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윤석열 정부의 3년을 돌아보며 "전임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더욱 참담하고 무거웠다"는 심경을 밝히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를 조기에 진압하는데 힘을 써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 기념사에서 "대통령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 되었다.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3년이었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함께 공들여 이룩한 탑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나날이었다. 2차 세계 대전 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한 유일한 나라, 지난 8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라는 국민적 자부심이 무너졌다.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자긍심은 사라지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탄식과 우려가 커져만 갔다. 전임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더욱 참담하고 무거웠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3년은 그야말로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멈춰서고 뒷걸음질 쳤다. 대한민국의 국격은 무너져 내렸고, 국민의 삶은 힘겨워졌다"며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에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의 현황과 후퇴한 민주주의의 실태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 내내 악화되다 못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남북 관계와 계엄을 위한 위기 상황 조성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한 점, 역대 정부가 계승해 온 균형 외교를 파기하고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벌인 편협한 가치 외교 행태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모든 분야에 걸친 총체적인 국정 파탄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님을 보여준다. 집권 세력의 낡은 이념과 낡은 세계관, 낡은 안보관과 낡은 경제관이 거듭해서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초래해왔다는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었다. 민주화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시대착오적 일이 대명천지에 벌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수십년 전 군부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어둠의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세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12.3 내란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12.3 내란 사태를 두고 "방심하면 언제든지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늘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 역사의 반동을 막고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가짜뉴스와 그릇된 신념과 망상에 기초한 증오와 혐오, 극단의 정치가 국민통합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역사는 때로는 후퇴하지만 결국 전진한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경탄하는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며 국민들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내고 더욱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역대 민주당 정부는 역대 보수정권이 남긴 퇴행과 무능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다시 전진시켜내는 것이 운명처럼 되었다"며 "국민이 선택하게 될 새 정부가 국민과 함께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더욱 유능하게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퇴행과 전진을 반복해 온 역사도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시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설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역대 민주당 정부가 굳은 의지와 이어달리기로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개척했듯이, 평화를 지향하는 유능한 새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역사를 잇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를 기대한다"며 남북 간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한 첫 해인 2017년 당시에도 "거듭된 북한의 핵과 비사일 도발과 북미 간의 말폭탄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직면해 있었지만, 결국 남북 대화를 통해 전쟁의 위기를 평화의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고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했다.
아울러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선 윤석열 정부가 파기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아무 말처럼 내뱉는 핵무장론에 대해선 "위험한 주장"이라 일축하며 "북한의 핵 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며, 동북아를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 수 있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또 균형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균형외교는 안보와 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가 생존전략이다. 편중외교는 우리의 지정학적 조건을 치명적 약점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리석은 발상이다. 우리의 지정학적 조건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어 평화와 번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혜로운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긴밀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주변국들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의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한편, 호혜적인 경제협력과 민간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외교를 복원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하며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서둘러서 국익과 평화를 최우선에 둔 전방위적 외교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문 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위대한 우리 국민 덕분에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하며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고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국민과 함께 역사의 퇴행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 민주주의를 지킨 힘으로 더 굳건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경제와 민생이 다시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 뜨거운 민주주의 열정이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모여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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