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 등의 결정적 증거로 분석되는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과 관련, 검찰이 명태균 씨에게 "황금폰을 검찰에 제출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 내용은 없애버리자고 회유했다"는 명태균 씨 쪽 증언이 나왔다.
또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가 "전자레인지에 휴대전화를 돌려서 폐기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 외에도 "아이폰 13프로 비밀번호(비번) 16자리로 하지 그랬냐",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져버리지 그랬냐"고 하는 등 증거 인멸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연이어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 밖에 명 씨에 대한 검찰의 회유·압박을 변호사들이 견제하려 하자, 검찰이 명 씨에게 변호사 사임을 설득했다고도 한다. 대통령 부부로 향하는 '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검찰이 위법·부실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 "황금폰서 정치자금 위반만 빼고 없애자"
■ "황금폰 처가에 있었는데 검찰 노력 안해"
■ "시골 변호사 사임시켜라" 황당한 설득도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에서 명 씨 측 변호인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 씨 쪽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수사를 무마하려고 한 정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검찰이 '명 씨가 황금폰 3개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제출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정보만 선별한 뒤 폐기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포렌식할 때 '수사와 관련 없는 사안은 폐기한다'고 검사가 피의자에게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통상적인 설명이 아니었다는 게 명 씨 변호인의 주장이다. 그는 “검찰이 휴대폰 증거 폐기를 설명할 때 내가 함께 있었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회유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들 하는 행동이 아무래도 휴대폰을 없애버릴 거 같았다"며 "수사보고서만 작성하고 무혐의 처리해버리면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처리할 거 같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모종의 협약서 같은 문건을 작성했고 검찰이 따로 사본을 주지 않고 원본은 가져갔다고 한다.
명 씨 변호인 쪽은 이 외에도 검찰의 부실·위법 수사가 이뤄진 정황이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황금폰 압수수색' 과정이다. 애초부터 검찰이 황금폰을 찾으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명 씨 쪽 주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4월 10일 총선 이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에 대해 4차례 진술조서를 받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을 포착했다. 당시 검찰이 강 씨의 증언을 믿지 않자, 강 씨는 휴대전화와 USB까지 임의제출하며 증거까지 제공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뒤 수사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스토마토>가 보도를 한 뒤였다.

이후 언론에서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검찰은 9월 30일, 10월 31일 명 씨의 자택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히 10월 압수수색 당시 자택을 떠나 외부에 있었던 명 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아버지 산소에 가는 길이다. 오늘 다 불지르러 간다. 불 지르고 치워버린 다음에 내가 죄 지은거 있으면 감수하고 말지.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해, 검찰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황금폰을 찾아나섰으나, 명 씨의 처남 이아무개 씨가 참고인 조사에서 "황금폰을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졌다"고 했다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렸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명 씨 변호인은 전혀 다른 발언을 했다. 변호인은 "황금폰은 원래 명태균 처남 이○○씨와 장인·장모가 사는 집에 갖다놨는데 (검찰이) 압수수색을 못했다. 부실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면서 "(검찰의) 의도를 모르겠는데 그런 허점들이 있다. 다 징계감"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명 씨와 처남 이 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진술을 뒤바꾸는 등 혼선을 줬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검찰이 처가까지 제대로 압수수색을 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찾지 않은 게 오히려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명 씨 쪽 변호인은 명 씨 전언을 통해 검찰이 명 씨에게 직접 '변호사 사임'을 종용했다고도 주장했다. 명 씨 변호인은 "(검사가) 변호사 사임하라고 명태균을 압박했다. 그래서 김소연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남상권 변호사도 시골변호사라는 이유로 검찰이 사임시키라고 말했다"는 명 씨의 설명을 전했다. 검찰이 명 씨가 선임한 변호인을 사임시키고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컨트롤하기 좋은 변호인을 붙이려고 시도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 "아이폰 13프로 비번 16자리 하지 그랬냐"
■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져버리지 그랬냐"
■ "영상녹화한 것 못준다" "피신조서 못준다"
이 밖에 명 씨 쪽 변호인은 이른바 '황금폰 전자레인지 사건' 외에도 "피의자 입장에서 검사가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것처럼 들을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여럿 있다"며, 검찰의 발언들을 전했다.
앞서 명 씨는 지난달 20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 법정에서 "수사 검사가 나에게 '(황금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폐기해라. 우리도 전화기 반납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검사가 그래도 되냐"고 증언해 파문이 일었다. 검찰 쪽은 "증거인멸을 권유한 적 없다"고 반박했지만, 파장은 컸다.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전자레인지 폐기'를 언급한 데 대해 감찰까지 요구했다.
명 씨 쪽 변호인은 '전자레인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당시 수사 검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전했다. 명 씨 쪽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창원지검 형사 4부 홍등불 검사(로스쿨 4기)는 '전자레인지' 발언 외에도 "아이폰 13프로 비밀번호를 16개로 하지 그랬냐"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고발사주 사건' 당시 검찰에 24자리 비밀번호를 걸린 아이폰을 제출해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한 사건이 떠오르는 예를 언급했다고 한다.

또 홍 검사가 명 씨에게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져버리지 그랬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명 씨 쪽 변호인은 "없애버리라고 하면 할 수 있는데 왜 안했냐는 것"이라며, 수사 검사가 꾸준히 증거 인멸을 종용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또 명 씨 쪽 변호인은 검찰이 방어권 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 변호인은 명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은 지난해 11월 8일 검찰 쪽에 ①영상녹화실에서 조사를 받겠다 ②명태균 씨가 무릎이 좋지 않으니 오후 4시까지만 조사 받겠다 ③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가 작성돼서 열람하고 도장찍으면 바로 복사해달라 등 세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쪽에서 피신조서 복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변호인 쪽은 " 두가지는 받아주고 세 번째(피신조서 복사)는 안된다고 했다. 정보공개 청구하라고 해서 (검찰 쪽과) 싸웠다. 제3자가 하는 것이지 무슨 정보공개청구냐"고 말했다. 아울러 명 씨 쪽은 영상녹화실에서 찍은 영상 CD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명 씨 쪽은 검찰에서 황금폰 자료를 선별한 뒤,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가 있는 등 수사가 애초부터 부실·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검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관계자임에도 특검을 통한 수사를 요구할 정도로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은 창원지검에 명 씨 쪽 변호인의 증언 및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 여부 및 입장을 듣기위해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창원/허재현·김성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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