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불위호성' 앞에 있는 '불려호획'
[김선미의 세상읽기] '불위호성' 앞에 있는 '불려호획'
이장우호의 저돌적이고 독선적 이미지…시정 운영에 우려 자아내
최악과 최고 리더, 즉흥과 단견 vs 미래 내다보는 통찰력과 판단력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3.01.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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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여러 사업 구상과 계획을 숨 가쁠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자료사진: 대전시 제공/ 굿모닝충청=김선미 편집위원)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여러 사업 구상과 계획을 숨 가쁠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자료사진: 대전시 제공/ 굿모닝충청=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여기, 리더의 4가지 유형이 있다. 

①부지런하고 머리 나쁨 ②게으르고 머리 나쁨 ③부지런하고 머리 좋음 ④게으르고 머리 좋음. 당신이라면 어떤 유형을 최악과 최고의 리더로 꼽겠는가.

부지런과 게으름, 머리 좋고 나쁨의 4가지 조합의 리더 구분법

아마 많은 이들이 최악의 리더로는 ②번을 꼽지 않을까 싶다. 머리가 나쁘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지 리더가 게으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상 리더의 게으름은 죄악시 된다.  

그렇다면 최고의 리더는 ③번? 머리가 좋은데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아랫사람으로서는 리더의 보폭과 지시를 따르느라 정신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고의 리더는 아니다.

가장 최악은 ①번. 능력이 안 되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안 따라주는 머리로 여기저기 사고만 부지런히 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뒤치다꺼리는 아랫사람들의 몫으로 아랫사람에게는 죽을 맛인 리더다. 

최악의 조합, 부지런하고 머리 나쁜 사고 다발 치다꺼리는 아랫사람 몫 

그렇다면 최고의 리더는? 의외로 ④번을 꼽는다. 부지런하고 머리 좋은 리더가 아니고, 게으른 리더라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모든 일을 시시콜콜 세세하게 챙기고 지시하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은 장점도 있으나 못지않게 복병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랫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리더의 입만 쳐다보게 된다. 

바람직한 리더는 유능함은 물론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판단력으로 큰 줄기를 제시하고 아랫사람들의 창의력과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함께 목표를 이루도록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으르고 머리 좋은 ④번을 최고의 리더십으로 치지 않나 싶다. 

최고 리더, 게으르고 머리 좋은 의외의 조합 행동에 앞서 깊이 생각 

여기서 게으름은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을 실행하기에 앞서 충분히 그리고 깊이 생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갖는다는 얘기이다. 

미래세대와 현재 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가 크고 넓을수록 숙고의 시간도 길어져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해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말이다. 

어디선가 읽은 게으름과 부지런함, 머리 좋고 나쁨을 조합한 리더의 4가지 구분법은 너무 그럴듯해 시쳇말로 빵 터지게 한다. 

또한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하기에는 언중유골이라고 현실을 직설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치게 한다.

농담처럼 이야기되지만 언중유골, 우리 주위에 있는 여러 유형의 리더 풍자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여러 사업 구상과 계획을 숨 가쁠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이 시장은 의정 활동과 시장 후보로서 평소 대전 시정에 관해 나름 많은 관심과 다양한 구상을 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밖에서 보는 시정과 행정수장으로서의 시정 운영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접근부터 전혀 다르고, 당연히 달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민선 8기 이장우호는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밖에서 보는 시정과 행정수장의 시정은 전혀 다른 차원

가장 큰 우려는 저토록 다양하고 방대한 정책과 사업들에 대한 충분하고 심도있는 사전 검증과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하는 점이다. 

짧은 시간 내에 형식적으로 진행된 허약하고 부실한 검증을 근거로 밀어붙일 경우 정책 혼선과 세금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으로는 스마트하지 않은 여전히 성장과 발전을 앞세운 대규모 토건 사업, 시설 확대, 산하기관 설립 등 외형적인 양적 팽창에 치중하는 것 역시 재고가 필요한 지점이다. 

행정 수장은 아이디어 수준의 생각과 말을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 던지는 몽상가가 아니다. 행정을 개인적 버킷리스트 실천하듯 내 생각과 내 주장대로 밀어붙이는 독선 역시 경계할 부분이다. 

행정은 개인적 버킷리스트가 아니다, 성급한 결정 후대에 짐 될 수 있어

이 시장은 신년 시무식에서 공직자들에게 “아무리 좋은 결정을 하더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룰 수 없다.”며 “‘불위호성(佛爲胡成)’의 자세를 갖고 뜨거운 열정으로 일류도시 대전을 위해 함께 뛰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시장이 강조한 ‘불위호성’은 서경 태갑 편에 나오는 ‘불려호획(弗慮胡獲) 불위호성(弗爲胡成)’에서 유래한 글귀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어찌 얻을 수 있으며, 행하지 않고 어찌 이룰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숙려단행(熟廬斷行)이 있다. “충분히 생각한 뒤에 마음먹고 과감하게 실행한다”라는 의미다. 

이 시장의 독선적이다시피 한 성급한 결정들이 후대에 짐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뛰고 난 뒤의 생각이 아니라 뛰기 전 몇 수 앞 내다보며 충분히 생각해야

사진= 김선미 언론인
사진= 김선미 언론인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수장이라면 뛰고 난 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충분히 생각한 뒤 뛰어야 한다. 

이 시장 자신도 무모함을 장착한 독선적이고 편협한 리더로 남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새해, '불위호성’의 자세도 물론 필요하지만 한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에게는 못지않게 신중함과 진중함도 요구된다. 

조급하고 섣부른 행동에 앞서 깊이 생각부터 하는 ‘불려호획’이 '불위호성’ 앞에 전제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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