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조기 대선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도 벌써 50일이 다 돼간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만큼 한동안 윤석열 정부 인사들과 함께 하는 '동거 정부'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 역시도 각 부처마다 하나둘씩 신임 장관들이 임명되며 빠른 속도로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 다시 인사 관련 문제가 터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관련 문제 중 그 첫 번째는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오광수였다. 이 건의 경우 본인이 임명 닷새 만에 자진 사퇴해 그나마 조기에 수습이 됐다. 그리고 두 번째는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숙이었다고 본다. 이 건 역시 대통령실이 나서서 지명을 철회함으로서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2건보다 더 심각한 것이 최근에 터졌다.
바로 국민통합비서관으로 임명된 강준욱이었다. 그가 올해 3월 발표한 책인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를 옹호하는 망언을 한 사실과 한 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을 가리켜 '빨갱이'라고 매도한 사실이 지난 20일 한겨레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이에 강준욱 비서관이 급히 입장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논란은 사그러들기는커녕 도리어 더 커져갔다.
21일 한겨레 단독 보도를 보면 그가 과거 페이스북에 뉴라이트 역사관인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며 일제의 강제 징용 등을 부정한 것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나이 들어 헛것이 보인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보일게 안보이는 건 이죄명 지옥보내기에 대한 마음 속 열망이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망에 오류를 만든 건지 모르겠다"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저질스러운 망언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강준욱을 내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21일 오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강 비서관의 저서 내용을 대통령실이 알고 임명했는지", "향후 어떤 조치가 있을지" 등을 묻는 질문에 "보수계 인사의 추천이 있었다"면서 "과거에 다른 생각을 했던 부분이 논란이 됐을지언정 현재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사죄하고 있고, 국민통합이라는 사명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사죄했고 누구에게 현재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는가? 아무리 탕평이 중요하고 실용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사람이란 절대 자신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도리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왜, 무엇 때문에 또 누구 덕에 탄생할 수 있었는가? 바로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로 인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된 조기 대선으로 인해 탄생된 것이다.
지난 겨울 국민들이 '빛의 혁명'을 통해 윤석열을 내쫓고 이재명 대통령을 뽑아준 것은 확실하게 윤석열 내란 세력 잔당들을 토벌하고 민주주의의 참뜻을 되새기라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국민을 통합시켜야 할 임무를 맡은 '국민통합비서관'에 윤석열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당시 야당을 향해 온갖 입에 담지도 못할 망언을 내뱉은 자를 앉히는 것이 도리인가?
대통령실이 밝힌 '보수계 인사'는 정규재 씨가 자신이 추천했다고 실토하면서 대강 윤곽이 드러났다. 윤석열의 내란 이후 정규재 씨가 최근 들어 퍽 옳은 말을 하기도 하고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을 주장한 것도 있으니 그가 추천한 바를 귀담아 들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인사를 등용할 때엔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반드시 최종적으로 검증을 해야 한다.
아무리 추천을 해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현 정부와 결이 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또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등용해선 안 된다. 유능하나 정부의 뜻과 반하는 인물이라면 그는 필연적으로 '반골(反骨)'이 돼 양봉음위(陽奉陰違), 면종복배(面從腹背)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즉, 가장 위험한 적을 내부에서 길러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반드시 거울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렇게 높았음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것은 요약하자면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가 부동산 정책 실패, 둘째가 이낙연계의 패악질로 인한 민주당의 내부 분열이었고 셋째가 인사 실패였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 실패였다.
문재인 정부 인사의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단연 이낙연과 윤석열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낙연의 경우는 어느 정도 어쩔 수 없었던 현실도 있었다. 본래 이낙연은 동교동계이자 손학규계 인사로 친노 인사가 아니었고 친문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가 이끈 국민의당이 '참여정부의 호남홀대론'으로 호남 의석을 쓸어가면서 그를 불식시키기 위해 호남 껴안기를 할 목적으로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낙연을 총리로 발탁한 것이다. 즉, 어느 정도는 '울며 겨자먹기'에 가깝게 이뤄진 인사였던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낙연이 자신의 추한 노욕으로 당을 내분에 빠뜨려 대선 패배 및 정권 재창출 실패를 초래했다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여소야대로 시작한 정부였고 본래 민주당의 텃밭이 호남이었기에 그걸 되찾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의 경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윤석열이 처음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척 했다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임명되자마자 반골의 싹을 드러내며 수사권을 무기로 망나니처럼 칼춤을 추는 동안에도 그를 방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불가능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가장 위험한 적을 안에서 기른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에서 강준욱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선 내란 종식을 목표로 출범한 정부에 내란 옹호 인사가 들어서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 모두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를 목도한 경험이 있어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매우 크다.
대통령실이 내란 옹호 전력이 있는 강준욱을 기어이 안고 간다면 이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과 배신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다. "과거에 다른 생각을 했던 부분이 논란이 됐을지언정 현재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사죄하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친일파들이 일본을 향해 하는 말과 똑같다.
친일파들이 매번 일본을 감싸고 도는 이유가 일본이 1965년 한일 수교 당시 독립축하금과 경제개발기금 명목으로 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일본은 충분히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했다"고 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 일본이 지금까지 식민통치에 대해 진정으로 사죄를 한 것이 무엇이었고 배상을 한 것이 무엇이었나?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대통령실은 이런 친일파들이 일본을 감쌀 때 쓰는 논리를 끌어다 내란 옹호 인사를 감싸고 도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강준욱이란 인물이 얼마나 능력이 출중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싸고 도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국민들이 느끼게 될 실망감과 배신감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혀 고려가 없는 것인가?
정녕 대통령실이 강준욱을 해임할 의사가 없다면 강준욱 스스로가 자신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 본인 못지 않게 논란에 휘말렸던 오광수 역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이유로 임명 닷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본인 또한 마땅히 스스로 거취를 정하고 임명권자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사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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