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2.3 내란 사태의 수괴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들의 준동이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오가는 서울 명동과 중국인,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림동 일대에서 혐중 시위를 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 4일 조선일보가 <표현의 자유 외치던 민주당, 反中 시위 금지법 발의>란 기사를 내어 논란을 일으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조선일보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극우 세력들의 혐중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해당 기사를 보면 서두에서부터 "이달 말로 추진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방한을 앞둔 조치로 해석됐다"며 마치 민주당이 중국 눈치를 보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또 "하지만 집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온 민주당에서 시위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혐중 시위 역시 마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에 따라 무조건 보장되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이나 다름 없다.
조선일보가 끄집어낸 법안은 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지난 2일 발의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데 특정 인종이나 특정 국가 출신,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혐오 집회의 주최를 금지하고, 또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욕을 집회 제한 통고 대상에 추가한 것이다.
김 의원의 법안 발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반중 집회를 비판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윤석열 지지자를 자칭하는 극우 세력들의 명동, 대림동 일대 중국인들을 겨냥한 혐중 시위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하며 이를 근절할 방안을 만들도록 각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국민의힘 측 주장을 들먹이며 마치 민주당이 추진하는 해당 법안이 '중국 눈치보기'인 양 여론 선동에 나섰다. 기사 말미의 "야권에선 '민주당은 그동안 반미·반일 선동에 앞장서지 않았느냐'며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반일 선동, 사드·광우병 괴담 반미 선동은 민주당 특기 아닌가'라며 '누가 누굴 보고 특정 국가 혐오를 운운하나'라고 했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극우 세력들의 혐중 시위 제한을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몰고 가려는 선동이라 볼 수밖에 없다. 나경원 의원의 해당 발언은 억지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는 실제 일본이 바다에 투기했고 그로 인한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핵오염수의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를 두고 '반일 선동'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광우병 괴담' 역시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안전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정부를 압박한 덕에 당시 이명박 정부가 결국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겠다고 해서 국민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은 이 점을 쏙 빼고 '반미 선동' 운운하고 있다. 사드 역시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에 대해 국민적 여론 수렴도 없었고 불안감 해소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덜컥 배치 결정부터 했다.
광우병의 위험성과 사드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한들 정부는 충분히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모두 보수 정부 시절 때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소통 노력도 없이 덜컥 저지르고 보면서 국민적 반발이 일어난 것인데 어떻게 '반일 선동', '반미 선동' 운운하고 있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나 사드 배치 반대 시위 때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시위 때나 당시 시위대들이 지금 극우 세력들처럼 미국인들을 때려잡아야 할 적인 양 혹은 일본인들을 때려잡아야 할 적인 양 선동하지 않았다. 또한 3개의 사건은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다.
반면에 현재 극우 세력들의 '혐중 시위'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중국 공산당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선거 패배 책임을 애꿎은 중국에다 뒤집어 씌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걸 표현의 자유라고 방치해야 한단 말인지 나경원 의원과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차라리 중국의 불법조업이나 문화 침탈, 역사왜곡 등에 대해서 규탄하는 시위를 한다면 국민적 공감도도 높았을 것이고 필자 또한 그에는 백 번, 천 번 찬성했을 것이다. 그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규탄의 목소리를 내야할 사안이고 아무리 한중관계가 중하다고는 해도 그냥 덮고 넘어갈 순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극우 세력들의 혐중 시위는 모두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한 것일 뿐이다. 자신만의 그릇된 믿음에 빠져 중국인들을 공격하는 것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인가? 이미 우리 민족은 100년 전에 그 '음모론' 때문에 피해를 봤던 역사적 사례가 있다는 것을 잊었는가?
1923년 일본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숱한 인명피해, 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졌는데 당시 일본 극우 세력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자경단들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는 둥 "조선인들이 독이 든 만두를 나눠주고 있다"는 둥 헛소문을 퍼뜨리며 6000~2만여 명의 조선인을 학살하는 '관동대학살'을 자행했다.
조선일보와 나경원 의원은 관동대학살 당시 일본 극우 자경단의 만행도 '표현의 자유' 운운할 것인지 묻고 싶다. 저 당시 일본 극우 자경단의 만행과 지금 일본 극우 단체인 재특회의 만행 그리고 윤석열 지지자를 자칭하는 국내 극우 세력들의 만행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필자는 10년 전 독일에 갔을 때 베를린에서 네오 나치 단원들과 조우한 바 있었다. 당시 필자는 베를린 시민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그들이 네오 나치 단원들을 대신 경찰에 신고해준 덕분이었다. 그 네오 나치 단원들이 필자에게 보였던 적대적인 행태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네오 나치들은 독일 곳곳에서 튀르키예 이민자들을 포함한 여러 나라 이민자들을 혐오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그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그들을 범죄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들 역시 튀르키예 이민자들을 포함한 이민자들을 혐오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그들을 어떻게든 제재하려 하고 있다. 그럼 이런 독일 정부의 모습도 '표현의 자유' 억압인가? 만일 그 기사를 쓴 김상윤 기자나 나 의원 본인이나 10년 전 필자가 독일에서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어도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조선일보가 저런 기사를 쓴 것은 결국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친중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여론 선동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도가 아니고서야 저런 식의 기사는 쓸 수 없다.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 운운하기 전에 과연 12.3 내란 사태의 명분이 됐던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해 외국인 혐오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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