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과거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행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총장 재임 시절, 학생과 시민사회가 주도한 소녀상 건립을 사실상 외면하고 방해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면서, 충남대 내부 구성원들과 지역 시민사회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상징을 부정한 인물이 교육 수장으로 적절한가”라며 강한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지난 2017년 총학생회 주축으로 시작됐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찬성률 95.6%로 설치안이 통과됐고, 3700여 명의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학생 자치와 시민사회가 함께한 이 운동은 전국 국립대 최초의 학내 소녀상 건립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띠었지만, 학교 당국은 '국제교류 악영향'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고, 2019년 오덕성 전 총장은 조형물 설치 자체를 제한하는 학내 규정을 신설해 설치를 사실상 차단했다.
같은해 취임한 이진숙 총장을 두고 당시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전임자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학교 측은 소녀상 설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수년간 허가 여부를 미뤘고, 개교 70주년 기념사업과 연계해 논의하자며 시간을 끌다 끝내 설치를 무산시켰다.
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무처장이자 당시 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이지영 활동가는 <굿모닝충청>과의 통화에서 “학교 측은 공식적인 협의에 응하지 않았고, 공문을 통해 법적 책임을 거론하며 학생들을 위축시켰다. 추진위가 해체될 위기까지 몰렸지만 끝내 몇 명의 학생이 끝까지 지켜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왜 소녀상 설치가 단순한 조형물 이상의 의미를 지녔는지 설명하며, 그 상징성과 교육적 가치를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되새겼다.
이 활동가는 “소녀상은 단지 하나의 조형물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피해의 기억을 되새기고 일본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역사 교육의 상징이자 출발점”이라며 “충남대 소녀상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학생들이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자문하고 행동으로 옮긴 공동체적 실천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충남대 민주동문회장이었던 주정봉씨도 1일 SNS를 통해 “이진숙 총장은 조형물 규정을 핑계 삼아 학생처장을 내세워 소녀상 추진 학생들에게 학점과 취업 불이익을 암시하며 외압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2년 8월 15일, 시민들과 동문들이 야간 기습 설치에 나서자 학교는 철거 공문으로 응답했다”고 지적했다.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학생들과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에도 이진숙 총장은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상 외면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의 상징이 되어야 할 대학에서조차 외부 권력 눈치를 본 것은 총장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충남대 내부 구성원들과 지역 시민사회는 “소녀상 하나조차 세우지 못하게 한 인사가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국민주권 시대에 대한 심각한 역행”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 학내 관계자는 “이 총장은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번 지명은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개혁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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