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참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
29명이 사망한 참극, 제천화재 유족에게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충북도의회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여기서 충북의 지방정치 현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역으로 짚어가자면 충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가 지난 11일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조례안의 내용은 2017년 12월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이들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김영환 도지사가 지난 2월 제천시청에서 유가족을 만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금전 지원을 약속했고 김호경(제천2) 도의원이 관련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여기서 다양한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김영환 도지사는 유족에게 금전 지원을 약속한 이후 관련 조례 제정 등 도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이루지 못한 점이다. 같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다수인 도의회와의 협의 기간은 충분했다.
이는 그동안 김영환 도지사의 공약과 정책이 곳곳에서 부딪치는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김호경 의원이 발의할 당시 전체 7명 중 6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7명 중 조례안에 대해 찬성 3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누군가는 ‘예’라고 생각하고 ‘아니오’라고 답한 것이다.
표결을 앞두고 건소위 위원들은 ‘형평성’ 등을 문제 삼았고, 공동 발의에 대해 “동료 의원이 하는 것을 도와주는” 차원의 행위로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김영환 도지사와 도의회 간의 표면적 견해 차이가 아니라 재난에 대해 이들이 갖는 인식의 문제다.
제천화재는 물론이고 지난해 오송참사로 인해 뼈아픈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막연히 정치적 또는 일반적 사건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늘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고, 만약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재난 발생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일상의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
도지사와 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정치인들이 재난으로 인한 도민의 아픔을 그저 남의 일 구경하듯 건성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기득권에 절은 나쁜 정치다. 본인이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깊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방정치가 많이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발전했는지 묻고 싶다. 도민의 아픔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나쁜 정치로 도민을 우롱하면 안 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유가족을 두 번 울린 충북도와 충북도의회는 무엇이 옳은 길인지 다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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