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정부 장관들이 여의도 복귀를 위해 몸풀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을에 출마를 검토 중이란 소식이 들렸다. 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또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출마를 검토 중이란 소식이 들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대구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라 한다. 아마도 원 지역구가 달성군인만큼 그곳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채널A 보도에 따르면 박민식 장관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본래 그는 부산광역시 북구․강서구 갑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는데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에게 2연패를 당했다. 채널A는 박 장관 측 핵심 관계자란 사람의 전언을 인용해 "다음 달 개각 이후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직자 재산관보를 보면 그는 본인 명의와 부인 명의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각각 아파트가 1채씩 있고 또 정자동에도 각각 아파트 1채씩 총 4채를 갖고 있다고 신고되어 있다. 이 중 야탑동은 성남시 분당구 갑에 속하고 정자동은 성남시 분당구 을에 속한다. 갑구가 현재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지역구이고 을구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지역구란 점을 보면 성남시 분당구 을 출마가 유력해 보인다.
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을에 출마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채널A는 최근 원 장관이 "이번 총선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당에서는 원 장관 출마 후보지로 경기 고양이나 수원, 서울 종로 등도 검토 중이지만, 원 장관 주변에서는 "지난 대선 대장동 일타 강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앞세워 이 대표와의 정면승부를 하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인천 계양구 을은 호남 출신 이주자들이 많은데다 송영길 전 의원의 영향력까지 더해져 인천에서도 가장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역으로 말하면 보수 정당 입장에선 험지를 넘어 사지(死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보수 정당이 인천 계양구 을 입성에 성공한 것은 송영길 전 의원이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을 때 단 1번 뿐이었다.
그런데 원희룡 장관의 인천 계양구 을 출마에 대해선 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YTN '뉴스앤이슈'서 "'원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잡으러 계양에 간다', 이 얘기는 '카더라'식 주장인 것 같은데,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 크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익명에 근거한 주장들이 나오게 되는 건데, 원 장관이 '그만큼 험지에 가서 뛸 의지가 있다' 정도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며 "인천 계양 을은 이 대표가 연고도 없고 명분도 없는 상태다. 그런데 구태여 국민의힘의 핵심적인 인사들이 '나는 이 대표를 잡으러 가겠다'고 이 대표에게 명분을 줄 수 있을 만한 이런 출마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원) 장관께서 선택하셔야 할 문제겠지만 저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며 "자객 공천이라는 것이 뭔가 의미가 있고 해야 되는데 지금 원 장관 같은 경우에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나름대로 우리 당의 어떻게 보면 소중한 자산이시고 향후 또 대권주자이신데 저는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이 과연 옳은 건가에 대한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양 을로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수도권, 인천도 수도권이긴 하지만 서울이나 이런 경기도에 오셔서 국토부 장관으로서 신도시 문제도 관심 갖고 하셨고 이러한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 지역하고 연계해서 좀 지역구를 선택하는 것이 장관께도 명분이 있지 않나"고 덧붙였다.
반면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채널A '뉴스A 라이브'서 "원 장관처럼 중량감 있고 인지도 있는 인사가 선뜻 나서겠다고 하면 당 입장에서는 너무 고마운 일"이라며 "계양 을 지역이 김포공항과의 연계 문제든 교통 관련된 이슈가 상당히 많은 지역이다. 교통이나 부동산 문제 관련된 전문 역량을 갖춘 국토부 장관 출신의 출마를 또 반길 수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국민의힘에 합류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가장 어려운 지역 중의 하나인 계양 을에서 이 대표와 격전을 하시겠다고 하면 후배 장수들이 다 '감사하다 열심히 돕겠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희생, 선당후사하는 가장 좋은 사례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내년 초 개각을 앞두고 장관 출신 인사들의 몸풀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 국민의힘 입장에서 수도권 상황이 마냥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서 단 16석을 획득하는 것에 그쳤다. 거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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