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들의 식당 '대청호 들깨'를 아시나요?

무농약 들깨 재배로 꿀벌 밀원작물 제공...상수원 보호
농가소득 증대·신규 일자리 창출·건강한 먹거리 생산 
'깨끗한 물' 공급은 생물 다양성 보존의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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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윙윙 꿀벌식당'(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대청호 윙윙 꿀벌식당'(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굿모닝충청 이동우 기자]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2020년 8만 통에 이르던 제주도의 꿀벌 개체 수는 2024년 5만 6600여 통으로 32.3% 줄었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꿀벌 개체 수가 40% 줄었다는 보도도 있다.

꿀벌은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꽃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과, 배, 수박, 딸기 등 주요 작물이 꿀벌에 의해 수분 된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 생산량이 줄고, 이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대청호 윙윙꿀벌식당’은 기후 위기로 사라지는 꿀벌과 상수원 보호구역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탄소중립 ESG 프로젝트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와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해유)이 협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했다. 

‘꿀벌식당’은 사람에게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대청호 주변에 꿀벌이 좋아하는 들깨를 심어 꿀벌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들깨는 꽃에 꿀이 많아 꿀벌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밀원작물이다. 뿌리를 잘 내리고 자생력이 강해 관리가 수월하다. 고소한 들기름을 생산하는 원료이기도 하다. 

들깨가 밀원작물이 되려면 농약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농약은 꿀벌의 산란과 비행을 교란한다. 농약에 노출된 꿀벌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게 된다. 

‘대청호 윙윙꿀벌식당 주민학교’(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대청호 윙윙꿀벌식당 주민학교’(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수자원공사와 해유는 무농약 들깨 재배를 위해 대청댐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와 꿀벌의 관계, 밀원식물의 중요성, 무농약 들깨 농사와 친환경 토지 관리 등 본격적인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대청호 윙윙꿀벌식당 주민학교’를 먼저 운영했다.

주민학교는 총 4회 운영됐으며, 12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주민은 “꿀벌이 들깨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주민학교에 참가한 농민 14명이 ‘윙윙 꿀벌식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해유’에서 주변 토지를 임대해 7600㎡의 밭을 조성하고, 주민들도 1만8000㎡의 밭에 들깨를 심었다.

들깻모는 충남 홍성의 농업회사법인내포(주)에서 구매했다. 대청호 농부들은 농약을 치지 않기 위해 손으로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으며 정성껏 들깨를 재배했다. 토지를 임대해 심은 들깨밭은 인근 주민을 ‘매니저’로 고용해 관리하도록 했다.

들깨꽃을 찾아온 꿀벌(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들깨꽃을 찾아온 꿀벌(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깻잎이 무성해지고 들깨꽃이 만발한 9월이 되면서 꿀벌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대청호 주변 양봉 농가에서 날아온 꿀벌들이다. 미호동 윙윙꿀벌식당을 담당한 오인세(74세) 매니저는 “예전에 들깨 농사를 지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윙윙꿀벌식당에 찾아온 꿀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꿀벌들이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대청호 주변의 ‘윙윙 꿀벌식당’은 ‘꿀벌’들이 줄지어 찾는 ‘맛집’이 되었다. 월동을 준비하는 꿀벌들에게 가을철 들깨꽃은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밀원작물이다. 가끔 인터넷 등을 통해 ‘꿀벌식당’을 알게 된 시민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느냐”라며 들르기도 하지만, ‘꿀벌식당’의 취지를 설명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윙윙 꿀벌식당’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수자원공사는 ‘꿀벌식당’ 운영을 위한 교육과 운영비, 인건비 등을 지원했고, ‘해유’는 ‘꿀벌식당’에 참여할 주민을 모집하고 들깨를 심고 관리하고 수확했다. 주민들은 뜨거운 여름에 땀 흘리며 풀을 뽑고 벌레를 잡으며 들깨를 재배했다.

지역 농가의 수익 증대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해유’는 올해 수확한 1100kg 가량의 들깨를 1kg당 1만8000원에 전량 수매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1만5000원)보다 3000원 높은 금액이다. 수확한 농산물을 시중보다 높은 가격에 전량 수매한다는 것은 농민들의 충분한 참여 동기가 됐다.

‘대청호 윙윙꿀벌식당’에서 생산한 들깨는 ‘대청호를 찾아온 꿀벌들의 고소한 들기름’이라는 상표로 판매된다. 지난해 제조한 들기름은 대전의 갤러리아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됐다.

들기름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력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들기름을 가공하는 농업회사법인내포(주)는 연간 전기사용량을 계측해 ‘해유’가 인증하는 미호동 주민REC를 구매했다. 미호동은 100여 가구 중 66가구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였으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발전·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REC 판매는 주민들의 또 다른 수익원이 된다.

들깨 심기에는 시민참여단과 지역주민, 수자원공사 직원 등 60여 명이 참가했다.(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들깨 심기에는 시민참여단과 지역주민, 수자원공사 직원 등 60여 명이 참가했다.(사진:수자원공사 제공/굿모닝충청=이동우 기자)

대청호 윙윙꿀벌식당 프로젝트는 꿀벌들에게 먹이인 밀원작물 공급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한 연구과제도 진행한다. 꿀벌에게 안전한 물 공급이 왜 중요한지, 현재 문제점이 무엇인지, 개선점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에 참여한 국립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도윤호 교수는 “물은 가수분해와 먹이 제조, 수분 균형 유지, 군체 내부 온도 및 습도 조절 등 꿀벌의 다양한 생리 활동에 핵심적 자원”이라며 “깨끗한 물의 안정적인 공급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의 실질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는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한 기능과 관리 모듈을 탑재한 설계와 시제품 개발, 대청호 윙윙꿀벌식당 주변에서 프로토타입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람에 이어 꿀벌에게 건강한 물을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윙윙꿀벌식당’은 꿀벌 보호, 청정 상수원 보호, 농가 소득 증대, 신규 일자리 창출,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청호를 찾아온 꿀벌들의 고소한 들기름
대청호를 찾아온 꿀벌들의 고소한 들기름

한국수자원공사 손동완 대청댐지사장은 “댐 주변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지역과의 상생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실행한 것”이라며 “지역 주민 일자리와 소득 창출, 로컬브랜드 개발 등 단순한 재정지원을 넘어 주민참여형 탄소중립 ESG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해유’ 양흥모 이사장은 “윙윙꿀벌식당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지역을 살리는 실질적인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윙윙꿀벌식당 프로젝트는 국제 지역사회 혁신 프로젝트 Change-X에 선정되어 부산, 인천에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 기업과 단체, 뉴욕대에서도 견학을 오는 등 탄소중립 체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수자원공사는 ‘윙윙 꿀벌식당’ 사례를 전국의 주요 댐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검토 중이다.

‘윙윙 꿀벌식당’이 ‘성심당’을 넘어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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