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17%p 차 완패로 끝난 후 국민의힘이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시 분당구 갑)과 이준석 전 대표가 서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는 추태를 부려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를 제명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이준석 전 대표는 그런 안철수 의원을 조롱하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일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총질 이준석을 제명하고, 합리적인 세력과의 확장정치를 해야합니다〉는 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안 의원은 해당 글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 패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내년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서 두 가지의 혁신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고 했다.
그가 내건 두 가지의 혁신 과제는 첫 번째로 그동안 오직 소속된 당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비판해온 정치인을 다시 징계하여 당의 내부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정치인들과 20, 30 청년정치인들, 그리고 명망 있는 신진 정치인들을 등용시키고, 나아가 비명계 등까지도 포용하는 확장정치로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온 말이 바로 ‘이준석 제명’이었다. 안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를 가리켜 “당이 옳은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쓴소리를 하는 정치인과 본인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당을 비판하는 정치인은 구분해야 합니다.”고 하며 당 윤리위에 강서구 선거에서 이준석이 저지른 해당 행위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 의원 본인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당시 대부분 사람들이 선거 판세가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그가 마치 외부인인 양 행세하며 비판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안철수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를 거론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가 나온다. 안 의원은 “심지어 그는 10월 10일 이른 아침 모 라디오방송에 출현해서, 10월 9일 저녁 강서구 지원 유세에서 안철수 의원이 ‘XX하고 자빠졌죠’라며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막말로 비판해 선거를 망쳤다며, 선거 패배의 책임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다음으로 크다고 말했습니다.”고 했다.
즉, 이준석 전 대표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철수 의원이 지원 유세 도중 “지랄하고 자빠졌죠?”라고 한 것을 콕 집어 비판한 것에 기분이 상했다는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사건의 진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시민 한 사람이 본인을 향해 “지랄하고 자빠졌네, 개새끼가.”라고 욕설을 퍼붓자 유머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뜻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동영상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그렇지만 인터넷에서는 한 시민이 말한 ‘XX하고 자빠졌네, XX끼’라는 저질 막말 부분만 삭제하고 제가 유머로 말했던 부분만 악의적으로 편집한 편집본을 돌리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이 통상적인 수법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정작 가짜뉴스 1보를 생산한 것은 이준석이었습니다.”고 비난했다.
안철수 의원은 “내부 총질로 연명하며 청년들에게 아무런 귀감이 되지 않는 이준석은 이제 제명되어야 합니다.”고 외치며 “저는 현재 징계상태인 이준석 제명을 위해 당 윤리위에 제소하겠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인재 영입과 확장정치를 통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이번 패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고 글을 마쳤다.

안철수 의원의 이 글을 본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공유하며 “말도 안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고 비꼬았다. 그리고 13일에는 본인 페이스북에 안철수 의원이야말로 방송에 나가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제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무슨 세번째 패배책임으로 본인을 지목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상한 주장을 하는데,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청취자들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하면 누구 책임인지 문자나 유튜브 댓글로 의견달라고 하면서 본인이 보기 3번인 것을 "내가 세번째 책임이라고 이준석이 했다." 라는 걸 보면 한심합니다.”고 안철수 의원을 비난했다.
또 이준석 전 대표는 안철수 의원을 향해 “어제 더라이브에서 말해 줬는데도 저러는 걸 보면 이제 지성의 문제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고 비난하며 “아니면 자기가 틀린 말을 한 것을 인지하고도 "내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어" 라고 아집 부리면서 끝까지 밀어 붙이는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간의 악연은 매우 오래되었다. 우선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구 병에서 서로 겨뤘던 사이였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새누리당이 분당되고 국민의당 역시 이합집산을 거쳐 바른미래당으로 재편되며 한 식구가 되었는데 그 때도 서울 노원구 병 재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다퉜다.
이렇게 맺어진 두 사람 간 악연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오직 ‘정권교체’라는 뜻 하나만으로 오월동주(吳越同舟)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간 진흙탕 싸움의 원인은 바로 오랫동안 얽힌 악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월동주란 본래 원수지간이었던 오나라와 월나라가 공동의 목적이 생겼을 때 잠시 힘을 합친 것인만큼 공동의 목적이 없어진 이상 다시 싸움이 발생하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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