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매년 10월, 충남 예산군의 중심이 들썩인다. 예산상설시장 일원이 하나의 큰 무대로 변하는 ‘예산장터 삼국축제’ 때문이다.
여기서 삼국이란 군의 대표 볼거리와 먹거리인 국화와 국밥, 국수를 말한다.
민선7기 시절인 2017년 처음 개최된 축제가 올해로 9회를 맞이했다. 오랜 세월 지역민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장터의 정서를 되살리고, 관광객에게는 예산의 매력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자리다. 올해는 제22회 예산사과축제와 함께 열려 풍성함을 더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부터 나흘 간 열린 축제는 겉모습의 화려함에 비해 내실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다. 지역 대표 축제의 정체성을 다시 점검할 때다.
국화, 국수, 국밥에 사과까지 어우러졌지만 2개의 축제가 따로 노는 인상마저 남겼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은 먹거리의 빈약함이었다. 지난해보다 자체 먹거리 부스가 줄어든 것.
군은 기존 상권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3년간 축제 운영에 큰 도움을 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이탈에 따른 여파로 보인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자 역시 같은 아쉬움을 느꼈다.
먹거리존은 테이블 20여 개가 조명 아래 놓였을 뿐 다소 썰렁했다. 버스킹 무대나 지역 청년 공연팀의 참여가 있었다면 공간의 생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일부 방문객이 먹거리존에서 흡연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축제의 격조를 떨어뜨리는 장면이었다.

가수 공연 등은 다른 축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유명 가수의 공연은 축제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축제의 본질은 ‘관광객을 위한 쇼’가 아니라 ‘지역민이 주인공이 되는 장’이어야 한다. 단순한 흥행 이벤트로 소비된다면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 삼국축제는 예산이 가진 문화적 자산을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다.
올해는 백종원 대표 없이 홀로서기에 나섰고, 일부 가능성도 확인했다.
하지만 삼국을 풍성하게 풀어갈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내 국밥 상인들을 한데 모아 ‘예산 국밥존’을 조성하고, 스탬프 투어를 열었다면 지역 상권과의 연계 효과가 컸을 것이다.
‘국밥 명인 선발대회’나 뜨거운 국밥을 제한된 시간 내 식혀 먹는 ‘국밥 빨리 식히기 대회’ 등도 마련됐다면 좋았을 것 같다.

국수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부족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수 팝업부스가 운영됐지만, 그게 전부였다. 전통 누름틀을 이용한 ‘면 뽑기 체험’, ‘면치기왕 선발대회’ 등도 충분히 열 수 있다.
특히 거대한 국수 그릇에서 면을 비비는 ‘1000인분 국수 퍼포먼스’ 같은 이벤트가 열렸다면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했을 것이다.
가령 매년 고추·구기자축제를 열고 있는 청양군의 경우 대형 겉절이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화 조형물 역시 매년 재탕 수준을 벗어나, ‘국화 포토존 투어’나 ‘국화 화분 만들기 체험’ 등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삼국축제는 이미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는 ‘규모’보다 ‘품격’을, ‘흥행’보다 ‘내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군과 주민, 예술인과 상인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예산의 가을은 비로소 진정한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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