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건 대통령실 일반 전화 02-800-7070에 대해 '국가기밀' 핑계를 대며 '철통방어'에 나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일 윤종군 원내대변인 브리핑으로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왜 국가기밀인지 밝히라고 응수했다.
국회 운영위에선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야권은 1년 전 외압 의혹의 정점에 선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당시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질의를 이어갔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대통령실 인사들은 대부분의 질문에 철벽을 세웠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서울 광진을)이 작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 후 02-800-7070이란 전화번호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에게 전화가 간 후 일사천리로 일처리가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누가 전화했기에 국방장관이 움직이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제가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02-800-7070이 국가기밀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서울 종로구)의 질의에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 사항이다. 아마 이 회의를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거다"며 국가기밀과 북한 핑계를 댔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제 번호가 아니다"며 "저희는 '4'자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 밖에 민주당 추미애 의원(경기 하남갑)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통령실 번호를 사용한 주체가 누군지 바로 (제출해주길) 요청해달라"고 요구했다. 고민정 의원은 특히 당시 회의 참석자와 내용이 담긴 자료 요청에 '요청하신 자료가 없음을 양해바란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 말이 맞다면 기록물 유실이다"라고 질타했다. 정진석 실장은 이에 "보안상 제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선으로 추정되는 이 번호는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을 풀 핵심 열쇠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알려진 작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끝날 무렵 해당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 왔고, 이 장관은 전화 직후 해병대원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영회 회의 내내 이어진 내선번호 논란은 챗GPT로도 번졌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오후 질의 시간에 "구글에 검색하면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번호가 16개가 뜬다"며 "챗GPT에 물어봤더니 '각 부서 전화번호는 다음과 같다'며 자료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02-800-7070은 그렇게 엄격하게 안보라고 하는데 다 뚫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보충질의 때 "챗GPT에 그대로 한 번 물어봤는데 무료로 사용하는 곳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나오고 유료로 검색을 하면 '전체 목록은 알려 드릴 수 없다'고 나온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02-800-7070은 어떤 번호인지 물었더니 대통령실 번호라고 나오는데 근거가 MBC 뉴스"라며 "대통령이 외압의 통로로 쓴 전화번호인양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진 답변에서 정 실장은 "온라인상에 02-800으로 시작하는 내선번호가 공개돼 있는 게 10여 개 있다"며 "국민제안 홈페이지, 조달청 홈페이지 같이 업무상 컨택(연락)이 필요한 번호만 일반인에게 공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나머지 번호는 일체 공개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내선번호 일체를 공개하라는 운영위 질문에 업무 특성상 공개하지 못한다고 답변이 이뤄진 바 있다"고 말하며 문재인 정부 핑계를 대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일 윤종군 원내대변인 명의로 '02-800-7070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왜 국가기밀입니까? 국민 앞에 명명백백 밝히십시오'란 제목의 논평을 내어 대통령실의 윤석열 대통령 심기 경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결사 엄호 행태에 대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도 바로 찾을 수 있는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국회에도 감춰야 할 국가기밀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또한 대통령실 직원들이 2년 넘게 명함에 적시한 전화번호를 국가기밀이라며 밝히길 부정하니 오만 상상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종섭 전 장관이 02-800-7070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39명의 대통령실·국방부 고위관계자 등이 265건의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고, 수사외압의 정황이 되는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전개되었다"고 강조하며 해당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은 의혹을 밝힐 핵심 열쇠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정말 떳떳하다면 대통령실 내 민원실이나 제3의 장소에서 02-800-7070 전화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국회의원들에게 열람시켜 주면 된다"며 대통령실에게 전화번호 주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과 양주 등이 ‘대통령기록물’로써 어떻게 보관되어 있는지도 열람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진석 비서실장을 향해 언제 열람이 가능할지 시급히 일정을 알려달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시키고 진실을 규명해 채수근 상병의 한을 풀겠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숨길수록 의혹은 커진다. 진실을 밝히고 제대로 평가받으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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