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일 국민의힘이 당 혁신위원회 제안에 따라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를 취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인해 총 사퇴를 했던 임명직 당직자들이 슬그머니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 과연 혁신을 제대로 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준석 전 대표나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모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이준석, 홍준표 두 사람의 징계 취소 안건을 결의했다.1 두 사람 모두 당원 자격을 회복했다.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앞서 당내 화합을 위한 이른바 '대사면'(징계 일괄 취소)을 '1호 안건'으로 내놨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내 사면을 공식 제안하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대사면에 대해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당 윤리위 징계 결정을 뒤집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혁신위 1호 제안인 만큼 지도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은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갖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최고위는 혁신위의 당 화합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작년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소위 양두구육(羊頭狗肉) 등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거듭된 공개 비난 등을 사유로 1년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내년 1월에 징계가 풀릴 예정이었다. 또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다. 정지 기간은 내년 5월까지였다.
위 두 사람 뿐 아니라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도 대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김 전 최고위원은 광주 5·18, 제주 4·3 등에 대한 잇단 '설화'를 이유로 내년 5월까지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았으며, 최근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이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에 대비한 인재 영입 작업을 이끌 인재영입위원회를 발족했는데 그 인재영입위원장이 바로 2주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라 한다. 때문에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당 안팎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이 의원은 전직 사무총장으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전부터 계속해 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재영입위원회 위원 역시 위원장이 향후 지도부와 상의해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들리자 징계 취소 결정으로 복권된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에 “임명직 당직자 사퇴한다더니 다시 슬그머니 한달도 안되어서 들어오는 거보니 1. 사람이 없군 2. 먹고 살만해졌다고 생각하나 보군 3. 역시 노답 세가지 입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총선 앞두고 잘 준비해서 여당 프리미엄으로 꽃가루를 날리고 폭죽을 터뜨려도 모자랄 판에 고추가루를 날리고 있습니다. 오늘 인선 보고 대부분 그저 오만과 편견에 갇혀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날 결정에 대해 본인 페이스북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톡톡 튀어야 한철인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걸 알아야 한다. 하기사 시한부 인줄 모르고 사는게 좋을수도 있지만.”이라 했다.
과하지욕이란 ‘가랑이 밑을 기어다니는 치욕’을 말하는 것인데 전체적인 어조로 보아 홍준표 대구시장은 아직도 자신에게 당원권 정지 징계가 내려진 것에 대해 이를 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징계 취소’ 결정이 당의 화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또한 이 날 인선에 대해서도 김웅 의원(서울 송파구 갑)이 본인 페이스북에 이철규 전 사무총장의 과거 발언을 들면서 “결국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의 개혁을 바라는 인물은 승선시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고 비판했다. 또 “혁신위는 통합을 외치면서 인재영입은 친윤감별사에 맡긴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란 뜻입니다.”고 덧붙였다.
김웅 의원은 이철규 전 사무총장의 인재영입위원장 임명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철규 의원을 보름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올린다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은 분명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경고를 무시하면 다음번에는 칼이 날아옵니다. 내년 총선은 전국이 강서구청장 선거판이 될 것입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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