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뉴스타파가 지난 20일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에 실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보고서 및 원본 데이터 일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오세훈 시장을 위해 명태균이 여론조사를 해줬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발견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태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 업체인데 명태균은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자신이 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오세훈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해 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의뢰자에게 로데이터(Raw Data)를 함께 제공하는 게 명태균의 비지니스 전략"이라고 말했다. 로데이터란 ARS 여론조사에 응답한 사람의 전화번호와 성별 및 지역, 후보와 정당 지지 성향 등을 종합한 정보다.
여론조사 결과를 만드는 원본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통상 여론조사기관은 결과 보고서만 제공할 뿐 로데이터를 주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의뢰자가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측에서 확인한 결과 명태균은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총 13차례 실시했고 조사 때마다 로데이터 파일이 별도로 작성된 사실도 확인됐다.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 측에 "명태균이 오세훈 측에 주려고 로데이터 파일을 만들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태균은 대선 당시에도 이런 비슷한 행태를 했던 바 있는데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 당시 비공표 여론조사를 9차례 진행하고 그 때도 강혜경 씨로부터 로데이터 파일을 요청해서 받아갔다. 뉴스타파는 이를 두고 "명태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의 핵심은 '로데이터 파일'의 존재와 전달 경로, 그리고 실제 선거에서 이를 어떻게 악용했는지 밝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서울시장 여론조사 보고서는 총 25건인데 이 중 7건은 언론에 발표된 공표 조사였지만, 나머지 18건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비공표(비공개) 여론조사였다. 비공표 여론조사 중 13건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관련 설문이 포함됐다.
공표 조사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증하지만, 비공표 조사는 검증이 어려워 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다. 응답자의 개인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등 악용 소지도 크다. 뉴스타파는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 13건을 면밀하게 검증해 명태균이 비공표 조사를 통해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에서 오세훈에게 더 유리한 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했던 흔적을 다수 포착했다.
뉴스타파는 비공표 여론조사를 2~3회 실시한 뒤, 언론 공표용 조사를 1회 실시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질문을 계속 조정해나가는 등 마치 본 게임 전에 하는 연습 게임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2021년 3월에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는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단일화를 결정했는데 이 때 항목은 적합도와 경쟁력 두 가지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단일화 조사 열흘 전인 2021년 3월 12일 미래한국연구소 비공표 여론조사도 적합도, 경쟁력, 양보안 등 3가지 항목으로 실시됐다. 일찍이 명태균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의 판을 본인이 짰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판'은 반복된 비공표 조사로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오세훈 시장 측은 명태균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받아본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공표 여론조사가 멈춘 시점도 공교로운데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에서 승리하자 조사도 멈췄다. 뉴스타파는 후보 단일화는 2021년 3월 23일에 결정됐는데 명태균의 13차례 비공표 조사가 이뤄진 기간은 2020년 12월 22일~ 2021년 3월 21일이었다고 밝혔다.
특기할 점은 오세훈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마다 '로데이터'라는 이름의 파일이 만들어졌단 것인데 응답자의 정치 성향을 담고 있는 로데이터 파일은 여론조사 결괏값을 만드는 원본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로데이터 파일에는 응답자의 전화번호는 물론 지역, 연령대, 성별 그리고 선택한 후보가 숫자로 표기됐다.

예를 들어, 응답자 전화번호 옆에 '2;6;1;2;1;3;2' 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면 응답자가 서울 동북부에 살고, 60대 남성이고, 서울시장 후보로 안철수를 지지하고, 정치 성향은 보수라는 뜻이다.
명태균은 미래한국연구소를 처음 만들 때부터, 자신은 다른 업체와 달리 로데이터 파일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떡밥으로 썼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20일 한겨레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미래한국연구소가 미등록 여론조사업체였기에 가능했다.
저런 행태를 하면 여론조사기관 등록이 여심위로부터 취소될 수 있지만 미래한국연구소는 등록한 사실 자체가 없기에 등록 취소를 걱정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명태균은 말 그대로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저런 불법 행위를 태연하게 저질렀던 셈이다.
뉴스타파는 오세훈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의 로데이터 파일을 보면 5500여 명 이상의 오세훈 후보 지지자들의 휴대전화번호가 확인되고 반대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휴대전화번호도 존재한다며 "선거를 뛰는 후보자에게 로데이터 파일은 풀기 어려운 문제의 '힌트' 같은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뉴스타파 측과 인터뷰를 한 강혜경 씨는 "로데이터라는 게 네 편 내 편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내 편한테는 살짝만 이제 홍보를 하면은 그대로 이렇게 유지가 되지만, 내 편이 아닌 사람한테 홍보를 하게 되면 역효과가 나는 거죠. 민원 제기라든지 이런 게 많기 때문에. 일단은 그 위험성을 일단 배제를 해주고, 나머지 지지층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고"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이 로데이터 파일을 만들었다면 그건 명태균이 누군가에게 제공하기 위해 요청한 것이고 명태균의 요청이 없을 경우엔 따로 로데이터 파일을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오 시장 측은 명태균의 여론조사를 본 적도 없고 로데이터를 받은 사실 자체도 없다고 반박했으나 명태균을 만났던 사실은 인정했다.
18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했던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명 씨) 설명을 들어보니까 우리랑 견해 차이가 틀려서 서로 언쟁이 있었어요. 그래서 논쟁과 언쟁이 거세지니까 명 씨가 더 이상 공표가 됐든 비공표가 됐든 가져다 줄 기회가 없었던 거죠"라고 했다.

이에 봉지욱 기자가 강혜경 씨가 로데이터를 명태균에게 넘겼다고 주장하는데 캠프 입장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하자 이 특보는 "(명태균이) 그것을 다른 분 어느 분을 갖다 주셨는지 그거야 우리가 뭐 증명하거나 알 도리가 있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라고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창원지검은 오세훈 시장과 관련된 명태균 여론조사 자료 일체와 관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명 씨가 원본 데이터를 오세훈 측에 넘기기 위해 받아간 걸로 기억한다", "오세훈 후보 관련 여론조사 일부는 돈을 받고 진행했고, 일부는 무료로 진행했다"고 말했고 검찰에서도 똑같은 진술을 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측에서 오세훈 시장의 선거자금 사용 내역을 살펴본 결과 미래한국연구소 또는 명태균에게 지급된 비용은 없었다. 따라서 강혜경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거 자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지불했거나 혹은 윤석열 대통령 때와 같이 공짜로 여론조사를 받았다는 것이 된다. 물론 어느 쪽이든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과 로데이터 제공, 그리고 공짜 여론조사를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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