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단] ‘시진핑 실각설’과 서방 언론의 중국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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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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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곽덕환 전 한남대 교수] 최근 한국 언론은 미국의 반중 매체들이 제기한 ‘시진핑 실각설’을 여과 없이 인용하며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기반의 정보나 소문이 마치 정설처럼 퍼져나가고, 자극적인 제목이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가운데, 그 이면에 있는 중국 권력의 구조적 실체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하다. 중국 정치의 권력 메커니즘을 알면, 이러한 루머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마오쩌둥이 말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枪杆子里面出政权)”는 유명한 언급이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단순히 무력이나 권위에 의해 유지되지 않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상징적 표현일 뿐이다. 실제로 중국 정치에서는 철저한 노선 투쟁(line struggle), 즉 ‘누구의 노선이 당과 국가의 미래발전에 적합한가’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권력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 직후 사인방(四人帮)과 화궈펑(华国锋)과의 투쟁에서 승리하며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그는 1978년 12월 열린 제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천명했으며, 당시 연설에서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贫穷不是社会主义)”라고 단언하며 계획경제 노선을 사실상 수정했다.

덩의 노선은 당 내부 보수세력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 재건과 국력 강화라는 목표에 설득력을 얻었기에 당내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시진핑 체제도 이와 유사한 논리를 따른다. 오늘날 그의 국가 발전에 대한 핵심 구상은 ‘중국몽(中国梦)’이다. 미국과의 전방위적 경쟁에서 체제의 안정성과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시진핑은 2013년 초 전국인민대표대회 연설에서 “중국몽은 국민 모두의 꿈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이 국정 비전은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외교, 과학기술, 국방 등 전 분야에 일관되게 투영되고 있다.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사상적 권위와 제도적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당내 공산당원로 및 절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3연임도 가능해졌다. 2023년 중국 최고인민회의는 만장일치로 시진핑을 국가주석으로 재선출하며 그의 권위에 이견이 없음을 확인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각’이라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설 자리가 없다. 서방 언론이 가정하는 ‘민주화 세력의 잠재적 반발’이나 ‘권력 내부의 균열’은 중국 정치 구조상 드러나기 어렵다. 서방 세계는 중국 지식인들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내심 지지할 것이라 믿지만, 이는 당내 기반 없는 상태에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국 지식인층의 다수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민족주의적 태도를 공유한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조차 중국식으로 재해석하여 적용하는 현실주의자들이다.

실제로 시진핑은 “마르크스주의 기본원리를 중국의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이념적 혁신”이라고 강조하며,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시대적 과제를 21세기의 중심 이론으로 천명했다(2021년 당 창건 100주년 기념 연설). 이는 서방과의 이념적 동조가 아닌 중국식 독자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임을 보여준다.

곽덕환 전 한남대 교수
곽덕환 전 한남대 교수

결국, 시진핑 실각설은 서방 언론이 중국을 오독(誤讀)한 결과이자, 한국 언론이 이를 여과 없이 반복한 또 다른 사례이다. 중국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권력 투쟁의 방식, 정치의 정당성 논리, 지도층의 이념 구조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정보의 진위를 분별하지 못한 채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 보도는 독자들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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