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노루벌 국가정원 도전 환영, 그러나…
[김선미의 세상읽기] 노루벌 국가정원 도전 환영, 그러나…
‘생태학적 개발’은 형용모순, 우려스런 보문산의 인공적인 개발
복원 불가능한 생태계 파괴는 발전과 성장이 아닌 도시의 퇴보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3.02.06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에서 태어났음에도 십수 년 전에야 비로소 처음 본 노루벌은 놀라웠다. (조감도: 대전시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대전에서 태어났음에도 십수 년 전에야 비로소 처음 본 노루벌은 놀라웠다. (조감도: 대전시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대전에서 태어났음에도 십수 년 전에야 비로소 처음 본 노루벌은 놀라웠다. 

물길이 휘돌아 원형으로 감기며 흐르는 강-내 눈에는 하천이 아닌 강이었다-이 신기루처럼 내 앞에 있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물길이 휘돌아 원형으로 감기는 강, 꾸미지 않은 자연이 주는 감동

규모는 하회마을보다 작았으나 모래밭과 너른 벌판, 사람 손길이 덜 닿은 숲과 강이 어우러져 펼쳐내는 꾸미지 않은 자연, 노루벌의 고즈넉한 풍경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고 신기해했던 반딧불이를 다시 본 것도 노루벌에서였다. 갑천이 흐르는 노루벌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는 이들만 알던 노루벌은 근래 대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며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노루벌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흐뭇한 일이지만 꾸미지 않은 자연과 고즈넉함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반딧불이 반짝이는 노루벌은 풍광도 아름답지만 뛰어난 생태의 보고 

연초 대전시는 노루벌 일대를 국가정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전히 대규모 개발, 건설 등 토건 사업에 방점이 찍히고 있는 터에 생태적 가치가 강조되는 정원 조성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국가정원 지정에 도전한다니 두 손 들어 격하게 환영할 일이다. 

대전시가 국가정원 지정에 도전할 수 있는 것도 노루벌이 안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자연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시는 갑천 상류 일대 123만 ㎡(약 37만 평)에 이르는 노루벌에 반딧불이 서식정원 등 6개의 주제가 있는 정원을 조성해 국가정원 지정 요건을 갖출 계획이다. 

국가정원 도전이라니...두 손 들어 격하게 환영, 그럼에도 갖게 되는 우려

뿐만 아니라 대덕구 계족산에는 자연휴양림을 조성한다. 면적만 200만㎡에 육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중구 호동근린공원 일원에는 44만평 규모의 ‘대전 제2수목원(가칭)’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전의 자연생태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 같은 계획들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대전은 수년 내에 명실상부한 생태도시에 한걸음 성큼 다가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외피에는 자연생태 보존과 활용을 입혔지만 생태와 환경보호는 최소한으로 하고 이를 빙자한 대규모 구조물 설치와 시설 건설로 또 하나의 토건 중심의 개발사업이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외피는 자연상태 보존과 활용, 실상은 또 다른 개발사업 안 되어야 

대규모 개발사업만큼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이 드물기에 대다수 단체장들은 개발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개발에는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토건 세력과 개발업체들의 부추김도 한몫을 한다. 

곳곳에서 개발과 보존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전의 대표 산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중구 보문산 역시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역대 대전시장마다 보문산 관광개발 계획을 쏟아냈다. 개발안은 대동소이했으나 보문산이 갖는 상징성이나 생태보호는 늘 뒷전이었다. 

역대 대전시장들 보문산 개발 추진, 대표산의 상징성 생태보호는 뒷전

관광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인공적인 놀거리 볼거리 숙박시설 건설이 주를 이뤘다. 보문산의 테마파크화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모노레일, 케이블카 등 이동수단 설치와 고층 타워 건설을 추진, 생태계 보호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장우 시장의 보문산 개발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케일로 보면 역대급이다. 

민선7기 때 결정된 60m 높이의 목조전망대와는 별개로 보문산 최정상 부위에 150m에 이르는 초고층 타워 건설을 천명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장우 시장 역대급 개발계획, 산 정상에 150m 고층타워 강력 추진

초고층 타워는 인공위성 형상으로 설계하고, 케이블카는 우주선 형태로 설치해 과학도시와 우주산업 클러스터로서의 상징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고층 타워 건설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하고 확고해 비난과 반대 여론쯤은 가볍게 무시한 채 거침없이 밀어붙일 태세다. 

환경 훼손과 관련 일부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환경복원을 최대화해 개발하겠다고 답했다. 이른바 ‘생태학적 개발’이다. 

하지만 이는 ‘동그란 네모’ 만큼이나 형용모순이다. ‘생태학적 복원’이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국가정원, 휴양림 빛 발하기 위해서는 도심의 자연도 함께 숨쉬어야

도시 외곽의 국가정원, 대단위 휴양림 조성이 빛을 발하며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도심의 숲도 함께 살아 숨 쉬도록 해야 한다. 

사진= 김선미 언론인
사진= 김선미 언론인

물론 개발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고 당연히 개발도 필요하다. 하지만 생태적 가치가 큰 곳마저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파헤치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지 않는다. 

이는 보문산, 월평공원, 갑천 등 대전 도심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자원과 미래가치를 방치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인간과 공존하는 자연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자산일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자산이기도 하다. 당장의 이익에 매몰돼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일은 발전과 성장이 아닌 도시의 퇴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