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필자는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 사람인데 그나마 챙겨봤던 프로그램이 몇 개 있었다. 가끔씩 열리는 축구 A매치 경기와 토요일 밤에 했던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였다. 여전히 미궁 속에 파묻혀 있는 미제 사건에 대해 추적하며 분석하는 것에 대한 재미가 참 쏠쏠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단골로 출연했던 사람이 바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였다.
현재 이 교수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인이 되었고 이번 총선에서 경기대학교가 있는 경기도 수원시 정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이수정 교수가 정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어느 정당에 입당해서 정치를 하는가도 이 교수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교수의 행보를 보면 정말 황당하면서도 실망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 교수가 정계에 입문한 후 했던 발언들을 보면 속으로 “정말 범죄심리학자가 맞긴 맞는 걸까?”란 생각을 절로 들게 할 정도로 실망스럽다.
이수정 교수의 행보가 논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지나칠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호하는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건희 여사의 학력 위조 논란을 보자. 해당 사건은 김 여사가 지난 2007년 수원여대 교수지원서에 학력, 경력, 수상 이력 등이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알려진 것이다. 이는 당연히 공정과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며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이수정 교수는 “불법 행위가 있다면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가 뽑을 수 있는 제일 높은 선출직이 대통령인데, 그 부인이 유감스럽게도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지 못했다면 불법 행위는 수사해야 된다”면서도 "좀 안타까운 부분은 결혼한 지 8년밖에 안 된 남편이 아내의 과거 수십 년을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는가. 그런 것까지 우리가 따져 묻는 세상이 돼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윤 대통령을 엄호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결혼한 것은 지난 2012년이었고 김건희 여사가 수원여대 교수를 지원한 것은 2007년이니 불과 5년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이란 과장된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엄호하기 바빴던 것이다. 만일 이수정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2007년 전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학력위조범 신정아와 그 신정아의 불륜 상대이자 그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시피 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처벌하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다.
신정아가 처벌을 받았던 것은 자신의 경력을 허위로 날조해 본인의 이득을 챙겼고 자신을 믿고 교수로 채용해줬던 동국대학교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키는 피해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또한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처벌을 받았던 것 역시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신정아의 사기 행각에 가담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의 숱한 논란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현재의 한심한 수사기관의 태도를 보면 신정아가 억울하다고 외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이것은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작년 11월 서울의소리의 특종 보도로 알려진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은 명품백 수수 자체로도 뇌물수수라는 중범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 또한 그 ‘명품백’에 가려져서 그렇지 더 심각한 것은 김 여사가 인사청탁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순실이 했던 것과 똑같은 국정농단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사실을 입증할 물증이 드러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수정 교수는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느냐"라는 질문에 "명품백이 진품인지 검증됐느냐"고 되물은 뒤 "가짜일 수 있다"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이미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직접 자비로 명동 신세계백화점에서 해당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백을 구입하는 장면을 공개했는데 "가짜일 수 있다"는 소리를 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이 언제부터 짝퉁 보세를 파는 곳이었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해당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백이 진품인지 짝퉁인지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에 당시 패널이 "(명품백을) 받은 자체가 문제 아니냐"고 하자 이 교수는 "받은 자체로 문제다"라면서도 "갖다 떼다 맡긴 자도 문제다. 그렇게 기획해서 함정 판 놈도 나쁜 놈이다. 그걸 심지어 영상으로 찍어 가지고 남긴 놈은 더 나쁜 놈이다"라고 서울의소리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함정취재의 문제점을 강조하기 위해 2020년 MBC 기자가 n번방에 가입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례를 언급했는데 이 사건의 경우 기자가 취재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 욕망 때문에 n번방에 가입하고 송금까지 한 사건이기 때문에 함정취재의 예시로 부적절하다. 결국 황당하기 짝이 없는 김건희 여사 엄호 발언인 셈이다.
이렇게 황당한 발언을 일삼던 이수정 교수는 급기야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875원 대파 발언’ 논란에 대해 지난 25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대파 한 단이 아닌 한 뿌리 가격을 말한 것이라는 황당한 엄호 발언을 했다.
지난 25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했던 이수정 교수는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을 어떻게 들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파 한 봉지에 몇 뿌리가 있느냐에 따라 대파 한 개의 가격이 달라진다"며 한 단이 아닌 한 뿌리 가격이라고 쉴드를 쳤다.
이 후보는 “저는 보통 일반적으로 마트 가서 3,500원짜리 봉다리를 사는데, 그 안에 몇 개가 들어 있는지는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어떨 때는 다섯 뿌리가 들어 있고 요즘에는 세 뿌리가 들어 있기도 하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대파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지칭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진행자가 “시장에서는 보통 한 단에 1㎏ 정도 담는 것 같다”고 하자 이 후보는 “시장에서 파는 한 단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느냐. 그렇기 때문에 단으로 따지면 아주 헷갈린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언급할 때 한단, 1㎏ 한 단에 875원이라고 지칭한 것 같다는 진행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언급에 어떤 혼란이 있었다”며 “시장에 가서 한 단이라고 하면 그 안에 수십 뿌리가 있다. 875원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뿌리는 아니었다는 진행자의 말에 이 후보는 “그거는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대통령에 한 단인지 한뿌리인지 정확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우겼다. 이런 이수정 교수의 황당한 발언에 한 X(구 트위터) 유저가 “바이든-날리면 시즌 몇 번째냐 도대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세상에 파를 한 뿌리만 사고 파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논리도 없고 맥락도 안 맞는 생뚱맞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현재 대다수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같이 윤석열 대통령 내외 비호에만 치중해 무논리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상하 관계에 있는 현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참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이수정 교수가 자기 스스로 ‘엄벌주의자’라고 말한 것을 들은 바 있다. 하지만 그 엄벌주의자 이수정은 왜 윤석열 대통령 내외 앞에만 서면 ‘온정주의자’가 되는 것일까? 필자는 그 점을 묻고 싶다. 그의 엄벌주의는 사람 따라 가려가면서 작동하는 ‘선택적 잣대’인 것인가? 현재 그의 언행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이런 이수정 교수의 행보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친일 여류문인 노천명이다. 노천명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는 첫 마디로 유명한 시 〈사슴〉을 쓴 일제강점기 때 유명한 여류 문인이었다. 뛰어난 시적 감각과 함께 유려한 문체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는데 정작 실제 인간 노천명의 성격은 굉장히 오만무례하고 독선적이었으며 도도하기 그지 없었다고 한다.
노천명은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성격으로 동료와 자주 충돌을 일으켰는데 같은 여성 문인들과는 친하게 지냈으나 남자들에게는 결벽스러울 정도로 냉정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노천명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고 시인 백석을 짝사랑했던 것을 제외하면 연애 이야기조차 없다.
본인도 그걸 인지하고는 있었는지 본인의 시 〈자화상〉에서 자신의 성격을 두고 “대처럼 꺾어는 질 망정 구리 모양 휘어지기가 어려운 성격”이라고 평한 바 있다. 즉, 남에게 굽힐 줄 모르고 고집이 센 대쪽 같은 성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노천명은 일제 앞에서는 스스로의 말대로 대처럼 꺾이기는커녕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구리처럼 낭창낭창하게 휘어 친일 시도 여러 편이나 썼던 인물이었다.
그의 알량한 지조는 절대 강자인 권력에는 발휘되지 못하고 철저히 굴복하여 민족을 팔아먹는 친일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보통의 남자들에게 결벽스러울 정도로 냉정한 자세를 보였던 것과는 다르게 일제에는 지조 없는 비열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바로 노천명이었다. 이런 노천명의 태도와 권력자 앞에선 ‘온정주의자’가 되는 이수정 교수가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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