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열린공감TV에서 제작한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를 모티프로 한 영화 <신명>이 지난 2일 개봉했다. 워낙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라 손익분기점이 낮아 9일 현재 손익분기점을 넘은 상태인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흥행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전체적으로 영화 시나리오 구성은 다소 진부하고 조악했다는 평가를 감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열린공감TV와 정천수 씨 등에 대한 갖가지 논란들은 모두 배제하고 순수하게 해당 영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평론을 해보자면 우선 김건희 씨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인 윤지희(배우 김규리 분)는 오히려 고전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가 어떤 계기로 그런 사이비 무속에 빠져 들었고 또 어떤 계기로 악에 점점 물들어 추악한 탐욕을 부리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고 처음부터 '악녀'로 설정된 채 시종일관 악행만을 일삼고 분에 넘치는 탐욕을 부리는 평면적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윤지희 역을 맡은 김규리 씨의 연기력은 빛났으나 그를 뒷받침할 시나리오가 너무 빈약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 김석일(배우 주성환 분)의 경우 윤지희에 가려져 너무 비중이 낮았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벌어진 갖가지 사건사고들은 오로지 김건희 한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데도 윤지희 한 사람의 악행과 욕망에 대한 묘사만 지나치다 보니 정작 김석일의 악행은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매국 행태에 대한 묘사도 '음모론' 수준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가 뉴라이트 역사관에 경도돼 친일 매국 반역사적 행태를 보인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일본 군국주의 세력의 부활을 위해 그들과 결탁했다는 것 또한 일본 음양사들을 불러 '흑마술'을 부리며 우리나라에 암운을 드리운 것 등등은 '음모론'적 주장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김건희 씨가 무속에 심취했다는 것은 여러 증언과 정황들을 통해 사실인 것으로 보이나 그들이 심취한 무속이 일본식 무속인지 여부는 전혀 드러나지도 않았고 일본 무속 집단이 일본 극우 세력까지 연결되는 것은 다소 무리수에 가까운 묘사라고 보인다.
거기에 더해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는 이미 명태균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조선총독부와 연결 짓는 묘사는 더더욱 무리수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악행과 실정(失政)을 묘사하는 의도는 좋았으나 대다수 국민들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굳이 이런 무리수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오컬트 영화라고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3년 동안 직접 체험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그런 일본 음양사니 군국주의 세력을 들먹이는 것보다는 뉴라이트 세력들을 정부 요직에 포진하며 과거사 왜곡에 나서는 것들을 보다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즉, 그 뉴라이트 세력들이 일본 극우 세력들과 결탁해 친일 매국 행태를 벌였다는 묘사가 보다 사실적일 것이란 뜻이다.
또 결말부에서 정천수 씨 본인을 모티프로 한 것으로 보이는 열공TV PD 정현수(배우 안내상 분)와 소속 기자 2명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 것도 다소 생뚱맞다. 도대체 이들이 왜, 무엇 때문에 죽게 됐는지 개연성이 상당히 부족하며 이들이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는 걸 암시하는 복선이 거의 없다가 갑자기 죽기에 뜬금없다는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아마도 해당 장면을 볼 때 김건희 씨의 모친 최은순과 내연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충식 회장을 모티프로 한 김충석(배우 동방우 분)의 지시로 살해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자신들 약점을 캐고 다니던 탐사보도 기자들을 누가 한낮에 길거리에서 대놓고 살인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실제 그 '의문의 교통사고'를 사주한 사람이 김충석이 확실하게 맞는지의 묘사도 부실하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오히려 김석일-윤지희 부부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만 더 커질 뿐이지 자신들의 비밀이 영원히 묻힌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역시도 무리수에 가까운 부분이며 여러 영화 속 시나리오를 '복붙'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도 더한 무리수이자 비판을 받을 지점은 아마도 윤석열 정부의 생명줄을 완전히 끊어버린 사건인 12.3 내란 사태 관련 묘사라고 보인다. 12.3 내란 사태를 진압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들이 직접 그 밤중에 국회로 달려가 맨몸으로 계엄군의 진입을 막고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운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 당시 상황을 묘사한 것을 보면 윤지희가 떠받드는 일본 무속 세력에 맞서 '태자님'으로 묘사되는 한국 무당 등이 강력한 반대 굿을 펼쳤고 둘 사이가 비등하게 대립하다가 결국 일본식 굿을 하던 윤지희와 그 일본식 무녀들이 일제히 피를 토하고 쓰러지며 주술이 실패한 장면이 나왔다. 이는 국민들의 희생 역시도 '무속 대결'의 연장선으로 묘사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개봉 시기를 잘 맞춘 덕에 많은 인기를 끌었고 흥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영화의 기본인 시나리오적 측면에서 보자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악행과 실정을 모두 '무속' 하나에만 몰빵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상당히 빈약하다.
영화의 기본은 시나리오이고 시나리오에는 주제가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무리 다시 봐도 '김건희는 악녀'라는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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