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5일 오전 뉴스토마토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현광 기자 간 녹취록을 토대로 김건희 여사가 2022년 8회 지선 당시 경북 포항시장 선거 후보 공천에 개입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었다. 그런데 같은 날 밤 JTBC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 뿐 아니라 윤 대통령 또한 포항시장 선거 후보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당 후보 공천 개입은 명백한 탄핵 사유다.
JTBC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회 지선 당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 뿐 아니라 경북 포항시장 공천에도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당선인이 저한테 뭐 이러 이렇게 해서 역정을 내면서 이야기하는 상황은 굉장히 이례적이고…"라며 지난 8회 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고 표현했다.
JTBC는 자체 취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역정을 내면서까지 챙겼던 건 포항시장 공천인 것으로 파악했다. JTBC와 인터뷰를 했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 A씨는 2022년 4월 말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먼저 윤 대통령은 포항시장 공천과 관련해 "빨리 나서야 한다. 지금 너무 분위기가 안 좋고, 모양새가 안 좋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했으며 "중앙당이 진행하려는 여론조사를 하지 말라"고 말하고 "여론조사에는 교체지수를 넣어라"고 말했다고 했다. 즉, 현직 지자체장 출신 후보에 불리한 방식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조사 방식까지 말했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이강덕 현 포항시장을 떨어뜨리려는 수법이어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가 "다른 지역에선 도입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이번엔 아예 '전략 공천' 얘기를 꺼냈다고 했다. 심지어는 "아니면 전략 공천을 고려하라"면서 "재심은 중앙당이 받아들이지 마라"고까지 했다고도 했다.
A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포항은 국민의힘 우세지역이라 전략공천을 고려할 이유가 없고 재심요청까지 중앙당이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조사방식 등을 바꿔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는 그 '특정 후보'를 문충운 예비후보로 파악했다.
이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천 문제를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 이른바 '윤핵관들'에게 전달했다고도 말한 걸로 파악됐다. 다시 한 번 그 때의 전말을 살펴보면 지난 2022년 8회 지방선거 당시 포항시장 경선에 참여한 것은 이강덕 현 포항시장을 비롯해 총 4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현역 포항시장이자 3선에 도전했던 이 시장은 경선에 앞서 컷오프됐다. 이강덕 시장 측은 이런 결정에 반발해 재심 청구를 했고,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이를 받아들여 이 시장이 경선에서 이기면서 최종 포항시장 후보로 선발됐다. JTBC와 인터뷰를 한 당시 국민의힘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건 2022년 4월 말로, 이 시장이 컷오프에 반발해 경북도당에 재심을 요구한 직후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정재 의원이 울고 불고 하며 SOS를 쳤다"면서 "(이 시장의) 재심이 들어왔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유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인데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 북구)은 당시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포항시장 등 경북지역 지자체장 공천 권한이 있는 여당 소속 현역 의원이 윤 대통령에 전화를 해 '중앙당에서 재심을 받아줘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던 현역 의원 이름을 여럿 거론하며 이들에게도 얘기해놨다는 말도 했다고 했다. 즉, 특정 후보가 공천을 받지 못하게끔 당 지도부에 전화하기 전에 이미 여러 사람들과 상의까지 한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 역시 "도당위원장이 계속 반발하면서 그걸 대통령에게까지 가져가가지고 대통령이 저한테 '공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계속 얘기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며 이런 상황이 실제로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JTBC에서 언급된 날짜는 뉴스토마토 기사에서 언급된 날짜와 정확히 일치한다.
두 보도를 종합해 볼 때 먼저 김건희 여사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고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함께 공천 개입에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본인들이 밀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 문충운 예비후보 공천에는 실패하며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공천 과정에 개입한 것만으로도 훌륭한 공천 개입이자 당무 개입이고 이는 명백한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씨가 새누리당 후보 공천에 개입한 혐의도 명백히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올랐고 실제 박 씨는 그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당시 박 씨를 기소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었다. 하지만 그 박 씨조차도 직접적으로 특정 지역구에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심으려 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 내외의 행위는 더 안좋다.
한편 JTBC는 김정재 의원에게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연락했던 이유를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으며 윤 대통령이 거론한 '윤핵관' 의원들 중 일부는 "대통령과 공천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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