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였던 경찰국이 2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누군가는 단순한 조직 정비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찰국의 소멸은 '검찰공화국'으로 상징되던 권력 구조의 균열이자, 치안 권력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둘러싼 국가 철학의 전환점이다. 이 조용한 해체는 경찰을 권력의 부속으로 만들려 했던 기득권 정치와의 결별이며, 동시에 대한민국 치안체계가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서막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경찰국을 폐지하는 직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신설된 경찰국은 단 두 해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당초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국민적 합의나 입법적 정당성을 거치지 않은 채, 시행령 개정이라는 편법을 통해 강행된 조치였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퇴행이었고, 민주경찰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시대착오적 폭거였다.
경찰국은 단지 하나의 부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윤석열 정권이 어떤 국가를 구상하고 있었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대통령실은 행안부 장관이라는 '정무직 필터'를 통해 고위 경찰 인사와 정책을 직접 통제하고자 했다. 검찰 출신 인사들로 채워진 권력의 상층부는 경찰조직을 정치적으로 길들이고, 나아가 수사권과 정보권을 분산시키려는 모든 흐름을 차단했다. 그 결과, 전국의 총경들은 자발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항의했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이라는 보복성 조치가 뒤따랐다. 이러한 장면은 한때 '민주경찰'을 외치던 나라의 어두운 이면이었다.
이제 경찰국은 사라진다. 하지만 폐지 자체가 개혁의 완결은 아니다. 그것은 시작이며, 회복을 향한 선언에 가깝다. 이번 조치는 단지 조직의 폐쇄가 아니라, '자치'라는 헌법적 가치의 회복이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의 복원이다. 특히 대전처럼 행정수도권 인근의 광역도시에서는 자치경찰제의 실효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던 자치경찰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려면, 지방정부와 시의회의 정치적 책임 또한 무겁게 작용해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여전히 절반짜리다. 시·도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예산과 인사권은 경찰청에 묶여 있다. 실질적 자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자치경찰은 또 다른 행정의 허울에 불과하다. 경찰국 폐지는 바로 이 지점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계기다. 단순히 중앙 통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시민이 참여하는 치안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묻는 첫 질문인 셈이다.
검경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어렵게 이뤄낸 검경수사권 분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잇따른 후퇴를 겪었다. 수사권 조정의 철학은 흐려졌고, 검찰의 직접수사는 되살아났다. 이번 경찰국 폐지는 그 흐름에 제동을 거는 조치이며, 수사구조 개혁의 방향성을 다시금 복원하는 신호탄이다. 권력기관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도구여야 한다는 가장 단순한 민주주의 원칙이 다시 돌아오는 중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자치경찰제를 실질화하고, 검경개혁을 다시 추진하며,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대전처럼 지방분권과 수도권 균형발전의 중간 지대에 놓인 도시는 더욱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자치경찰이 실효를 가지려면, 지역 정치와 시민사회, 언론이 함께 감시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자치이고, 진짜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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