없음’이란 결론을 내놓고 종결 처리를 할 타이밍만 재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권익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사건 종결에 반대한 다른 위원들은 “부정청탁금지법의 공직자 등에 배우자도 당연히 포함되는데 왜 규정이 없다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또한 이들은 “김 여사의 알선수재죄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 “조사도 안 하고 종결하면 권익위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들조차 “그럼 이런 사건은 앞으로 조사를 안 할 거냐. (권익위가 조사를 안 할 거면) 다른 기관에 송부라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종결에 반대한 위원들은 권익위가 사전 제공한 참고자료가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한 위원은 “참여연대의 사건 신고 내용이나 언론 보도, 종결 논리 등만 나열됐을 뿐, 실제로 조사한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명품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자료의 설명에 한 위원은 “국빈 자격으로 공개적으로 받은 선물과 명품 가방은 다르다”고 지적했는데, 권익위 쪽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일부 위원은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들이 ‘눈치’ 볼 일 없이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권익위는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거수로 진행된 투표 결과 윤 대통령과 최 목사 사건은 종결 8표, 수사기관 송부 7표로, 김 여사 사건은 종결 9표, 수사기관 이첩 3표, 송부 3표로 종결 처리됐다.
한편 이에 대해 권익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종결한 것일 뿐, 다른 고려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들의 설명을 대다수 국민들은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게 표결에 참여한 위원들 다수 의견이었다고 밝혔으며 직무관련성이 없으니 윤석열 대통령은 신고 의무가 없다고 했다.
또한 설령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신고 안 한 게 문제는 아니라고 했는데 명품백을 김건희 여사에게 준 최재영 목사가 미국 국적의 재미교포이기 때문에 명품백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되고 신고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 순방을 나가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선물을 받으면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되는 것처럼 최 목사도 외국인이니까 같은 거라는 어처구니 없는 설명이다.
그 이유는 권익위가 핵심 당사자인 최 목사와 김건희 여사도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예(弓裔)처럼 관심법(觀心法)을 쓴 것도 아니고 권익위가 어떻게 직무 관련성을 판단했는지는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신년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박절하지 못했다, 현명하지 못했다는 발언으로 명품백 수수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권익위를 직접 항의방문해 "대통령 부부의 권익을 지키고 뇌물 수수의 꼼수를 알려주는 '부패 세탁소' 권익위는 이름을 '건희위'로 바꾸라"고 논평했다. 또 자당 홈페이지에도 ‘국민권익위원회=김건희권익위’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찍힌 사진을 박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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