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5일 전남 광양·여수·순천·목포를 차례로 방문한다. 전날(14일) 부산과 경남 통영·창원·거제 방문에 이은 '동서 대장정'이다.
이 후보가 이날 거쳐가는 전남 동남부는 자체 생산소비 구조를 가진 비교적 유복한 지역이면서 남다른 지역색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후보가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선대위에 호남권 인사를 포진시키며 '서진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에 분노한 민심과 민주당에 호의적인 호남이라고 해서 마냥 '몰표'를 기대하며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무난하게 승리한다 해도, 자칫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면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호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선대위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이유다.
먼저 들르는 광양(인구 약 15만 명)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가소재하고 있다. 경북 포항(제철소)과 경남 울산(조선소)처럼 비수도권에서 비교적 안정적 고용 환경을 갖춘 몇 안 되는 곳이다.
광양 지역내총생산(GRDP)은 10조 원, 1인당 GRDP는 약 4만8000달러로 전국 상위권에 속한다. 소득수준은 높지만 지역내 노동자 비율이 높은 만큼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는 여전하다.
광양에는 30여 개 지역 노조로 구성된 한국노총 광양지부가 지역 노동계의 중심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부는 최근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정도로 민주당을 대하는 태도는 밝다.
다만 노동계 양대산맥인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미지수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노동당(정의당)과의 연대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로 관광 명소로 부각된 여수는 '힘숨찐(힘을 숨긴 진짜배기)으로 비유된다.
여수항만과 국가산업단지가 자리한 여수(인구 약 26만 명)는 지금은 다소 세가 누그러졌지만 오랫동안 '돈 많은 도시'로 불리운 도시다.
한 때 '여수에서는 돈 자랑 하지 마라', '배 들어오는 날에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융성했다.
지난 20대 총선(2016년)에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주도했던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이 몰아친 지역 중 하나다. 민주당3선이던있던 주승용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겨 4선에 성공했다.
미인이 많기로 소문한 순천(인구 27만6천여 명)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가 내리 당선됐다.
6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으로 보수당 소속 의원이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킨 지역이 바로 순천이다.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자랑하며 순천이 고향임을 내세우는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선대위에서 호남특별위원장을 맡아 김문수 후보를 돕고 있다.
국립순천대가 있는 순천은 지난해 '국립의대' 설립 정부 공모를 둘러싸고 목포와 경쟁하며 전남도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지역 자부심이 세다는 풀이다.
이 후보 동선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순천과 인접한 곡성도 '관심 지역'이다. 앞서 언급한 이정현 전 의원의 고향도 곡성이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순천과 함께 곡성에서 곡성에서 많은 표를 긁어모았다.
현재는 22대 대선에서 순천·광양·곡성·구례가 같은 갑과 을로 나뉘면서 민주당 김문수 의원과 권향엽 의원이 각각 지역구를 양분하고 있다.
담양 또한 민주당에게 있어 '약한 고리'다. 민주당은 지난 4.2 보궐선거에서 담양군수 자리를 조국혁신당 장철원 후보에게 넘겨줬다.
이 후보는 전날 창원 유세 연설에서 담양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해 "쓰디 쓴 약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덧붙여 "우리는 호남을 정말로 두려워한다 . 가면 박수를 쳐주지만 혹시 회초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언제나 눈치를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해안을 돈 이 후보는 서해안으로 접어들어 마지막 방문지로 목포를 찾는다.
인구 약 21만 명의 항구도시 목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과 인접해 있어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지역구 소속은 김원이 의원이지만 이 지역에서만 3선을 한 박지원 의원(현 해남·완도·진도)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지난 주 이 후보의 '경천투어' 호남 일정에 동행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재의 추세와 분위기를 감안하면 목포에서의 이 후보 지지세는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 경남 거제를 들른 이 후보가 목포에서는 김 전 대통령 관련 어떤 메시지를 전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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