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배대희 충남경찰청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를 비판하며 경찰 수뇌부를 직격하고 나섰다.
<굿모닝충청> 취재를 종합하면 배 청장은 6일 오전 9시 41분쯤 경찰 내부망 온라인게시판에 ‘초유의 비상계엄상태…우리 경찰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게시판은 전국 경찰들이 모두 볼 수 있다고 한다.
배 청장은 “절차와 내용, 실질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관여됨으로써 무언가 국가 비상상황을 획책했다는 의심을 들게 한 상황이 더럽게 기분 나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문민정부 이후 독재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경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황당한 비상계엄으로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괴감이 들고 무기력하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배 청장은 지난 3일 퇴근 후 일찍 잠이 들었다가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고백한 뒤 “처음에는 북한에서 사고를 쳤나 놀랐다가 다음 느낌은 황당이었다. 뉴스를 검색해본 뒤 ‘이게 비상계엄 선포 사유가 되나?’라고 생각했다. 다음 느낌은 ‘이건 아닌 것 같은데?’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헌법과 계엄법 등을 찾아보던 중 포고령 제1호를 봤다고 밝힌 뒤 ““집회 시위는 몰라도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 비상계엄은 행정사무와 사법사무에 대한 통제 밖에 할 수 없는데, 위헌·위법인 포고령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배 청장은 그러면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하기 위한 근거로 ‘자유’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석’이 나옴으로써 자유와 법치가 오염된 것 같아 더럽게 기분이 나쁘다”고 개탄했다.
배 청장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도 강조했다. 그는 “위헌·위법에 대해서 중립성을 이유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오히려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위헌·위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법치주의적 관점에서도, 경찰의 중립성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5년 만에 발령된 비상계엄, 저도 당시 어렸기에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갔고, 대부분의 경찰관들 그리고 지휘부들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비상계엄에 대응했던 우리 태도와 상황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경찰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북 의성 출신인 배 청장은 사법연수원 34기로, 2005년 특채로 경찰에 입성했다.
경찰 내 법률 전문가인 그는 경기 광명경찰서 형사과장을 시작으로 경찰청 혁신기획단,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 서울 금천서장, 서울청 수사심사담당관, 전북청 수사부장, 경기남부청 수사부장, 서울청 수사차장, 경찰청 수사 기획조정관을 역임하다 지난 8월 제37대 충남청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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