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명태균에게 세비 절반 '상납'"

창원 의창 공천 대가로 지불된 수수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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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김영선 전 의원.(사진 출처=페이스북)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지난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토마토가 24일 오전 김영선 전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 직후 명태균에게 자신의 세비 절반을 '상납'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뉴스토마토는 자체 취재를 통해 김 전 의원이 재작년 6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당선된 직후 약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명태균에게 상납했다고 보도했다.

창원지검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의원과 명태균 두 사람을 수사 중인데 이로 볼 때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김 전 의원이 창원시 의창구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준 대가로 '수수료'를 요구했고 김 전 의원이 그걸 받아들여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명태균이 김 전 의원에게 "공천 어떻게 받으신 거 아시죠?"라고 말한 목격담이 추가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여러 통화 녹취록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는데 관련 통화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직후인 8월 22일과 23일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8월 22일 오후 4시 41분 통화 녹취록을 들어보면 E씨가 명태균이 김 전 의원과 말이 다 됐다며 이번 달 급여의 반을 김 전 의원으로부터 받으라고 지시했다며 '수금'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날 7시 명태균과 E씨 간 통화 녹취록을 들어보면 아직 그 '대금'이 입금이 안 됐는지 명태균이 직접 E씨에게 "아니 아침에 은행갈 때 그 돈 보내주러 간 거 아니었어?"라고 대놓고 따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E씨는 정치자금 계좌 카드가 정지 상태여서 그걸 풀고자 간 것이라고 답했다. 명태균은 거듭 김 전 의원이 세비를 얼마를 받았는지를 물으며 떼인 돈 받으러 온 사채업자 같은 모습을 보였다.

E씨가 김 전 의원의 세비 액수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전화를 끊은 후 7시 7분 다시 명태균에게 전화를 걸어 920만 원 정도 들어왔다고 답했다. 이에 명태균은 "정확하게 액수를 따져야 한다"며 자신과 김 전 의원이 약속한 것은 세비의 절반이라며 그걸 다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1원이라도 틀리면 나는 끝이라가, 바로 보내야지"라고 했다.

즉, E씨가 대략적으로 920만 원 정도 들어왔다고 하니 명태균은 1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서 세비의 절반을 자신에게 입금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음 날 오전 11시 1분 김 전 의원과 E씨 간 통화를 들어보면 김 전 의원이 "그 명 본부장이 그 저기 돈 받는 거를 어떻게 받으라고 그러드나?"라고 묻자 E씨는 현찰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세비의 반을 E씨의 통장으로 입금해주면 E씨 본인이 출금해 현찰로 명태균에게 건네겠다고 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카카오톡으로 계좌번호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44분에 있었던 김 전 의원과 E씨 간 통화를 들어보면 김 전 의원이 E씨 계좌로 자신의 세비 반을 송금했고 E씨에게 현찰로 뽑아서 명태균에게 건네줄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같은 날 오후 5시 37분에 있었던 김 전 의원과 E씨 간 통화 녹취록에선 김 전 의원이 명태균에게 세비 절반을 전했는지 물었고 속삭이듯이 그 날 사무실에 나왔는지를 물었다. E씨가 명태균이 사무실에 있다고 답하자 김 전 의원이 보인 반응이 뭔가 참 묘했다.

김 전 의원은 E씨에게 "아이고, 뭐가 삐졌는지 전화해도 또 전화도 안 받고"라 푸념하며 명태균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E씨가 "나중에 아마 받으실 거다"고 전하자 김 전 의원은 "이제 기분이 좀 풀렸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여전히 명태균의 눈치를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19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나온대로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두 사람 간 관계가 '역전된 주종관계'라는 관련자들 증언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김영선 전 의원에게 있어 명태균이란 인물은 단순 정치 브로커가 아닌 10년 동안 원외를 맴돌았던 자신을 원내로 입성하는데 도움을 준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니 '은혜'를 받았으면 '보은'을 해야 한다. 세 사람이 주고 받은 통화 내용을 볼 때 명태균은 김 전 의원에게 '보은'을 이유로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매달 '상납'하도록 했고 김 전 의원은 군소리 없이 따른 것도 모자라 명태균의 심기를 건드리지나 않을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녹취록대로라면 김영선 전 의원이 MBC에 '2022년 6·1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회계 책임자가 선거비용으로 사비 9000만원을 썼다고 해서, 2022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회의원 월급 일부를 쪼개 갚았을 뿐 명씨 측에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말한 해명은 거짓이 된다.

뉴스토마토 측에서 확인한 2022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김 전 의원으로부터 명태균에게 전달된 금액은 총 9677만 6000원으로 1억에 약간 못 미친다. 명태균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빌려준 돈 6000만원 돌려받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라며 자신이 김 전 의원으로부터 60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보다 3000만 원 이상 더 많다.

설령 6000만 원은 자신이 빌려준 돈이라 치더라도 나머지 3600만 원은 무엇인지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통화에 등장한 E씨는 뉴스토마토 측에 "1차 돈 전달 기간은 2022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2차 돈 전달 기간은 2024년 3월부터 5월까지"라며 "처음에는 '김영선→E씨 통장→명태균', 이후로는 '김영선→명태균' 직접 전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2023년 6월부터 김 전 의원과 명태균 간 직접 전달로 바뀌게 된 경위에 대해 E씨는 "2023년 5월경 명씨와 제가 큰 싸움이 있었다"면서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저를 통해 돈 받는 게 싫다고 해서 서랍에 넣어뒀다. 책상 서랍에 넣어놓으면 김 전 의원이 명 본부장에게 직접 전달했는데, 하루라도 늦으면 난리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차 전달 기간(2024년 3월부터 5월) 건네진 금액은 플러스 알파"라고 했습니다. E씨는 특히 "(돈 성격 관련해서) 김영선 앞에 세워놓고 '의원님 공천 어떻게 받으신 거 아시죠?' 00(명씨의 막내딸) 언급하며 '의원님이 평생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E씨 주장대로라면 공천에 대한 대가성이 충분히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후 뉴스토마토는 이에 대해 김 전 의원과 명태균에게 반론을 요청했으나 명태균은 "앞으로 저에게 연락하지 마세요. 거부 의사를 명백히 했는데도 연락하시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가 "기자로서 반론 요청을 드리는 것"이라고 하자, "추가 고소하겠습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 전 의원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편 수사에 나선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이 회계 책임자를 통해 명태균에게 6300여만원을 건넨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이미 올해 1월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었고 본지에서도 인용보도를 했다. 하지만 이는 뉴스토마토가 파악한 금액과 34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앞서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과 명태균 사이에 부적절하게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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