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검사가 휴대폰 제출하면 정보 없애버리자고 회유"

애초부터 명태균 게이트 수사 의지 없었던 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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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 등의 결정적 증거로 분석되는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과 관련, 검찰이 명태균 씨에게 "황금폰을 검찰에 제출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 내용은 없애버리자고 회유했다"는 명태균 씨 쪽 증언이 나왔다.

또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가 "전자레인지에 휴대전화를 돌려서 폐기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 외에도 "아이폰 13프로 비밀번호(비번) 16자리로 하지 그랬냐",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져버리지 그랬냐"고 하는 등 증거 인멸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연이어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 밖에 명 씨에 대한 검찰의 회유·압박을 변호사들이 견제하려 하자, 검찰이 명 씨에게 변호사 사임을 설득했다고도 한다. 대통령 부부로 향하는 '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검찰이 위법·부실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 "황금폰서 정치자금 위반만 빼고 없애자"
■ "황금폰 처가에 있었는데 검찰 노력 안해"
■ "시골 변호사 사임시켜라" 황당한 설득도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에서 명 씨 측 변호인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 씨 쪽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수사를 무마하려고 한 정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검찰이 '명 씨가 황금폰 3개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제출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정보만 선별한 뒤 폐기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지난 22일 명태균 씨가 갖고있다 검찰에 제출한 황금폰 3개와 이동식저장장치(USB)라며 공개한 사진. 왼쪽 황금폰 3개, 오른쪽 로봇모양 USB.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지난 22일 명태균 씨가 갖고있다 검찰에 제출한 황금폰 3개와 이동식저장장치(USB)라며 공개한 사진. 왼쪽 황금폰 3개, 오른쪽 로봇모양 USB.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디지털 포렌식할 때 '수사와 관련 없는 사안은 폐기한다'고 검사가 피의자에게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통상적인 설명이 아니었다는 게 명 씨 변호인의 주장이다. 그는 “검찰이 휴대폰 증거 폐기를 설명할 때 내가 함께 있었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회유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들 하는 행동이 아무래도 휴대폰을 없애버릴 거 같았다"며 "수사보고서만 작성하고 무혐의 처리해버리면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처리할 거 같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모종의 협약서 같은 문건을 작성했고 검찰이 따로 사본을 주지 않고 원본은 가져갔다고 한다.

명 씨 변호인 쪽은 이 외에도 검찰의 부실·위법 수사가 이뤄진 정황이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황금폰 압수수색' 과정이다. 애초부터 검찰이 황금폰을 찾으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명 씨 쪽 주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4월 10일 총선 이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에 대해 4차례 진술조서를 받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을 포착했다. 당시 검찰이 강 씨의 증언을 믿지 않자, 강 씨는 휴대전화와 USB까지 임의제출하며 증거까지 제공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뒤 수사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스토마토>가 보도를 한 뒤였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31일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3시까지 명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돌아가고 있다. 2024.10.31. 연합뉴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31일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3시까지 명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돌아가고 있다. 2024.10.31. 연합뉴스

이후 언론에서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검찰은 9월 30일, 10월 31일 명 씨의 자택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히 10월 압수수색 당시 자택을 떠나 외부에 있었던 명 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아버지 산소에 가는 길이다. 오늘 다 불지르러 간다. 불 지르고 치워버린 다음에 내가 죄 지은거 있으면 감수하고 말지.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해, 검찰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황금폰을 찾아나섰으나, 명 씨의 처남 이아무개 씨가 참고인 조사에서 "황금폰을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졌다"고 했다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렸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가 1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9. 연합뉴스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가 1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9. 연합뉴스

그러나 이에 대해 명 씨 변호인은 전혀 다른 발언을 했다. 변호인은 "황금폰은 원래 명태균 처남 이○○씨와 장인·장모가 사는 집에 갖다놨는데 (검찰이) 압수수색을 못했다. 부실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면서 "(검찰의) 의도를 모르겠는데 그런 허점들이 있다. 다 징계감"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명 씨와 처남 이 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진술을 뒤바꾸는 등 혼선을 줬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검찰이 처가까지 제대로 압수수색을 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찾지 않은 게 오히려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명 씨 쪽 변호인은 명 씨 전언을 통해 검찰이 명 씨에게 직접 '변호사 사임'을 종용했다고도 주장했다. 명 씨 변호인은 "(검사가) 변호사 사임하라고 명태균을 압박했다. 그래서 김소연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남상권 변호사도 시골변호사라는 이유로 검찰이 사임시키라고 말했다"는 명 씨의 설명을 전했다. 검찰이 명 씨가 선임한 변호인을 사임시키고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컨트롤하기 좋은 변호인을 붙이려고 시도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 "아이폰 13프로 비번 16자리 하지 그랬냐"
■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져버리지 그랬냐"
■ "영상녹화한 것 못준다" "피신조서 못준다"

이 밖에 명 씨 쪽 변호인은 이른바 '황금폰 전자레인지 사건' 외에도 "피의자 입장에서 검사가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것처럼 들을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여럿 있다"며, 검찰의 발언들을 전했다.

앞서 명 씨는 지난달 20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 법정에서 "수사 검사가 나에게​ '(황금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폐기해라. ​우리도 전화기 반납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검사가 그래도 되냐"고 증언해 파문이 일었다. 검찰 쪽은 "증거인멸을 권유한 적 없다"고 반박했지만, 파장은 컸다.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전자레인지 폐기'를 언급한 데 대해 감찰까지 요구했다.

명 씨 쪽 변호인은 '전자레인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당시 수사 검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전했다. 명 씨 쪽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창원지검 형사 4부 홍등불 검사(로스쿨 4기)는 '전자레인지' 발언 외에도 "아이폰 13프로 비밀번호를 16개로 하지 그랬냐"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고발사주 사건' 당시 검찰에 24자리 비밀번호를 걸린 아이폰을 제출해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한 사건이 떠오르는 예를 언급했다고 한다.

마창대교 전경. 2016.12.9.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창대교 전경. 2016.12.9.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홍 검사가 명 씨에게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져버리지 그랬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명 씨 쪽 변호인은 "없애버리라고 하면 할 수 있는데 왜 안했냐는 것"이라며, 수사 검사가 꾸준히 증거 인멸을 종용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또 명 씨 쪽 변호인은 검찰이 방어권 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 변호인은 명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은 지난해 11월 8일 검찰 쪽에 ①영상녹화실에서 조사를 받겠다 ②명태균 씨가 무릎이 좋지 않으니 오후 4시까지만 조사 받겠다 ③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가 작성돼서 열람하고 도장찍으면 바로 복사해달라 등 세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2.27. 연합뉴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2.27. 연합뉴스

그러나 검찰 쪽에서 피신조서 복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변호인 쪽은 " 두가지는 받아주고 세 번째(피신조서 복사)는 안된다고 했다. 정보공개 청구하라고 해서 (검찰 쪽과) 싸웠다. 제3자가 하는 것이지 무슨 정보공개청구냐"고 말했다. 아울러 명 씨 쪽은 영상녹화실에서 찍은 영상 CD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명 씨 쪽은 검찰에서 황금폰 자료를 선별한 뒤,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가 있는 등 수사가 애초부터 부실·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검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관계자임에도 특검을 통한 수사를 요구할 정도로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은 창원지검에 명 씨 쪽 변호인의 증언 및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 여부 및 입장을 듣기위해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창원/허재현·김성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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