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노준희 기자] 조금 뒤 시댁 식구들도 왔다. 아기의 배냇저고리를 뒤집어 보더니, 남편의 누나는 ‘열 손가락이야!’라고 외쳤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다섯 손가락인 것이, 시댁 식구들에게 얼마나 큰 걱정거리였을지를. 그래서 아들이 더 고마웠다.
-본문 중에서-
‘혼자서는 몰랐던 일들(부제: 장애를 넘어 멘토가 되기까지)’을 출간한 정은경 작가는 한쪽 손이 없는 장애인이다. 하지만 그가 경험한 세상은 혼자 알아서 극복한 세상이 아니라 함께해서 더 단단해지는 삶이었다.
다섯 손가락으로 살아온 저자는 결핍을 제약이 아닌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혼자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과 배우며 성장했다. 어머니의 말 한마디, 남편의 조언, 아들의 손길은 모두 그의 삶을 지탱한 배움이었고, 지금은 그 배움을 다른 이들에게 건네고 있다.
그는 꾸준한 경험과 도전이 성장의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좋은 멘토와의 만남, 가족의 지지, 그리고 친구와 동료의 협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며 멘토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나 또한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담으로 잔잔히 전한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협력의 힘을 통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애를 특별한 문제가 아닌, 서로의 다름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러한 사회가 우리 모두의 성장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지를 말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자세한 내용을 담은 출판기념회가 21일 오후 3시 천안 인생극장에서 펼쳐진다. 인생극장은 그가 삶을 꾸려간 일터로 많은 시간을 함께한 공간이다.
정 작가는 “다름을 받아들일 때 성장의 길이 열린다. 또한, 함께할 때 삶은 더 단단해진다”며 출판기념회를 통해 그가 경험한, 그가 발견한 삶의 행복 버튼을 같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을 출판한 나녹출판사는 가족과 멘토에게서 얻은 지혜, 강사로서 현장에서 쌓은 경험, 그리고 사회 속 편견을 넘어선 여정이 한데 모여 있다고 평했다. 차이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사회가 왜 필요한지, 경쟁과 고립이 깊어지는 시대, 이 책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정 작가는 한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웹 3.0과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세계에 입장했을 때 처음으로 열 손가락을 가진 자신의 아바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고자 인생극장에서 다양한 만남과 공연을 기획하며 ‘미비콘TV’ 채널을 통해 희망과 성장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현재 동기부여·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며, 영화 감상을 통해 치매 예방과 세대 통합, 정체성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인생 한 컷 토크 한 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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