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받아 언론 탄압 나선 국민의힘
조선일보 받아 언론 탄압 나선 국민의힘
머리를 움직이는 것은 목뼈다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9.13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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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에 대해 '사형 처할 국가 반역죄' 등의 망언을 내뱉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출처 : JT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7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에 대해 '사형 처할 국가 반역죄' 등의 망언을 내뱉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출처 : JT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3일 국민의힘이 일부 시사 라디오 진행자들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오마이뉴스 곽우신 기자의 〈국힘, <조선> 보도 받아 '김어준·주진우·최경영' 고발 예고... "이 정도면 복붙"〉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이 시사 라디오 진행자들을 고발하는데 쓴 자료가 바로 조선일보 기사였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어준, 주진우, 최경영 등 시사 라디오 진행자들을 고발한 이유에 대해 뉴스타파의 보도를 별다른 검증없이 사실로 전제하고 인용해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고발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조선일보는 이들 시사 라디오 진행자들을 지목하며, 뉴스타파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 '가짜뉴스 확성기'가 됐다고 비난했다.

결국 보수 언론의 보도 논지를 그대로 집권 여당이 이어받아 고발 조치에까지 나선 셈이다. 작년 대선 당시 뉴스타파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이 대화를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후 해당 대화를 나눈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 사이에 책 3권에 대해 1억6,500만 원의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를 트집 잡아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 뿐 아니라 인용보도했던 방송사들까지 모조리 다 타깃으로 삼았다.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나서서 언론사들을 압박하고 나섰고 여당은 조선일보 보도를 발판으로 그 전선을 시사 라디오까지 넓혔다.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가짜뉴스괴담방지특별위원회·미디어법률단은 13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TBS 김어준, KBS 주진우, 최경영씨를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내일(14일)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김어준, 주진우, 최경영 이들 세 사람은 공공재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김만배-신학림의 허위 인터뷰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제하고 허위사실을 그대로 방송해 당 소속 대선후보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은 대장동의 몸통이 윤석열 후보라는 이재명 후보 측의 주장과 똑같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KBS 1라디오에서 <주진우 라이브>를 진행하는 주진우는 해당 녹취록 내용을 진실로 전제하면서 윤석열 후보 관련 의혹을 부풀렸다", "KBS 1라디오에서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진행하는 최경영 역시 해당 녹취록 내용을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발언을 했다" 등 라디오 진행자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공작 게이트' 관련 허위·날조 인터뷰에 기반한 보도와 시사 프로의 양이 워낙 많아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라며 "이번에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허위·날조 인터뷰를 사실인 것처럼 과도하게 표현하거나 인용한 여러 사례 가운데 심각성이 유독 심한 위 세 사람을 우선 고발하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내부고발이 있은 시사제작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철저히 분석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임을 밝힌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 국민의힘의 고발 근거가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과 상당히 흡사한 것이 문제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의 기사 〈親野(친야) 진행자들 '尹(윤)커피'…가짜뉴스 확성기 된 공공재 라디오〉가 국민의힘 고발장의 원전(原典)에 해당한다.

해당 기사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해 소개한 시사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두고 등장한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라디오가 지목되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대거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됐는데, 이들의 편파성이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는 스피커 역할을 했다"라고 비난했다.

또한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브로커 조모씨에게 커피를 타줬다'며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했다"라며 "'커피' 부분 등은 가짜 뉴스였지만, 당시 '나꼼수' 출신의 친야 방송인 김어준·주진우씨는 자신들 방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언급했다"라고도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앞장서서 가짜 뉴스에 신뢰도를 부여하고 나선 것"이라며 "진행자가 뉴스타파 보도를 사실로 전제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조선일보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한편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선일보 보도에는 5명(김어준, 주진우, 신장식, 최경영, 이동형)이 나왔는데 왜 3명만 고발했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하면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져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서 "자극적인 표현으로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강하게 오인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만 (고발) 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 등 분쟁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윤 의원은 "고발 안 한 분들 어떻게 할 건가가 그에 해당되겠다"라며, 이번에 고발되지 않은 시사 라디오의 경우라도 언중위 제소 등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전체적으로는 TV 시사 제작 프로그램에 대해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고발 조치 이후로도 TV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추가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이번 기자회견문이 사실상 조선일보 기사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 문제다. 오마이뉴스 곽우신 기자의 해당 기사를 보면 해당 진행자의 어떤 발언이 문제였는지 인용한 부분은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시사 라디오 관계자는 "이 정도면 '복붙(복사+붙여넣기)'한 것 아니냐"라고 꼬집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사실관계가 틀린 점도 발견되었다.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은 뉴스타파의 해당 보도가 허위임을 지적하는 강력한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이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줬다'라는 부분을 들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최초 보도 당시부터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직접 조씨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보도한 적이 없었다. 커피를 타줬을 때 만난 검사로 윤석열 검사 아래 있던 박 모 검사를 지목했을 뿐이다.

다만 지난 2022년 2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2차 TV토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조우형한테 커피는 왜 타주셨나"라는 발언이 있었고, JTBC가 2022년 2월 21일 남욱 검찰 조서를 근거로 '대검 윤석열 주임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또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시사 라디오 진행자들 역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드러난 점에 집중해 나름의 평가를 내렸을 뿐이다. 김만배와 신학림 전 위원장 사이 금전 거래 사실이 드러나며 대화의 신뢰도가 훼손된 건 사실이지만, 당시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인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정황' 자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의혹이다. 즉, 지엽적인 부분만을 건드려 ‘가짜 뉴스’라 한 것이다.

또 여당은 뉴스타파의 보도의 배후로 민주당을 지목하며, 해당 언론사와 제1야당이 사전에 공모했을 것이란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 근거는 당시 이재명 후보가 뉴스타파 보도 직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해당 보도를 공유하며 "널리 알려 주시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즉, 뉴스타파 보도를 경향신문이 최초로 인용 보도한 시점보다 앞서서 대선 후보가 이를 공유한만큼 사전에 교감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런 논조로 비난하면 국민의힘 역시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의 보도를 빠르게 받아 논평을 작성하거나 당 지도부 모두발언에 활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번 고발 사태 역시 국민의힘이 조선일보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머리를 움직이는 건 목뼈이듯이 사실상 조선일보가 국민의힘의 목뼈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고발 역시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자충수가 되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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