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이제 검찰이란 조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같은 결과가 탄생한 것엔 소위 '검찰 공화국'이라 불린 윤석열 정부 시절 정치 검찰들의 만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검찰 공화국'을 탄생시킨 또 하나의 주범에 대해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29일 밤 MBC가 '검찰 공화국' 탄생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2가지를 단독 보도로 알린 바 있다. 하나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프로스' 게시글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기성 언론들이었다.
작년 7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당시 대표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에 착수했을 당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민주당을 비난하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며칠 사이 송경호 당시 부산고검장 등 10명의 실명 게시글이 올라왔고 이 글들 대부분은 언론에 소개됐다. 이에 당시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이 지난 5년간 언론에 보도된 이프로스 실명 게시글 372건을 찾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나 2022년 검수완박 수사권 조정 시기에 크게 증가했고, 검찰청이 폐지된 올해도 65건에 달했다.
내부망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언론에 건네주지 않으면 보도가 불가능한데, 내용은 절반(137개) 가까이가 '검찰 개혁'을 비판하는 내용이었고, 각종 검찰 관련 정부 정책과 기조에 대한 비판이 그 뒤를 이었다. 이같은 행태는 당연히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MBC는 친윤 사단으로 분류되는 정희도 전 검사장(16회)이나 강백신 검사(13회) 등이 가장 많이 인용된 검사에 이름을 올렸고, 최근엔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이 된 임은정 동부지검 검사장의 글도 세 차례 보도됐다고 전했다.
법무부 역시도 실명으로 '이프로스' 글을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정치적 중립 의무 등을 위반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이프로스 관리위원회'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법무부가 검사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감찰을 게을리 한 사이에 윤석열 정치 검찰들의 준동은 더욱 심해졌고 기성 언론들 역시 이같은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도리어 이들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며 여론지형을 한쪽으로 틀어버리는데 앞장섰다.
한 예시로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등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했던 지난 2020년 11월, 대전지검 형사부장이던 이복현 검사는 이프로스에 "추 장관의 감찰과 수사는 별건이어서 불법이다", "법무부 참모들은 바보천치냐"고 적었다.
대표적 '친윤 사단'인 이복현 검사는 이 무렵 윤석열 총장 징계 반대 글과 문재인 정부 비판 글을 이프로스에 집중적으로 올렸고 이는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 역시도 엄연히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었음에도 이를 비판한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문제의 이복현 검사는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금융감독원장으로 영전했다.
MBC는 윤 전 총장이 중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검찰 수장의 정치 행보를 우려하는 이프로스 글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반면, 비슷한 시기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하는 글은 무려 80건이나 이프로스에 올라왔으며 이것들도 거의 실시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고 전했다.
특히 강백신 당시 동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을 "이완용의 을사늑약"에 비유했는데, 그는 최근 관봉권 띠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다음 날인 23일에도 "정치적 목적의 여론 몰아가기였다"는 글을 이프로스에 올리는 등 연일 민주당과 날을 세우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는 안중근 의사 재판을 거론하며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현직 검사장이었던 이영림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글이 이프로스에 게재돼 논란이 됐고,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하는 국민이 40% 이상"이라는 글이 현직 부장검사 이름으로 올라와 부정선거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작년 검찰이 휴대전화까지 빼앗긴 채 김건희 씨를 출장조사 했을 때는 내부 자성보다는 검사 탄핵에 대한 비판 글이 16건이나 이프로스에 올라오기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야권 정치인들의 입을 빌어 친 검찰 여론이 확산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또 MBC는 지난 5년간 이프로스 게시글 실명 보도 372건 대부분이 게시된 당일이나 다음 날 보도된 가운데, 같은 기간 허위보도라거나 오보라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나 조정 신청이 접수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도 했다.
다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5년 간의 언론 보도를 복기해 보면 이프로스 관련 기사는 수도 없이 쏟아졌고 대다수 언론들은 마치 이들의 주장이 정당한 '항변'인 양 기계적으로 보도하며 윤석열 정치 검찰이 정치 탄압의 희생양인 것처럼 호도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검사는 엄연히 공무원 신분이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은 행정부의 외청에 불과한 기관이다. 통계청의 어느 공무원이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기사나 기상청의 어느 공무원이 정부를 비판했다는 기사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검사들의 정부 비난 글은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윤석열 검찰 공화국의 탄생으로 언론 자유도와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종당에는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켜 아예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시도했다. 소위 친윤 검사들을 '정치 검찰'이라 부르는 이유는 저렇게 자기 구미에 안 맞는 정권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채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자기 구미에 맞는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밥먹듯이 자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검찰 공화국의 탄생에 언론의 책임이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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