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공개 '북한군 손편지', '조작' 가능성 높아져

韓 지원 얻어내기 위한 '젤렌스키의 앵벌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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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신년 편지.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로부터 입수해 19일 보도했다.(출처 : WP 홈페이지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신년 편지.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로부터 입수해 19일 보도했다.(출처 : WP 홈페이지 갈무리)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작년 12월 24일 우크라이나 측에 의해 공개된 이른바 '북한군 손편지'가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손편지'를 공개한 이유가 한국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작년 1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OF)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장에서 사살한 북한군 병사 품에서 발견했다며 텔레그램에 공개한 손편지에 대해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딱 봐도’ 엉터리임을 직감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북한에서 19년 동안 인민군에서 복무했으며 대위까지 지낸 인물이다.

김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격자형 편지지에 '그리운 조선'으로 시작하는 4줄짜리 편지를 살펴보니, 북한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물론 어순과 표현 모두 흉내내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내가 병사였다면 이렇게 썼을 것”이라며 조목조목 SOF가 공개한 편지 내 표현의 오류들을 바로잡았다.

그는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 품을 떠나'라는 부분에서 '조선'이란 표현 대신 '조국'이란 표현을 쓰고 '정다운'이란 표현도 '그리운'이나 '정든'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즉, '그리운 조국, 정든 아버지 어머니' 쯤으로 시작해야 제대로 된 북한 식 표현이란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나온 '생일을 맞는 나의 가장 친근한 전우 동지인 송지명 동무'라는 둘째 줄 내용 역시 제대로 된 표현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는데 우선 북한에선 '나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친근한' 역시 주로 수령을 대상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무례한 표현이라고 했다. '동지'와 '동무' 역시 동의어이므로 겹쳐 쓸 필요도 없다.

한국일보는 김 대표가 이 문장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바로잡기도 어렵다”며 웃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에서 공개한 북한군 관련 자료들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은 김성민 대표만 내놓은 것이 아니다.

북한군 부소대장(상사) 출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역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시한 북한 관련 언급이나 자료 중에 신뢰가 떨어지는 것들이 꽤 있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 생포된 두 명의 북한군이 나왔으니 그게 물증이 되겠지만, 앞서 나온 편지나 신분증 등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부분들이 계속 눈에 띄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첫 손편지 직후에도 ‘정경홍’이라는 북한군 병사의 수첩에서 발견됐다는 메모와 더불어 최근엔 “용기 백배해 싸워달라”는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손편지를 공개했는데 이 편지들 또한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간 인민군 병사들 손편지가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끈 이유 중 주된 이유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 편지야말로 인민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입증할 확실한 물증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국내 언론사 대부분은 이 우크라이나 측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여과 없이 보내다시피 했다.

그러나 탈북민은 물론 대북 전문가들이 봤을 때도 편지 내용이 너무나도 엉성하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이는 ‘우크라이나의 대외전략’을 위해 만들어진 편지일 가능성도 꽤나 높아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일보 측에 “엄격하게 편지 내용에 대해 맞다, 틀리다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편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다만 모든 수단과 방법에 있어 모든 걸 총동원하는 게 전쟁이기에 이런 측면에서 조작 편지일지라도 이상하게 여길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우크라이나가 심리전 등을 위해 편지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편지가 가짜일 것으로 보는 김 대표 역시 “(우크라이나에 가 있을) 국정원 요원들이 돕기만 했어도 훨씬 완성도 높은 편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고 전했다.

그럼 우크라이나는 왜 '인민군 손편지'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을 무릅쓴 채 국제사회에 서둘러 공개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절박함'이 반영된 편지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열심히 파서 진실을 꺼내놓으면 그래도 한국이 더 움직여주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면서 “국정원과의 협력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개별적으로 전략을 이행하며 벌어진 일일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다시 말해 북한이 러시아 편을 들어 참전했듯이 한국도 우크라이나 편을 들어 참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선 젤렌스키를 가리켜 '무기 앵벌이꾼' 등으로 비하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젤렌스키가 외교적 실책을 일으켜 전쟁을 유발했고 서방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에 대한 감사는커녕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마치 자신들이 서방 세계를 대표해 러시아와 싸우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 등에 대한 반발 심리다. 급기야 '인민군 손편지' 조작까지 알려졌으니 이 역시 우크라이나의 '앵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무대책으로 외교를 국익이 아닌 선악의 논리로 접근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수시로 개입한 탓에 한러관계는 악화됐고 반대급부로 북러관계가 북소관계 수준으로 격상됐다. 현재 그 윤 대통령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영어(囹圄)의 몸이 됐고 우크라이나가 애타게 지원을 요청해도 국내 사정이 복잡하고 파병 동의를 해줘야 할 국회는 여소야대인 상황이기에 지원을 해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가 공개할 북한군 관련 정보를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손편지를 비롯해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홍 연구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열세가 지속되는 분위기 속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종전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이라며 “끝까지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심리전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외교는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이지 선악의 개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과연 우크라이나를 도왔을 때 우리가 얻게 될 국익이 무엇인지 그것이 한러관계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더 큰지를 철저히 따져서 움직여야 한다. 그냥 무턱대고 우크라이나의 '앵벌이'에 동정심을 느껴 섣불리 우크라이나 전쟁에 끼어들었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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