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지방의원 한 명이 드러낸 '국힘의 균열'

신뢰 잃은 정치인의 발언이라지만,
尹심에 중독된 여당 스스로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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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서 무너진다. 가장 약한 고리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종종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호는 가장 먼저 진실에 닿는다. (사진=대전시의회 사진 등 합성/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정당은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서 무너진다. 가장 약한 고리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종종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호는 가장 먼저 진실에 닿는다.

대전시의회 박종선 의원(국민·유성구1)이라는 정치적 비주류의 발언은, 격이 떨어지고 정치적으로 신뢰를 잃었다는 이유로 가볍게 소비될 수 있으나, 바로 그런 인물조차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야말로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위기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발언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발언이 터져 나왔다는 현실이 의미심장하다.

대통령 파면 이후 국민의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은 침묵했고,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했으며, 경선판은 윤심만을 쫓았다. 한때 ‘보수의 기둥’을 자처하던 이 정당은, 이제 내부에서조차 감당할 수 없는 붕괴를 마주하고 있다.

비상계엄 검토 문건이 드러나고, 국정연설이 무산되며, 야당과의 소통이 끊긴 상황에서도 이 당은 어떠한 견제도, 반성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 대신 충성 경쟁에 나섰고, 그 결과 4949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조기대선이 현실화 됐다.

이 와중에 박종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의 1호 당원이었고, 국정 마비와 탄핵을 불러온 데 대해 당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비상계엄과 같은 중대한 사안도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 상황에서 다시 대선 후보를 내겠다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당내에서도 고립돼 있었고, 지역 정치권에서의 평판도 썩 좋지 않다. 돌출적 언사로 주목을 받았고, 정치적 신뢰 또한 넉넉지 않다는 평가가 따른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 침묵을 깨야 할 만큼, 이 정당은 지금 무너지고 있다.

경선은 윤심 경합이 되었고, 지도부는 말을 바꾸며 여론만 살핀다. 당의 가치도, 철학도 실종된 채 ‘누가 더 충성했는가’를 놓고 다투는 이 현실 앞에서 박 의원의 발언은 최소한의 양심이자, 내부로부터의 거칠고 조악한 경고처럼 들린다.

그의 말은 곧 사라질 것이다. 신뢰를 잃은 정치인의 외침은 언제나 그렇게 묻힌다. 하지만 그 발언을 가능케 한 현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당이 무너지고, 정치가 실종된 자리에서 남은 것은 권력의 허기뿐이다.

“당신들의 정치에 책임은 있는가.”
이 물음은 박종선의 것이 아니다.
이제는 국민이, 유권자가, 그리고 역사가 그 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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