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환상과 환장 사이, 예산시장과 소제동
[김선미의 세상읽기] 환상과 환장 사이, 예산시장과 소제동
'예산시장' 위협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 
기우가 현실이 된 상업자본에 노출된 지역재생의 그늘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3.04.25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예산의 명소 하면 천년 고찰 수덕사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외식 사업가 백종원과 예산시장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이제 예산의 명소 하면 천년 고찰 수덕사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외식 사업가 백종원과 예산시장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지지난 주말, 번개팅하듯 느닷없이 동기들과 태안 튤립축제(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에 가게 됐다. 

오락가락하는 비와 찌푸린 날씨 때문인지 주말 고속도로치고는 차량통행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새로운 상권 조성 가치 올리는 외식업과 부동산은 불가분의 관계

그런데 한산한 고속도로와는 달리 예산 홍성 방향의 한 나들목에서 차량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줄지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운전하던 친구가 “와! 저 차들 전부 예산시장 가는 건가 보다.”라고 농담처럼 말하기 전까지는 사고가 났나 싶었다. 

정체되어 서 있던 차량 전부가 예산시장을 향한 것인지, 정말 사고라도 난 것인지, 평소에도 그렇게 밀리는 나들목인지는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들목의 차량 정체를 곧바로 예산시장과 연결시킬 정도로 예상시장은 최근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와! 저 차들 전부 예산시장 가는 건가 보다.” 어떤 나들목 풍경

이제 예산의 명소 하면 천년 고찰 수덕사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외식 사업가 백종원과 예산시장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예산군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손을 잡고 추진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덕분이다. 

하루 몇십 명, 장날이라고 해봐야 수백 명을 넘지 않았던 지방 소읍의 쇠락한 전통시장이 입소문을 타며 하루아침에 주말에는 무려 1만5000여 명이 찾는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인구 3만 명이 조금 넘는 읍 단위의 작은 지역에 주민 수의 절반과 맞먹는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동네가 난리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예산 명소 하면 천년고찰 수덕사 아닌 백종원과 예산시장 떠올리게 돼

단시간에 사람이 엄청나게 몰려드는, 말 그대로 ‘뜨거운’ 지역을 상업자본이 그냥 놓아둘 리가 없다. 

시장의 활성화가 정착되기도 전에 부동산 시장이 먼저 꿈틀거리며, 동네가 뜬다 싶으면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가 예산시장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백 대표도 이를 걱정했다고 하는데 기우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며 지대와 임대료가 상승, 원래 자리잡고 있던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시장 활성화 정착되기도 전에 부동산 시장이 먼저 꿈틀

이미 전국 각지의 많은 지역들이 이 같은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 

타 지역의 예를 보듯 예산시장과 인근 지역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지 못하고 지역민들과는 상관없는 부동산 ‘광풍’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백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에 “당장 욕심에 눈멀면 안 된다” “작작 좀 해라” “소탐대실하지 말자”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설득과 호소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돈 냄새를 맡은 이들에게 이 같은 호소와 설득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지난 주중에 대전역 뒤편 동광장 인근의 ‘철도 관사촌’으로 불리는 소제동 카페촌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대전역 뒤편 동광장 인근의 ‘철도 관사촌’으로 불리는 소제동에 음식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며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돈냄새 쫓는 이들에게 상생을 강조하는 설득과 호소가 먹힐까

지난 주중에 대전역 뒤편 동광장 인근의 ‘철도 관사촌’으로 불리는 소제동 카페촌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이곳은 몇 해 전부터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관사나 옛 가옥을 개보수한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외관과 인테리어로 장식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잇달아 문을 열며 힙한 장소로 떠오른 지역이다. 

3년 만에 찾은 소제동 땅값은 상상을 초월했다. 실제로 매매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3년 전에도 이미 이전과 비교해 입을 딱 벌리게 했던 부동산 가격은 그동안 올라도 너무 올라 오히려 비현실적일 정도였다. 

3년 만에 찾은 대전 소제동 땅값 상상 초월,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 

낙후지역의 대명사였던 소제 관사촌 개발은 도시재생과 지역활성화를 내세운 ‘소제호’라는 프로젝트팀이 들어오면서 관심과 논란이 동시에 제기됐다. 

‘소제호’ 팀의 대부분이 쇠락한 서울의 익선동을 핫플레이스로 만들며 젠트리피케이션과 먹튀 논란을 야기했던 ‘익선다다’의 구성원들로 진용을 갖췄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소제동이 ‘제2의 익선동’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과 비난이 쏟아졌다. ‘소제호’ 팀은 현재 소제동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트리피케이션 논란 야기한 개발 주도 업체 소제동서 철수 

남은 것은 지역민과 상생하며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아닌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소유권이 바뀐 몇몇 음식점과 카페들뿐이다. 

결과적으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도시재생은 말잔치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외식업과 부동산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터 잡고 지역을 지켜왔던 이들이 등 떠밀려 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은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업자본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 지역상생 성공 사례 되기를 

지역상생을 내세운 도시재생은 ‘환상’과 ‘환장’ 사이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김선미 언론인
사진= 김선미 언론인

‘예산시장 살리기’가 부동산 광풍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아내며 지역경제활성화를 이끄는 지속가능한 견인차가 되는 것은 최상의 결과다. 선의에도 불구하고 외지자본과 탐욕에 막혀 타 지역의 전철을 밟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결과이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상업자본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다. 

돈과 탐욕이 결합, 오히려 지역민에게 박탈감을 안기는 ‘환장’의 프로젝트가 아닌 지역민과의 상생으로 지역 활성화를 이뤄낸 ‘환상’의 모범사례가 되는 것이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