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간첩죄 적용 대상을 현행 적국에서 외국으로 수정하는 개정안이 무산된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뒤집어 씌웠다가 망신을 당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간첩법 개정안이 무산된 이유가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라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회의록을 토대로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30일 한동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을 누가, 왜 막았습니까'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을 보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 누가, 왜 막았느냐"고 성토하며 "지난 21대 국회 들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은 4건 발의되었는데 그 중 3건이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당이었던 김영주 부의장, 홍익표 의원, 이상헌 의원)이 냈었다. 그런데 정작 법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되었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전가했다.
몇 시간 뒤에 한 대표는 세계일보의 기사를 공유하며 또 다시 간첩법 개정안 무산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도 이런 입장이라면 간첩법은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반대하지만 않으면 이번 국회에서 신속히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 조롱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은 국회 속기록 내용을 인용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대표님, 민주당 탓하기 전에 국민의힘 의원님들과 먼저 소통부터 하시면 어떨까?"고 운을 떼며 "북한 외 다른 외국의 간첩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말씀 취지에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1건 낼 때 민주당에서 3건의 법안을 낸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회의록을 인용해 "그런데 이 법안이 추진되지 않은 것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며 "당시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간 합의안 마련과 이견 조율을 위해 심사가 진행되었고, 국민의힘 의원님들 또한 개정안의 우려점을 개진하신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 의원은 "한 분께서는 새로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을 때 특별법 규정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다른 분도 국가기밀의 범위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신 바 있다"고 하며 "당시 소위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넓힐 경우 일명 ‘산업스파이’같은 사례도 간첩죄로 처벌할 것인가 등의 논의가 이어졌고, 결론내지 못하고 계속 심의하게 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되었다'고 하기엔, 자당 의원님들을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닌가? 한 대표님, 아무리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싶어도 이런식의 가짜뉴스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민석 의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법원행정처가 강력하게 반대해 여야 의원들이 공히 법 보완을 주문했던 정황이 국회 속기록에 다 나와 있다"며 "책임이 있다면 본인이 더 크고, 그리 통과시키고 싶었다면 본인이 장관 시절 노력했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을 왜곡하는 저질 프레임 정치로 첫 당대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을 보니 딱할 뿐이다. 이제 저질 색깔론까지 가려 하는가"라며 "자신이 선출되던 전당대회 날 발생한 '전북 비하'부터 사과하라, 왜곡 저질 프레임 정치질을 포기하고 채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 수용부터 선언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대표의 막무가내 가짜뉴스 살포에 대해 안타깝다고 운을 떼며 "며칠 전 있었던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알 수 있었을텐데, 간첩법 개정안에 제동을 건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던 박영재 대법관 후보자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보수언론도 간첩죄 개정안 통과 실패의 책임이 법원에 있다고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또 박 의원은 "심지어 반대를 했다고 비판받은 박영재 후보자도 무작정 개정안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산업기술유출방지법과 군사기밀보호법 등 비슷한 범죄 행위를 여러 법률로 처벌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통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 대표가 이런 가짜뉴스를 살포한 이유에 대해 "‘수미 테리 사건’ ‘정보사 블랙요원 리스트 유출’등,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첩보실패의 책임을 야당에게 덮어씌우려고 억지 부리지 마시라"고 지적하며 "게다가 간첩법 개정안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면, 왜 박영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련 질의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없는가? 서면질의에서조차 간첩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은 저와 박준태 의원 둘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현행 간첩법이 현실을 반영한 개정이 필요한 것은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한동훈 대표가 굳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을 탓하시려면 당시 신중론을 표했던 박영재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이에 대한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박영재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부터 탓하시라"고 질타했다.
그 밖에 더불어민주당에서 강유정 원내대변인 명의로 '한동훈 대표님 왜 법무부 장관 시절 간첩죄 개정 요구를 끝내 외면하셨습니까?'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비판했고 조국혁신당에서도 강미정 대변인 명의로 '한동훈 대표는 ‘간첩법 개정안’의 진실, 정말 몰랐나'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비판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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