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검찰개혁 1년 유예기간, 진짜 개혁으로

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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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변호사] 2025년 9월 26일, 대한민국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78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거대한 권력기관의 해체는 분명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는 ‘검찰 공화국’의 종식을 선언하고,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려는 국민적 열망의 결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환호의 순간을 넘어,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청 폐지는 개혁의 시작일 뿐, 완성은 아니다. 껍데기를 바꿨다고 해서 그 안의 오랜 병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소프트웨어 개혁 없이는 '환생한 괴물'을 마주할 뿐

우리는 1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새로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조직의 외형만 바꾼 채 과거의 폐습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는 곧 '환생한 괴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괴물은 다른 이름과 다른 옷을 입고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과거의 권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개혁은 하드웨어(조직)가 아닌 소프트웨어(제도)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첫째, 영장청구독점권 정상화는 필수다.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의 본래 취지는 무분별한 강제 수사를 막는 영장주의의 정신이다. 이는 검사에게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배타적 권한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다. 모든 수사기관이 직접 영장을 신청하고, 법관이 이를 공정하게 심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책임수사를 강화하고, 수사기관 간 불필요한 종속 관계를 끊어내는 핵심 조치다.

둘째, '검사동일체'라는 위헌적 독소 조항을 뿌리 뽑아야 한다.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는 제왕적 총장을 만들고 정치적 외압에 취약하게 만든다. 검사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행정공무원으로서 자신의 권한에 책임을 지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권한 배분의 원칙과 책임 행정의 원리를 훼손하는 검찰청법의 관련 조항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

셋째, 파면제도를 정상화하여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검사에게만 과도한 신분 보장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반한다. 고위직 검사는 탄핵 제도를 유지하되, 일반직 검사는 중대한 비위 시 징계 파면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강한 권한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는 '비례의 원칙'을 사법 시스템에 구현하는 것이다.

넷째, '법왜곡죄'를 신설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사실을 조작하고 법을 왜곡해도 처벌할 수 있는 직접적인 형사 규정이 부재하다는 것은 우리 사법 체계의 치명적인 구멍이다. 이는 표적 수사와 봐주기 기소의 악순환을 가능하게 했다. 법왜곡죄의 도입은 검찰뿐 아니라 모든 형사사법 절차 관여자의 권한 남용을 근본적으로 막는 획기적인 장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두 공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폐쇄적인 형사사법 절차는 밀실 행정과 전관예우의 온상이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적 통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사 및 기소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불기소 이유서를 상세히 공개하고, 법관의 영장 심사 과정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지금은 역사적 과업의 순간

우리는 지금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의(正義)의 토대를 다시 세우는 역사적 과업의 순간에 서 있다. 1년의 유예 기간은 이 위대한 건축물의 설계도를 완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과거의 망령이 다시 활개 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게 될 것이다. 개혁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철저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는 이 작업을 빈틈없이 완수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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