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청부민원 ②] "류희림, 가족․지인 동원해 청부민원 지시"
[방심위 청부민원 ②] "류희림, 가족․지인 동원해 청부민원 지시"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수사는 "총선용 수사"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12.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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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본인의 가족 및 지인들을 총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심의 요청을 하는 이른바 청부민원을 지시한 류희림 방심위원장.(출처 :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5일 본인의 가족 및 지인들을 총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심의 요청을 하는 이른바 청부민원을 지시한 류희림 방심위원장.(출처 :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5일 뉴스타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방송사 심의를 위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청부성 조작 민원을 지시한 사실을 포착해 보도했다. 결국 이번 뉴스타파 탄압은 독립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의 ‘하명’을 받아 벌인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또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친동생의 경우 류희림 위원장 후배가 자신에게 연락을 해와 민원 내용이 뭔지도 모른 채 민원 신청에 가담했다고 한다. 그리고 류 위원장이 과거 몸담았거나 활동했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소속 인사들도 이 청부민원에 가담한 사실이 포착됐다.

먼저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대구에서 전통문화 관련 사설 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는 류희림 위원장의 동생 류 씨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류 씨는 자신이 방심위에 이른바 청부민원을 넣은 사실을 인정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 9월 5~6일 총 3건의 민원을 신청했고 피신청인은 MBC와 JTBC였다고 한다.

지난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부패신고서 1쪽. 익명의 제보자를 대리해 박은선 변호사가 신고했다.(출처 : 뉴스타파)
지난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부패신고서 1쪽. 익명의 제보자를 대리해 박은선 변호사가 신고했다.(출처 : 뉴스타파)

두 방송사는 지난 대선 당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하는 보도를 했다. 류 씨는 형의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방심위에 민원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봉지욱 기자가 “(민원 신청을) 형님이 부탁한 것이냐?”고 묻자 부탁은 아니고 아는 지인이 도움을 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봉지욱 기자가 그 지인이 형 쪽에 같이 일하는 사람인지를 묻자 류 씨는 아마도 후배일 것이라고 답했다. 즉, 류 위원장의 후배가 그에게 도와달라고 연락을 했고 그 요청에 본인이 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봉지욱 기자는 그 ‘형의 후배’라는 인물이 사실은 형 즉, 류희림 위원장 본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류 씨는 ‘형에게 누가 될까봐’ 10여일 뒤 스스로 민원을 취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방심위 일부 직원들이 류희림 위원장과 이름이 두 글자가 같은 류 씨가 동생이란 사실을 알아차리고 내부 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민원을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친동생 류 씨 외에도 제수인 이 씨도 함께 민원을 신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뿐 아니라 류 위원장의 아들과 조카, 처제, 동서 등 온가족이 총동원된 사실도 확인했다. 조카 채 씨는 류 위원장 누나의 딸인데 누나는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라 한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류 씨를 만난 뒤 해당 식당을 방문해 채 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만났다고 한다. 이후 채 씨에게 청부민원에 관해 질문하려 하자 돌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봉지욱 기자는 류 씨가 취재진과 만난 사실을 형과 누나 등에게 급히 알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저녁부터 24일까지 뉴스타파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았으며 22일엔 갑자기 연차를 내고 출근을 안 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민원에 동원된 인원이 더 있었다는 것이다. 류 씨는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수련원의 직원과 강사들도 끌어들였다고 한다. 처음에 류 씨는 직원에게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결국 인정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류 씨의 부탁을 받고 청부민원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수련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4명이라고 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동생이 사무총장으로 있는 대구의 모 수련원 직원 4명도 이 청부민원에 가담했다.(출처 :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가 류 씨에게 평소에도 방송사 뉴스에 대한 심의 신청을 했는지 묻자 그는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해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즉, 이로 볼 때 류희림 위원장 측에서 먼저 동생에게 민원 청탁을 했고 동생은 다시 자신이 속한 수련원 직원들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똑같은 민원을 내달라고 줄줄이 청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한 결과 류 씨는 정작 자신이 신청한 민원의 내용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우선 류 씨는 MBC 뉴스데스크의 작년 3월 7일 자 보도와 JTBC 뉴스룸의 작년 2월 21일과 28일 보도를 심의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두 뉴스들이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가짜 뉴스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적었다고 한다. 그런데 류 씨는 정작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 프로세스 과정.(출처 :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자 류 씨가 두루뭉술하게 답변했기 때문이었다. 이로 볼 때 류 씨는 직접 해당 보도를 보고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를 파악해서 민원을 넣었다기보다 그저 불러주는 대로 앵무새처럼 민원 신청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봉지욱 기자의 질문에 류 씨는 "심의위원회에 들어가니까 자료들이 또 있더라고요"고 답했는데 이 또한 의미심장하다. 류 씨가 민원을 신청한 9월 5일에는 방심위 홈페이지에 해당 보도와 관련된 자료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류 씨의 민원이 류희림 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진 청부민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부패신고서 11쪽.(출처 : 뉴스타파)

이 청부민원에 가담한 사람들은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친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류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중에는 가족 뿐만 아니라 그가 몸담았거나 활동했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소속 인사들도 있었다.

2019년부터 류희림 위원장이 사무총장과 대표를 지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들, 대표를 맡아 활동한 미디어연대 간부, 언론인 출신의 현직 방심위 관계자, 심지어 류희림 위원장이 대표로 일할 당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MOU를 맺은 민간단체 대표까지 모조리 동원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이 낸 민원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20여 건에 이른다.

먼저 앞서 언급한 류희림 위원장의 동생 류 씨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수련원 직원 4명은 장제원 의원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국회에서 뉴스타파 폐간 등을 운운한 9월 4일 이후 적게는 2건, 많게는 4건의 민원을 각각 냈다.

뉴스타파의 작년 3월 6일 보도와 이 보도 전에 나온 JTBC의 관련 보도를 문제 삼는 민원, MBC의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문제 삼으며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 등이다. 그런데 이들 4명이 쓴 민원은 내용은 물론, 오탈자까지 100% 일치했다. 따라서 누군가가 만든 초안을 전달 받아 4명이 복사해 붙이는 식으로 민원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뉴스타파 취재진들이 이 청부민원에 가담한 수련원 직원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은 “누구의 부탁을 받은 게 아니고 스스로 결정해 민원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내용의 민원 글을 쓴 이유와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은 과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대표를 지냈다.(출처 : 뉴스타파)
류희림 방송통신위원장은 과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대표를 지냈다.(출처 : 뉴스타파)

다음은 류희림 위원장이 최근까지 사무총장과 대표이사를 지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들이다. 이 기관에 파견 나온 경주시 공무원 두 명과 관련 민간인 두 명이 총 5개의 민원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직원으로 있는 김 씨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음성파일’ 보도에 대한 민원 2건과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를 심의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 4건을 냈다.

류희림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경주지역 언론사 대표 백 모 씨도 김 씨와 똑같은 내용의 민원 4건을 같은 날 방심위에 냈다. 취재 결과, 나머지 두 사람은 경주엑스포에 파견됐던 경주시 공무원(운전직)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직원 김 씨의 가족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들에게도 연락해 민원을 제기한 이유와 혹시 류희림 위원장으로부터 ‘민원 신청'을 부탁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이들은 “스스로 민원을 냈다”고만 말하며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외 방심위에 민원을 낸 사람 중에는 류희림 위원장이 경주엑스포 대표를 맡을 당시 경주엑스포와 MOU를 맺은 예술단 대표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류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보수단체 소속 인사들도 여러 명이 이 청부민원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KBS 아나운서 출신의 김 모 씨와 그 가족, 방통위 국장을 지낸 박 모 미디어연대 대표, 친정부 언론단체로 분류되는 공정언론국민연대의 간부들, MBC 제3노조 관계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작년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보도와 선행 보도인 JTBC 보도에 대해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는데, 내용은 마치 복사해서 갖다 붙인 듯이 동일했다.

뉴스타파 측에서 이들에게도 연락해 민원을 제기한 경위, 그리고 어떻게 똑같은 내용의 민원을 방심위에 넣게 된 것인지를 물었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봉지욱 기자는 이번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일으킨 사건을 정상적 민원을 가장한 '청부 민원', '셀프 심의', '심의 사주'라고 규정했다.

▲'청부'는 자신의 가족과 지인을 민원 신청에 동원했단 점에서 ▲'셀프'는 이해충돌 당사자인 류희림 위원장이 심의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사주'는 민원을 넣게 해서 억지로 심의를 진행한 뒤 방송사를 징계했단 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또 봉 기자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우연히 이루어진 일은 아니고, 누군가 치밀하게 이 프로세스를 짜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검찰 수사 역시 ‘총선용 수사’라고 규정했다. 즉,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뉴스타파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최경영 기자는 “윤석열 정부 인사들이 언론의 자유를 거꾸로 이해하고 있다. 권력자들의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민과 언론의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는 게 언론자유가 표현의 자유다. 본인들이 마음대로 생각해서 ‘야, 저거는 허위사실이야’ 라고 규정하고 그런 식으로 여론몰이하고 정치공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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