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여야 후보가 나란히 대전을 찾았다. 정권 교체 여부를 가를 ‘스윙보터’ 충청권, 그 심장부에 선 두 후보의 행보는 출발부터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저녁 6시,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오후 1시 30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후보의 첫 유세는 시종일관 ‘시민 중심’과 ‘민생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이 후보는 단상에 올라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이 나라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 중 시민들은 “지금은 이재명”을 연호했고, 이 후보는 “충청의 사위답게 행정수도와 과학기술 중심도시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유세 연설에서 공공의 책임, 공직자의 사명, 정치의 본질을 역설하며 청중과 감정적 호흡을 이어갔다. 특히 “대통령이란 국민의 충직한 대리인”이라는 발언은 그간 ‘국가 권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유권자들에게도 울림을 줬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보수 정당의 상징적 공간인 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등을 참배하며 출정의 의미를 다졌다. 김 후보는 방명록에 “위대한 대한민국”이라고 적었고,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호국보훈 정신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명예롭게 모시는 것이 국정의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대전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도 “세종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고 CTX(광역철도)를 개통하겠다”며 교통과 분권 공약을 내세웠다. “지방에 권한을 이양하고, 대전이 그린벨트를 스스로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지역 자치 확대에 대한 구상을 담고 있었다.
다만 이날 일정에서 고(故) 채수근 해병 상병의 묘소 참배는 일정상 불참하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대신 참배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현충탑 참배로 갈음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는 유세 연설의 상당 부분을 공정한 기회의 확대, 정치 개혁,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은 정치의 방향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로 채웠다. 직접적인 공약 제시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시민들과의 호흡과 공적 담론에 방점을 찍은 방식이었다.
여야 후보 모두 충청권을 '정치의 중심'으로 위치 지으려 했지만, 한 후보는 시민의 환호 속에서 ‘함께 만드는 미래’를 이야기했고, 다른 한 후보는 순국선열 앞에서 ‘잊지 말아야 할 과거’를 다짐했다. 메시지는 달랐고, 시선이 머문 방향도 달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같은 대전 일정이었지만 두 후보가 선택한 공간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었다”며 “이 후보가 시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감정적 공감과 동력을 확보하려 했다면, 김 후보는 보수 진영 핵심 가치에 기대 조직 결집을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의 방향성보다 정치의 문법에서 두 사람의 기조 차이가 드러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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