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노동계와 보수 정치권 사이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파업했다는 이유로 수억 원대 손해배상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야말로 반헌법적”이라며,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책임을 무한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말할 권리와 단결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기계 부속처럼 노동자를 소모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절박한 호소도 나왔다.
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원청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간접고용 노동자도 교섭 대상에 포함되도록 사용자 범위를 명확히 하고,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일정 범위 제한해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미 유럽 주요국에서는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이상민)은 이를 “기업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하용 대변인은 지난 달 30일 논평을 통해 “하청 근로자들의 교섭 요구에 원청이 응해야 하고, 불법 파업에도 면책이 가능해진다면 누가 기업을 운영하겠는가”라며 “노란봉투법은 국가경제를 나락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소수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가 사업시설을 파괴한 적도 없고, 교섭 요구는 사용자의 책임이 명확할 경우에만 하는 것”이라며 “실체 없는 공포 마케팅이 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긴장 국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우선 상정하고, 방송3법과 상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로 넘긴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했지만, 노란봉투법은 단일 법안이기에 24시간 이후 표결 종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번 회기 내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허영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법 2·3조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입법”이라며 “더는 미뤄선 안 될,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함께 쟁점이 된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구조를 정치권 중심에서 시민사회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구조 개혁”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야당의 방송 장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대전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는 결코 지역만의 외침이 아니다”라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입법이 외면하는 현실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득권의 편의와 권리의 회복 사이, 국회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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