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의 갑작스러운 죽음, 누구 책임인가?

기자의 '펜'은 '칼'보다 위험한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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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숨진 배우 김새론을 향한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들.(사진=시민언론 민들레)
지난 16일 숨진 배우 김새론을 향한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들.(사진=시민언론 민들레)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옛말에 "칼보다 무서운 것은 글이요, 글보다 무서운 것은 말이다"는 말이 있다. 글이 칼보다 무서운 이유는 칼은 한 번 베거나 찌르면 끝이지만 글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말이 글보다 무서운 이유는 글은 틀리면 수정이 가능하지만 말은 한 번 뱉고 나면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글로 먹고 사는 기자들 입장에선 자신의 '펜'이 때로는 '칼'보다 위험한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은 여전히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펜대를 놀리며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 

지난 16일 배우 김새론이 자택에서 향년 24세의 나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범죄 혐의점이 없었던 점 등을 볼 때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새론을 꽃다운 나이 스물 넷에 죽게 만든 주범 중 하나는 언론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일보 정지혜 기자가 17일에 쓴 기사 <‘김새론 사망’ 충격…선정적 보도, 여론재판 성찰 목소리도>는 언론이 얼마나 잔인하게 김새론을 몰아세웠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배우 김새론 관련 최근 6개월 기사 제목 일부를 세계일보 정지혜 기자가 간추린 것. ‘김새론’으로 검색해 포털뉴스에 뜨는 매체의 기사들로만 정리했다.(출처 : 페이스북)

김새론은 지난 2022년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지난 2월 16일 사망하기까지 약 3년 동안 배우 일을 거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3년 동안 언론이 보인 행태는 너무도 잔인했다. 정 기자가 지난 6개월간 김새론에 대한 주요 언론 보도들을 살펴보면 위 도표에 나온 그대로 그야말로 '관종'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새론이 그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자기 개인사, 근황 등을 올린 것일 뿐인데 연예부 기자들은 마치 사냥감이라도 물은 것인지 '반성없는 김새론' 등의 딱지를 붙이며 무참하게 난도질했다. 김새론이 자기 소셜 미디어에 올린 근황에 관심을 보였던 건 연예부 기자들과 네티즌들이었고 ‘관종’이 싫다면 그가 원하는 관심을 주지 않으면 될 일인데 정확히 그 반대로 한 것이다.

어쩌면 연예부 기자들과 네티즌들에게는 술안주처럼 씹을거리가 필요했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그들에게 딱 맞는 씹을거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새론이 생전에 음주운전 후 교통사고를 내고도 파렴치하게 활동했다면 몰라도 그는 자필로 반성문까지 올리며 사죄했으나 그에게 한 번 찍힌 낙인은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김새론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 2023년 말 배우 이선균이 '마약 복용 의혹' 피의사실공표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해서 저 세상 사람이 된 바 있다. 이선균이 정말로 마약을 복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수사기관과 언론은 이선균을 이미 '마약사범'으로 낙인찍고 "죽어라, 죽어라" 고사를 지냈다. 결국 그들의 소원(?)대로 이선균은 저 세상 사람이 됐다.

2019년엔 걸그룹 f(x) 출신의 설리(본명 최진리)와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그 배경엔 역시 악성 댓글과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있었다. 특히 설리의 경우는 생전에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로 생각한다"며 노브라로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 바 있는데 이걸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은 그냥 놓지 않았고 '관종'이라고 매도하거나 심지어는 '정신병자'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연예계 뿐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도 이런 사례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퇴임 후 불과 1년 만에 세상을 등졌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엔 '논두렁 시계'로 대표되는 검찰과 언론의 지속적인 '피의사실공표'가 있었다. 이렇게 수시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모욕을 주니 치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 '논두렁 시계' 보도를 했던 당시 SBS 앵커 신동욱 씨는 자숙하기는커녕 지난 22대 총선 당시 서울 서초을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았고 보수 강세 지역구답게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데도 그가 이렇다 할 처벌을 받은 사실은 없었다.

김새론의 사망에 대해 고찰한 세계일보 정지혜 기자는 자신의 기사 말미에 "경찰은 김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와 별개로 미디어와 대중이 합작했던 지난 3년의 서사가 고인의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그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는 얼마나 됐을지 돌아보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 말대로 기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펜'이 때로는 '칼'보다 무서운 살인무기이자 흉기라는 걸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과연 김새론의 죽음에 언론의 책임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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