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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시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우리는 일상에서 면죄부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사용한다. 그리고 지난 2주간 대통령 부인 김건희와 관련하여 ‘면죄부’라는 단어를 매스컴에서 자주 접하게 되었다. 서양의 중세시대에 대사(大赦: 죄를 면하게 해주는 일)의 조건으로 재물 받아 물의를 빚었던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면죄부는 비리나 악행을 눈감아 주는 부정적인 의미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의 면죄부라는 말은 검찰의 활동과 관련하여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형사범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적발하고 수사하여 그 범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관이다. 그리하여 검찰이 범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판단하면 법원에 기소를 하여 범죄여부가 사법적으로 확정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를 결정하여 피의자에게 범죄 없음을 확인해 주어야 한다. 검찰은 법원, 경찰과 함께 대내적인 치안과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핵심적인 국가기관으로 흔히 형사사법기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기관들의 역할과 활동이 없다면 공동체구성원들은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질서유지를 기본적인 책무로 하는 이들 기관들에게 공동체는 강력한 공권력을 부여하여 형사적인 범죄의 예방과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구성원들은 이에 순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검찰이 특정 피의자의 범죄활동이 분명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이 되고 또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현실적으로 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범죄여부를 규명하지 못하고 불기소 처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불기소 처분으로 면죄부가 주어졌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벗어날 수 없다. 지난 2주간 엄청난 뉴스거리를 제공한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 대한 불기소처분은 이러한 부정적 의미에서의 면죄부 파동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검찰은 10월2일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사건과 관련하여 고발된 대통령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 그리고 최재영 목사 세 사람 모두를 무혐의 처분 종결하였다. 검찰은 국민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진 수사발표라는 점을 의식이라도 한 듯 무혐의로 판단한 이유를 107페이지 분량의 PPT자료를 준비해서 자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번 결정이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종국적으로는 공소 유지와 입증의 책임을 지는 수사팀이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소가 웃을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10월17일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및 방조 그리고 ‘전주(錢主)’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 대해 무혐의로 확정짓고 불기소 처분하였다. 앞의 ‘명품백 수수’사건의 수사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100장 이상의 PPT자료로 무려 4시간에 걸친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2020년 4월 검찰이 고발장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지 4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주가조작 일당은 재판에 넘겨져, 1심(2023년 2월)과 2심(2024년 9월)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더 이상 미루기에는 도저히 어려운 상황에서 발표된 수사결과는 부실수사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발표에서 얼마나 황망했던지 금방 들통날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 당했다고 17일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이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을 해친 혐의로 고발된 피의자의 범죄여부를 파헤치는 검찰의 역할을 한 것인지, 피의자의 피의사실을 변호해주는 변호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위 두 사건의 처리과정과 결과는 그 피의자가 대통령 부인이라는 점과 공직자와 관련된 부정부패 그리고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질서를 교란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검찰은 두 사건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피의자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려 면죄부를 준 셈이 되고 말았다.
10월 2일과 17일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많은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은 국가공동체의 기본적인 질서와 규범이 지켜지도록 형사범죄를 예방하고 처리하는 국가기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국가기구보다도 그 활동의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고 정의에 부합해야 한다. 그래서 질서유지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의 검찰은 다른 형사사법기구인 법원과 경찰에 비해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2023 한국의 사회지표). 그리고 2023년 10월에 한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대국민 검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신뢰도는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검찰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는지’의 물음에 대해 19.9%만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72.8%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대답하여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위 두 사건의 처리결과로 인해 검찰은 국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 사건에 관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응징의 목소리와 검찰의 해체를 통한 대안의 모색에 대한 요구는 점점 거세질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은 70년 전통의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든 든든한 후견인이 아니라 검찰의 위상과 존망을 위협케 한 장본인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제 검찰이 쓰디 쓴 대가를 받아야 할 차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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