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대전세종충남 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7일간 이어진 전면 파업이 31일 노사 간 최종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병원은 8월 1일부터 정상 진료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전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벌어진 최초의 총파업이라는 점에서, 공공의료의 구조적 취약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병원 노사는 ‘정근수당 도입’ 문제를 두고 맞서왔다. 노동조합은 저임금 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 50% 수준의 정근수당을 요구했으며, 대전시는 공공의료 재정 부담을 이유로 20% 수준을 고수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국 중간 지점을 찾으며 접점에 이르렀다. 특히 ‘저연차 직원도 정근수당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은 단일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단체협약에 따라, 3년(만 2년 초과) 이상 재직자에게 정근수당을 신설해 2026년 1월부터 적용한다. 연 2회 지급되며,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의 5~20%가 가산된다. 호봉 기준 근속연수가 적용되며, 1년 미만은 제외된다. 또한 “이번 합의가 기존 노동조건에 불이익을 주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병원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더 나은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의료진은 환아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파업을 미루고 협상을 이어왔고,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일부 환아 가족들 역시 “치료 중단은 치명적”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병원 내부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거치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구조적 문제도 다시 떠올랐다. 병원은 국비 50%, 시비 50%로 설립되었으나, 운영비는 대전시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장애아동 재활치료라는 특수성과 높은 인건비 구조에 비해 낮은 수가 체계는 만성 적자를 불러왔고, 2024년 기준 40억 원의 운영 적자가 예상된다.
중증장애 아동의 재활치료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치료의 지속성은 곧 생애권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병원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재정 논리를 넘어선 사회적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협상이 마무리되며 병원은 정상화 수순에 들어섰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공공병원의 역할과 책무, 책임의 주체를 둘러싼 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장애아동 부모이자 병원 설립 운동을 주도했던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은 “공공의료는 정치도 재정 논리도 아닌, 국민의 생명권을 다루는 기본 책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더는 책임을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지속 역시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 없이는 어렵다는 의미다.
공공의료는 ‘착한 적자’라는 말처럼 수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시스템이다. 이번 협상이 일단락된 지금, 실질적인 운영비 국비 지원과 제도 개선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다음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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