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단] 검찰청폐지: 섣부른 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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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시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지난 9월 22일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렸다. 상당수의 검사들을 포함한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청문회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몇 몇 검사들의 태도가 문제가 되어 공분을 일게 만들었다. 

특히 국민의힘 국회의원 측의 요청으로 검찰 해체에 따른 국민의 폐해와 부작용, 그리고 검찰해체의 위헌성에 관련한 증언을 위해 출석한 박상용 검사와, 법제사법위원장의 요청으로 관봉권 띠지 유실 관련의 증인으로 출석한 최재현 검사의 발언내용과 태도는 이들이 검찰만용의 끝판왕을 장식하는 자들이라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하였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마치 ‘당랑거철(螳螂車轍)’과 같은 만용을 부리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검찰청이 폐지될 위기에 있다는 것을 익히 알았을 이들의 이날 답변태도는 마치 ‘당랑거철’과 같은 만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9월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9월 26일 통과한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공소제기 및 유지 역할만을 담당하는 ‘공소청’과 그동안 검찰이 담당하여 왔던 중대범죄의 수사를 전담하게 될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된다. 이들 2기관이 신설됨에 따라 그동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여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여 왔던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 9월부터 시행되기는 하지만 검찰청 폐지가 공식화됨으로서 새로운 기관의 신설과 역할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다소의 혼란과 불확실성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를 바꾸어 새로운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에 따른 부작용과 불편함은 우리 공동체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새로운 제도의 정착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과 불편함이 두려워 개혁을 회피한다면 보다 나은 공동체로의 이행은 불가능하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의 신설은 거대한 제도적 전환이다. 당연히 초기에는 사건 처리의 혼란, 조직 간 충돌, 국민이 체감하는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청 폐지와 이를 대체하는 2기관의 신설은 “섣부른 개혁”이라고 비판하면서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를 막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숙고해보면 이것이 결코 섣부른 개혁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검찰은 지난 70여 년간 한국사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이는 검찰이 법 집행의 전 과정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까지 낳게 되었다. 

검찰의 집중된 권한은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정의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정치적 편향 수사, 선택적 기소, 권력과의 유착이라는 불신의 그림자를 남겼다. 정치적 편향 수사와 선택적 기소, 권력과의 유착은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이 집권하면서 더욱 더 노골화되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불가능의 상태로 추락시켰던 것이다. 

문제는 제도적 구조에만 있지 않다. 검찰 구성원인 검사들에게 부여된 특별한 지위와 특혜 역시 이 괴물 같은 권력을 키운 토양이었다. 과거 사법시험을 통해 임용된 검사의 경우, 초임부터 일반직 3급 상당의 대우를 받게 됨으로서 검사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엘리트 관료’로 규정되었고, 이는 곧 권위적 태도와 자기 우월적 의식을 낳게 하였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는 제도적 구조와 구성원의 의식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오늘날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괴물기관’에 비견되는 불신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이제 역사의 흐름은 검찰의 특권적 지위를 더는 허락하지 않게 되었다. 검찰개혁은 어느 한 정권의 슬로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국민적 요구이자 민주주의의 진전이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되는 결정은 상징적 분수령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도설계의 미비, 권한의 충돌, 위헌적 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개혁이란 언제나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방향이 옳은가”이다. 우리 국민들은 검찰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이제 그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쯤에서 영화 ‘친구’의 한 대사가 머리를 스친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영화 속 대사처럼 검찰은 지난 수 십 년간 너무 많이 먹었다. 권한도, 특권도, 권위도, 이제는 국민이 더 이상 참아내기 어려울 만큼 많이 먹었다. 때로는 독자적으로 직접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때로는 특정한 정권과 유착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흔들 만큼 흔들어 놓았다. 

지금 검찰과 검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 앞에서 겸허히 고개를 숙이고 민주적 통제 속에서 새 역할을 찾아가는 자세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이 말은 영화 속 한 장면의 대사라기보다는 오늘의 검찰에게 보내는 국민적 경고이다. 오랫동안 누려온 과도한 권력과 특권을 이제 내려놓고 개혁을 받아들이라는 사회적 요구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의 제도에서 새로운 제도로의 이행은 불확실성과 불편함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의 진보는 언제나 불확실성과 불편함을 감내하는 사회적 용기에서 비롯되었다. 민주화 과정이 그랬고, 금융위기 이후 제도 개편이 그랬다. 검찰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의 혼란은 피할 수 없지만 그 불편을 넘어설 때, 제도는 성숙하고 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물론 불편을 무조건 미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도의 시행착오가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과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편을 이유로 개혁을 미루는 것은 결국 현상유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현상유지는 곧 구제도의 특권과 폐해를 영속시키는 또 다른 선택이다. “불편을 감내하는 사회가 진보하는 사회”라는 말은 검찰개혁에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혁의 속도를 늦추는 신중론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관리하면서도 용기 있게 나아가려는 집단적 결단이다. 

이시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이시원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9월 26일 정부조직법의 개정으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여 기존 검찰청의 권한을 분리한 조치는 섣부른 개혁이 아니라 용기 있게 나아가려는 집단적 결단의 증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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