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묘청과 명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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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사진 출처=명태균 페이스북)
정치 브로커 명태균.(사진 출처=명태균 페이스북)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8일 오전 10시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이 또 다른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역시나 충격적인 내용으로 얼룩져 있었다. 이미 몇 차례의 파일을 받아서 더 이상 놀라울 게 있겠나 싶었는데 매번 들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어 연방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 담긴 녹취록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이 있었다.

'백악산'이란 제목의 녹취록 파일을 들어보면 명태균이 대선 한 달 후인 2022년 4월 지인 A씨와의 통화에서 "아유~ 내가 뭐라 하데?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며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는데 힘을 쓴 사람이 자신임을 분명히 했다.

또 명태균은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 딱 잘보이데"라고 말했는데 종합해 보면 명태균 본인이 풍수지리적으로 청와대가 좋지 않으니 거기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반만에야 의문스러웠던 용산 대통령실 이전 배경이 풀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전까지 용의선상에 올랐던 사이비 무속인 천공도 풍수지리학 전문가였던 백재권도 아닌 명태균의 입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역시 8일 오후 노종면 원내대변인 명의로 낸 '‘청와대 가면 죽는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도 무속 조언한 명태균 씨,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명태균 씨는 어떤 존재였던 겁니까?'란 제목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무리한 용산 대통령실 이전 배경에 대해 "녹취에 나온 발언대로면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명태균 씨의 조언을 김건희 여사가 완벽하게 신뢰했고, 이 때문에 대통령실 이전을 서둘렀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직격했다.

또 이번 녹취록에서도 명태균이 "김건희 여사를 눈 좋은 앉은뱅이에 비유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무속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명태균 씨가 반복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눈먼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로 비유하고 강조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태균 씨의 무속적인 시각과 발언이 김건희 여사의 관심을 끌었고, 김건희 여사의 신뢰를 통해 국정 운영에 무속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 날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명태균을 가리켜 '대통령 경선 초기 잠시 도왔던 사람 중 한 명'이라 했지만 민주당은 "지금껏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명태균 씨의 녹취를 통해 설명되고, 윤석열 정권에서 제기된 국민적 의심이 명태균 씨의 입을 통해 해소되고 있다. 서로 다른 녹취에 담긴 내용이 모두 일관되고 구체적이다"고 지적했다.

아마 민주당의 논평 내용이 국민 대다수의 시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날 공개된 녹취록을 들어보면 결국 용산 대통령실 이전 배경에는 '풍수지리설'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단 '풍수지리설'이란 것 자체도 현대에선 '믿거나 말거나' 식의 비과학적인 요소지만 명태균이 검증된 풍수지리 전문가인지도 확인된 바 없다.

흔히 하는 말 중에 '반풍수'라는 말이 있다. 이 말 뜻은 '풍수지리설에 어지간한 지식이 있지만 완전하지 못한 서투른 풍수가'라는 뜻이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주도한 사람이 저 반풍수 명태균이었다는 걸 알게 된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한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국민의힘은 생각을 하긴 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한심하다.

고려 중기에 일어난 묘청의 난을 그린 역사 학습 만화. 당시 요승 묘청은 풍수지리를 들먹이며 서경에 대화(大華)세가 형성되어 있어 서경으로 도읍을 옮기면 금나라가 저절로 항복하며 천하 36개 나라가 조공을 바칠 것이라 감언이설을 퍼부었다.(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고려 중기에 일어난 묘청의 난을 그린 역사 학습 만화. 당시 요승 묘청은 풍수지리를 들먹이며 서경에 대화(大華)세가 형성되어 있어 서경으로 도읍을 옮기면 금나라가 저절로 항복하며 천하 36개 나라가 조공을 바칠 것이라 감언이설을 퍼부었다.(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 반풍수들이 설친 사례가 역사적으로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들자면 고려 중기의 요승(妖僧)인 묘청(妙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묘청은 풍수지리를 들먹이며 서경에 대화세(大華勢)가 형성되어 있으니 서경으로 천도를 하면 금나라가 절로 항복을 해올 것이요 천하의 36개 나라가 저절로 예물을 들고 조공을 바치러 올 것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이 서경 천도를 위해 묘청은 당시 고려 황제 인종(仁宗)을 상대로 몇 가지 사기도 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동강에 기름 먹인 떡을 던져 넣어 오색영롱한 빛이 나도록 한 다음 "용이 대동강에 침을 흘린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났다"고 속인 것과 하늘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며 역시 상서로운 징조라 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묘청 역시 반풍수였음이 드러난 이유는 서경 천도에 앞서 일단 건축하기로 했던 대화궁(大華宮)에는 화재 사건이 수시로 일어났고 인종이 서경에 행차할 때에도 온갖 천재지변이 발생해 천도에 찬성하는 여론도 쑥 들어가게 할 정도였다.

또한 당시 금나라는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송나라마저도 양자강 이남으로 밀어냈을 정도로 크게 창성하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려가 서경으로 천도한다고 해서 정말 금나라가 저절로 항복해올 것인지는 미지수다.

거기다 당시 동북아시아 정세는 고려-금-남송-서하 이 4개 나라가 4강 체제를 형성하며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어 어느 나라도 일방적으로 독주하기 힘든 시점이었고 더 이상 고려가 영토 확장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즉, 서경으로 천도를 한다고 해서 대륙 쪽으로 세력 진출을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묘청이 죽고 100년도 채 되지 않아 기존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형성하고 있던 저 4개 나라의 국력을 압도하는 몽골 제국이 출현했고 끝내 고려마저도 그 몽골 제국의 침략을 받았다는 점에서 볼 때 서경 천도는 오히려 독이 됐을 가능성이 높고 그 시기 즘에 머지 않아 다시 개경으로 환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묘청은 진짜배기 풍수지리 전문가였다기보다는 반풍수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려 중기에 일어난 묘청의 난을 그린 역사 학습 만화. 위 그림처럼 묘청은 풍수지리설 외에도 고려 인종 황제의 환심을 사고자 대동강에 기름 먹인 떡을 가라앉혀 "대동강에 용의 침이 떨어진 상서로운 징조가 펼쳐졌다."는 사기극까지도 벌였다.(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고려 중기에 일어난 묘청의 난을 그린 역사 학습 만화. 위 그림처럼 묘청은 풍수지리설 외에도 고려 인종 황제의 환심을 사고자 대동강에 기름 먹인 떡을 가라앉혀 "대동강에 용의 침이 떨어진 상서로운 징조가 펼쳐졌다."는 사기극까지도 벌였다.(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필자가 풍수지리를 잘 믿는 사람이 아니기에 청와대가 정말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좋은 입지인지 나쁜 입지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옮긴 용산 대통령실이 정말 길지(吉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 그곳이 길지였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절반도 채 못 지나서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임 대통령들 중에서 비교적 레임덕이 빨리 찾아온 사람을 꼽자면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씨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경우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패배 이후 레임덕을 맞았으니 최소한 취임 후 3년 4개월은 지난 상태였고 박근혜 씨 역시 2016년 20대 총선 패배 이후 레임덕을 맞았으니 역시 3년 2개월은 지난 상태였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아서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며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 상황까지 왔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레임덕을 맞은 사람은 윤 대통령 단 한 사람 뿐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과연 현재의 용산 대통령실이 풍수지리적으로 길지가 맞는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 개인의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나라의 입장에선 더더욱 의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이 겹쳐 일어나고 있다. 내적으로는 지속되는 물가 폭등과 그로 인한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고 외적으로는 윤 정부의 이른바 '가치 외교'로 인해 우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렇듯 국운이 기울어가고 있는데 과연 용산 대통령실이 길지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볼 때 명태균 역시 묘청과 마찬가지로 반풍수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비과학적 미신에 가까운 풍수지리를 믿으며 관저와 집무실을 무리하게 이전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세상에 그 이전을 주도한 사람이 검증된 풍수지리가도 아니요 그저 일개 반풍수였다면 더더욱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반풍수 명태균 때문에 한 번 옮긴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정권 교체 이후 다시 청와대로 환원하는 것 역시도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윤 정부 내내 청와대 관리 상태가 부실했던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국민 혈세가 이중으로 낭비된다는 것에 있다. 도대체 이 반풍수 한 사람으로 인해 몇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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