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친윤 등 중진 험지 출마 제안에 대해 이 제안이 대통령의 뜻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초 정치 유튜버들 및 정보지들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었는데 정치권에서 최초로 나온 것이다. 혁신위가 촉발시킨 논란에 대해 김기현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실상 중진 의원들이 계속해서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윤핵관 및 영남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내지는 험지 출마를 주장했던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그런데 14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 갑)은 혁신위의 험지 출마 권고는 대통령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윤핵관' 해체 작업에 들어갔는데,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하고 의리를 지키지 않을까 생각이 됐는데 저는 대통령이 많이 머리가 아프실 것 같아요. 당내 다수 중론은 대통령 주문이다”고 주장했다. 사실 하태경 의원의 이 말은 오래 전부터 정보지 및 정치 유튜버들 사이에서 떠돌던 말이었다. 다름 아닌 하태경 의원 본인이 그 당사자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초 하태경 의원은 뜬금없이 서울 출마를 선언했는데 그 배경에 대해선 지난 21대 총선 때부터 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 갑을 노리고 있었던 석동현 변호사에게 밀려서 쫓겨났기 때문이란 설이 지배적이었다. 석동현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였다.
이미 이동형 씨 등 정치 유튜버들은 오래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것보다 자기 측근들을 국회에 더 많이 심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즉, 자신과 함께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검찰 출신 인사들과 또 대통령실이란 공간에서 함께 살을 부대끼고 살았던 참모들을 대거 국회에 심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안전하게 국회에 이식하기 위해선 양지에 내보내야지 험지에 내보내선 안 된다. 그리고 소위 윤핵관들과 3선 이상 중진들의 지역구를 살펴보면 대다수가 영남, 강원도 및 서울 강남3구와 경기도 분당신도시 그리고 경기도 외곽 농촌 지역 및 충청도 농어촌 지역 등이다.
그래서 이들을 ‘당을 위한 봉사’란 미명 하에 수도권 험지로 내쫓고 그 빈 자리에 검사 출신 인사들과 대통령실 참모를 심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그 작업을 대행할 인물이라는 것이 오래 전부터 나온 주장이었다. 그런데 하태경 의원이 그것이 사실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한편, 부산 건설 토호 정 모 씨와의 불륜 논란으로 인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구․영도구)은 "당이 죽든 말든 지역구 포기 못 한다는 게 가증스럽다, 알량한 정치 대대손손하라"며 장 의원을 직격했다. 혁신위 조기 해체론, 혁신대상 명단 공개론 등 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됐고 인요한 위원장이 반박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무슨 리스트인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선거대책을 맡고 있는 선거위원도 아니고. 그건 우리한테는 부적절한 행위이고‥”라고 기존 언론에 나온 보도 내용에 일부 반박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중진의 움직임 있을 거라고 100% 확신한다며 압박을 이어갔다.

하지만 불출마를 압박하는 혁신위의 조기해체설에 김기현 당 대표는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김기현 대표는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아마 하지 않아야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라고 혁신위에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도부는 일단 불출마 입장을 밝히기엔 시기가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혁신위도 12월 초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험지출마 혁신안이 던진 파장은 매일 또 다른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들과 대통령실 참모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국회에 심고 싶어하는데 정작 윤핵관 및 중진들은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자기 지역구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셈이다.
여론조사 꽃에서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영남 내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시 당선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을 때 ARS 자동응답조사든 전화면접 조사든 “당선 가능성이 없다”가 70%에 육박했다. 즉, 국민 대다수가 영남 지역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영남을 벗어나면 당선 가능성이 없는 ‘온실 속 화초’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그걸 본인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충청 지역 국민의힘 다선 의원인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도 19대 총선 때 서울 중구에 출마했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시 상당구)은 수도권은커녕 같은 청주시 안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강한 흥덕구로 옮겼는데도 21대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친박계 거물이었던 故 홍사덕 전 의원도 19대 총선 때 대구 서구에서 서울 종로구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으나 역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친이계 거물이었던 강재섭 전 의원의 경우 대구 서구에서 쭉 활동하다 2011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을에 출마해 낙선했고 강제 정계 은퇴를 당했다.
이런 전례들이 있기에 아무리 당을 위한 봉사라고 포장하고 대통령의 뜻이라 해도 영남 중진들 및 충청권 중진 의원들이 쉽사리 자기 지역구를 버리고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