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행불상수와 간염진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석 공격수'를 자처했다 도리어 망신만 당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공격수'를 자처했다 도리어 망신만 당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사진=연합뉴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에 걸쳐 진행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실상 '주진우 청문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부산 해운대갑)에게 국민적 비판이 쏟아졌다. 그간 무차별적으로 김 후보자를 향해 의혹을 제기했으나 막상 제대로 된 한방이 없었던데다 본인 일가 재산 형성 논란 등까지 터졌다.

20세에 불과한 주 의원의 아들이 7억이 넘는 예금액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도 논란거리였지만 그보다 더 큰 논란거리는 아마도 주 의원 본인의 병역사항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주 의원의 병역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첫날인 24일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화두가 됐다.

물론 원인을 제공한 쪽은 이재명 대통령과 김 후보자 모두 군에 복무한 적이 없다며 공세를 편 국민의힘이었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으로 일하던 시절 왼팔이 프레스기에 눌려 팔이 비틀어지는 장애를 얻어 병역을 면제받았고 김 후보자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탓에 병역이 면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이를 트집잡으며 공세를 편 것이다. 인사청문 대상도 아닌 이 대통령이 거론되자 민주당에서는 주 의원의 병역에 대해 지적했다. 여당 측 인청특위 위원인 박선원 의원(인천 부평을)은 “윤석열의 부동시, 그리고 어떤 분은 급성간염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며 “(김 후보자는) 3년 이상의 세월을 옥고를 치르면서 병역을 대신했다. 민주화운동으로 병역을 대신했다”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주 의원은 속담 그대로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사건의 불똥이 박 의원이 말한 것처럼 ‘급성간염으로 인한 병역 면제가 가능한가’로 튀었기 때문이다. 2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주 의원이 재검을 받은 1995년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보면, 급성간염으로는 면제를 받을 수 없고 재검 대상이 된다고 한다.

간염으로 인한 면제는 △12개월 이상 간기능 검사 결과 이상소견을 보이거나 △조직검사상 만성간염으로 확진되는 등 만성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병무청에 공개된 공직자 병역사항을 보면, 주 의원은 1994년 10월 첫 신체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해 이듬해 3월 검사를 다시 받았다.

재검에서는 간염을 이유로 사실상 면제에 해당하는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간염 환자가 3급 판정을 받으려면 건강보균자여야 하는 만큼, 5개월여 만에 간 기능 정상·무증상→만성간염으로 증상이 악화한 셈이 된다. 주 의원은 24일 청문회에서 “고등학교부터 (간염을) 앓아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 만안)이 입장문을 내어 “급성간염은 급성 또는 경과관찰이 필요한 경우 7급 재검 판정을 받는다. 다시 말해 면제가 아니고, 치료 후 재검을 통해 상태가 호전되면 현역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급성간염으로 인한 5급 면제 판정은 없다. 병역 비리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도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급성간염은 한두 달 치료하면 재검받아서 군대 가야 한다. 저거(주 의원의 사례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징병 신체검사에서 급성간염을 갖고 5급을 주진 못한다. 우리나라엔 간염 보균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간염 가지고 군대 빼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24일 올린 페이스북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 의원이 간염 환자에 치명적인 음주를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박 의원은 “주 의원 말대로 고등학교 때부터 간염을 앓아 왔고, 징병신체검사에서 5급 면제 판정을 받고, 지금도 치료를 받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술을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희한하게도 주 의원이 술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당장 징병 신체검사 기록과 현재 치료받고 있는 기록을 공개하라”며 “그렇더라도 급성간염이든, 만성간염이든, 의혹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진우 의원의 병역 문제가 더 큰 논란이 됐던 건 그간 국민의힘이 늘 '안보는 보수' 운운하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면서도 정작 소속 정치인들 중에 석연찮은 이유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 정치인들의 석연찮은 병역 미필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이른바 '보온병 포탄'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안상수 전 창원시장의 경우 장기간 행방불명된 탓에 병역이 면제되며 '행불상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이명박 씨 또한 기관지 확장증으로 병역이 면제됐고 황교안 전 총리는 담마진이란 두드러기 증상이 있다고 병역이 면제됐다.

이런 보수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부실한 병역 이행 실태에 대해 일찍이 송영길 전 의원은 2017년 19대 대선 유세 당시 "우리나라의 장관과 총리들은 군대 갈 때만 되면 등신이 돼서 군대를 가지 못하다가 장관과 총리만 시키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특이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다"고 꼬집은 바 있다.

송 전 의원의 이같은 지적은 전혀 틀린 것이 없다. 한 예로 부동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던 윤석열은 취미가 당구이며 무려 500을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부동시가 아닌데도 당구를 못 치는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양안 시력 차가 심하면 거리 조정에 애로점이 생기기에 당구를 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인데 석연찮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군대 문턱도 안 가본 양반이 대통령이 돼서는 입만 열면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처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오히려 안보를 불안에 빠뜨렸으며 급기야는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안보는 보수'라고 떠들었으면서 정작 병역 의무는 부실하게 이행했고 면제를 받은 사유도 뭔가 석연찮은 사유로 면제를 받았으니 더욱 큰 비판을 받는 것이다. 차라리 요란하게 안보팔이를 안 했다면 욕은 덜 먹었겠지만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80년을 색깔론과 종북몰이로 연명해 온 집단이니 그걸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 정치 속어로 치킨 호크(Chicken Hawk)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매 흉내를 내는 닭'이라는 뜻인데 냉전 시절 소련을 비롯한 공산 진영을 상대로 강경하게 전쟁 불사를 외쳤던 공화당 출신 정치인들인 매파와 온건한 성향을 드러냈던 민주당 출신 비둘기파 간 대립에서 촉발됐다.

그런데 비둘기파 정치인들 대다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용사들이었던 반면 매파 정치인들 대다수는 병역 미필이었던 경우가 많아 비둘기파 정치인들이 '겁쟁이 매파'라는 뜻으로 치킨 호크라 부른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민의힘 정치인들 태반이 치킨 호크나 다름 없었고 윤석열 정부는 치킨 호크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국가 안보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정부였다.

이제 다시는 치킨 호크들이 날뛰는 세상을 만들어선 안 된다. 미국도 다시 치킨 호크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또 다시 중동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지 않던가? 일찍이 네덜란드 철학자 에라스무스가 지적한대로 전쟁이란 겪어보지 않은 자에게나 달콤한 법이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안보팔이 행태에 더 이상 속는 일이 없도록 국민 스스로가 뚜렷한 주관을 가져야 하고 언론 또한 안보팔이 행태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치킨 호크들은 안보관이 투철한 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자들일 뿐이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창간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굿모닝충청. R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