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조선일보가 발표한 5일자 사설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2024헌나8) 당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꾸짖은 내용에 대해선 일절 숨기고 민주당에 대해 짤막하게 쓴소리를 한 부분에 대해서만 크게 부각시키는 추태를 부렸다.
5일 0시 10분 홈페이지에 게재된 조선일보의 <헌재도 비판한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란 제목의 사설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과도한 탄핵소추와 입법권 남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며 헌재가 민주당의 행태를 지적한 것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추켜세웠다.
당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 낭독에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노력했어야 한다”고 국회를 향해서 쓴소리를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결정문의 내용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 양보 등 정치적 수단을 통해 풀 수 있는 문제임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해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허물었다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점에 대해선 쏙 빼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중대한 위법 행위지만, 민주당의 횡포와 전횡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요소로 판단한 것"이라며 아전인수(我田引水)에 가까운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걸고 넘어지는 추태를 부렸는데 조선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이재명 대표는 헌재 선고 직후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민주적 폭주는 거의 모두 이 대표가 자신의 방탄을 위해서 행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없는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통절하게 반성하고 자책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다"고 했다.
분명히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4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의 탄핵심판 선고 당시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다. 이 사건 탄핵소추 주요 목적은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즉,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 주요 목적을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반민주적 폭주' 운운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로 인해 피해를 겪은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는 추태를 부린 것이다.
아울러 '이재명 방탄' 프레임 역시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맹비난에 가깝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 3년 내내 밖으로는 정치 검찰의 공세에 시달렸고 2년 동안은 당 내 비명계 세력들의 집단 배신에 시달렸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 운운하는 것은 전혀 온당하지 못하며 오히려 조선일보의 이같은 궤변이야말로 정파적 시각을 다분히 띄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조선일보의 해당 사설을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당 일각은 마치 점령군이나 된 듯이 환호하고 있다. 한 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보복성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며 민주당을 향한 일방적인 비난과 모함, 그를 통한 대중 선동적 행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을 '보복성 탄핵'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조선일보의 일방적인 맹비난에 불과하다. 지난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청구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마 재판관 미임명을 중대한 위헌, 위법 행위라고 지적하며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두 사람 모두 헌재의 그 같은 결정이 나오고 한 달 반이 지났음에도 차일피일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후대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뭉개도 된다"는 잘못된 교훈을 심어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한덕수, 최상목 두 사람 모두 윤석열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이전에 통과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4개월째 후보자 추천을 미루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 이렇게 국회를 우습게 알고 내란 공범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것을 징벌하는 것이 '보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조선일보는 해당 사설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새 정부 출범 전까지 한덕수 대행 체제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과 안보 위기에 대처하려면 민주당이 깊은 책임감으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점령군 행세가 아니라 국가적 불행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 민주당이 국익을 우선하는지 자신들의 권력욕을 앞세우는지 지금부터 국민들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을 보고 '점령군 행세' 운운하는 것 역시 조선일보의 일방적 비난에 불과하며 국가적 불행을 야기한 것은 엄연히 제멋대로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단 한 줄도 하지 않고 민주당을 향해서만 고래고래 비난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동아일보, 서울신문과 더불어 국내 현존하는 언론사 중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단 3개 뿐인 언론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는 갈수록 저질스럽게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보수층들을 선동하는 이런 부류의 사설이 과연 언론사로서 제대로 된 사설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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