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충청 정치권에는 오랜 불문율(不文律)이 하나 있다. “웬만하면 궂은일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영·호남과는 달리 중도적인 성향이 강해서인지 충청인들은 양극단에 서서 상대를 공격하는 정치인에 대해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특성이 있다.
최근 들어 이를 깬 두 정치인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국회의원(충남공주·부여·청양)과 복기왕 국회의원(충남아산갑)이 그 주인공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대변인·국민소통수석과 정무비서관으로 일했고, 각각 문희상·박병석 국회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다는 점 말고는 삶의 결이 상당히 다른 이들이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 연대(탄핵연대)’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것도 충남지역 11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보수성향이 강한 곳을 지역구로 둔 두 의원이 말이다. 왜일까?
이들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이미 심리적 탄핵 상태”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오죽했으면 이 일에 나섰겠느냐?”며 정부여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수현·복기왕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 연대’ 나란히 참여
먼저 박 의원 지난 20일 오후 KBS 라디오 ‘뉴스레터 K’에 출연, 탄핵연대 참여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선 저는 정치권에서 굉장히 신중하기로, 아니면 (과격하지 않은) 이미지로 돼 있다. (그러나)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와 총선 이후에도 전혀 변할 생각이 없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 전환에 대한 마지막 경고를 아주 충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탄핵 얘기를 꺼내기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 만큼) 박수현 같은 사람이 이 문제를 꺼낸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구나!’라고, 최후통첩이자 마지막 경고로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국정농단 때 국민이 촛불을 들고 탄핵을 이뤘다. 정치권은 빚을 졌다. 다시 국민을 아스팔트 위로 나오시게 할 순 없다”며 “(이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있다면-아직 그걸 확신할 순 없지만-제도적·법률적으로 탄핵을 준비하는 것이 정치권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그렇다고) 당장 탄핵을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참여 의원) 명단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역시 국민에 대한 충정”이라고 당위성을 역설했다.
복 의원은 좀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복 의원은 지난 8월 15일, KBS가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광복절의 모습인가?”라며 “일제 식민치하를 그리워하는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윤석열, 당신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민족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박수현 “최후통첩이자 경고”…복기왕 “이미 국민으로부터 탄핵”
복 의원은 20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탄핵연대 참여와 관련 “당이 달라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민생과는 전혀 거리가 먼,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반헌법적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는 등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 맞나?’라는 의심을 우리 국민들이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와 정치를 보면 이미 국민으로부터 탄핵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복 의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 말기 지지율을 보면 한 20% 정도였고 맨 끝에는 10%대로 무너졌다.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거의 그때와 흡사하다. 그것이 굉장히 장기간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국민들은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여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 의원은 특히 “(제 지역구인) 충남 아산갑은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다. 탄핵연대에 참여한 박수현 의원 역시 충남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하나”라며 “이번 추석 때 ‘이번 정권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는 것이 저희들이 확인한 민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복 의원은 “그래서 저희들이 탄핵연대에 참여한 것이 결코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고 확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탄핵연대에 두 의원이 참여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충청의 아들’을 자임하는 윤 대통령을 ‘진짜 충청의 아들들’이 끌어 내리려고 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윤 대통령에 대한 충청인의 민심이 이미 떠난 상태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충청권 전체 28명의 의원 중 국민의힘 6석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민주당 21석, 무소속 1석) 의원들이 탄핵연대에 속속 합류할 가능성도 있어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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