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런던 가서 보는 것 보다는 싸잖아"
[김선미의 세상읽기] "런던 가서 보는 것 보다는 싸잖아"
지역 공연문화 지형도 바꿔 놓은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중부권 최대 공연장 넘어 대한민국 핵심 공연장으로 자리매김
국내외 최고 수준의 공연과 더불어 지역예술인들과 동반 성장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3.03.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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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 '지젤'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그래도 비행기 타고 런던 가서 보는 것 보다는 싸잖아.”

사이먼 래틀이 지휘봉을 잡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 런던심포니 연주회가 있던 날. 대전예술의전당 로비에서 들려온 한 젊은 커플의 대화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티켓값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여자친구의 볼멘소리에 남자친구의 답변은 명쾌했다. 

세계적 공연장처럼 대전예당이 써나갈 30년, 50년, 100년 후의 역사

나 역시 속으로 “그렇지, 그렇지, 런던 가는 것 보다야 비교 불가능하게 훨씬 덜 들지...”라며 맞장구를 쳤다. 

더구나 각각 연주에 나서도 그 자체로 화제가 되는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오케스트라의 조합이라니, 설령 런던에 간다 해도 만난다는 보장이 없는 조합이 아닌가.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이 아니었으면 런던심포니를 대전에서 만날 수 있었을까? 

파리오페라발레 ‘지젤’, 리카르도 무티 & 빈필하모닉, 로린 마젤 & 뉴욕필하모닉, 라자 베르만, 안드라스 쉬프, 크리스티안 짐머만, 이차크 펄만, 기돈 크레머, 바딤 레핀, 미샤 마이스키, 하겐, 에머슨 콰르텟, 아크람 칸 컴퍼니,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 프렐조카주 무용단은? 

대전서 리카르도 무티&빈필, 파리오페라발레 ‘지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이름만으로도 애호가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라성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대전예당 무대를 거쳐간 수많은 연주자와 공연단체들은 그 자체로 우리지역 공연예술의 역사다. 

대전예술의전당(관장 홍선희)이 올해로 개관 20년, 스무 살 성년이 됐다. 

대전예당은 지난 20년 동안 대전의 공연문화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뿐만 아니라 중부권 최대 공연장을 넘어 대한민국 핵심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며 도시에 문화적 품격을 더하고 대전을 새로운 예술 명소로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지역 공연예술의 역사가 된 예당 무대 거쳐간 수많은 연주자와 공연단체들  

2003년 10월1일 공식 출범한 대전예당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5년 세계적인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의 ‘볼레로’ 대전공연이었다. 

2005년 대전단독공연 모리스 베자르 무용단 '볼레로'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더 더욱 쉽지 않은,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시장인 서울을 거치지 않은 대전 단독공연이었다. 이에 무용계가 가장 먼저 놀랐다. 

대전 문화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들었던 오명 중 하나가 ‘대전=문화 불모지’라는 등식이었다. 한동안 이 말을 질리도록 들었다. 대전을 두고 이제는 어느 누구도 이런 평가를 하지 않는다.

‘대전=문화 불모지 ’이제는 그 누구도 이런 평가를 하지 않는다

대전예당의 최근 2-3년 동안의 라인업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빈필, 런던심포니 등등 세계 유수의 공연단체들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공연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30년 만에 내한한 파리오페라발레단 ‘지젤’ 공연은 서울을 제외하고 지역으로서는 대전 단독공연이었다. 

대전예당의 위상과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이는 대전이라는 도시의 역량과 공연장의 안목이 빚어낸 괄목할만한 성과다. 지역사회의 지원과 관심, 예당 구성원들의 노력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 어느 공연장과 겨뤄도 빠지지 않는 역대급의 화려한 라인업 

대전예술의전당의 라인업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의 국내외 최고 수준의 공연 유치는 국내 어느 공연장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공연장에 대한 평가는 일단은 무대에 올린 공연의 수준으로 가늠한다. 그러나 대전예당이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대전예당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전시민의 문화 자산이라는 점이다. 지역의 공립 공연장으로서 수준 높은 공연 유치와 더불어 지역에 대한 헌신, 지역예술인들과의 동반 성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전시민의 문화 자산, 지역예술가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 주목

이 같은 점에서 ‘지역예술가와 함께’를 기본 축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주목하게 된다. 

국내 정상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지역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연의 수준을 높이는 ‘스프링 페스티벌’, 지역 공연계에 창작의 동력을 제공하는 자체 제작 오페라와 연극은 또 하나의 결실이다.

대중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실내악축제’, 아마추어 공연예술단체들에 기꺼이 무대를 내주었던 ‘윈터페스티벌’ 역시 공공성과 공익성에 가치를 두고 있는 대전예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공연과 사업들이다. 

짧은 기간 핵심 공연장으로 부상, 성년이 된 지금부터가 더 중요

서울 공연장을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세계적인 공연단체들의 앙코르를 반기기는커녕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놀부 심보를 뒤로 하며 숨이 턱에 닿도록 서둘러 대전 오는 마지막 열차를 타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사진= 김선미 언론인
사진= 김선미 언론인

누군가는 오늘 밤, 대전예당에서 막차 시간을 확인하며 발을 동동 구르지 않을까.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역사는 이제 겨우 20년이다. 짧은 기간 동안 핵심 공연장으로 부상한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성년이 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대전예당이 앞으로 외국의 유서 깊은 세계적 공연장처럼 30년, 50년, 100년의 역사를 켜켜이 쌓아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가기를 기대한다.  <사진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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