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염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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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주도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민주당 정청래, 박지원 의원을 향해 비난을 퍼부은 대한민국예비역장성단의 모습.(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5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주도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민주당 정청래, 박지원 의원을 향해 비난을 퍼부은 대한민국예비역장성단의 모습.(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렸던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증인 선서도 거부하며 답변 회피 등을 일삼았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이 와중에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소위 장성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을 향해 비난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지난 24일 오후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소속의 이양수 의원, 유용원 의원, 강선영 의원, 김건 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들은 청문회에서 쟁점 의혹에 대한 진상은 가려지지 않고 야당 의원들의 갑질성 막말과 조롱만 남았다고 비난하며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은 증인들의 답변 거부와 태도를 문제 삼아 ‘10분 퇴장’ 명령을 반복했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복도에서)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사실을 트집잡았다.

한기호 의원은 “민주당 독단으로 진행한 입법청문회를 보면서 민주당 정청래 위원장과 법사위원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는지 눈과 귀를 의심했다”며 “청문회에서 해병 순직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군인들을 불러 세워놓고 갑질, 막말, 협박, 조롱을 일삼은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위원장은 군대 갔다왔는가”라며 “의원 지위를 악용해 인권을 유린하고 개인의 권리를 묵살해도 되는가”라고 말했다.

또 한 의원은 “밤낮없이 24시간 안보의 최전선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며 헌신하는 국군 장병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군인을 인민재판 하듯 하대하고 면박 주는 데만 혈안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잔인하게 인권을 유린한 군인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며 남편이고 아버지”라고도 했다.

임성근 등이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이듯이 숨진 채수근 상병도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다. 또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 하자 해병대에서 왕따를 당한 채 상병의 직속 상관인 대대장 이용민 중령 또한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남편이고 아버지다.

그러나 숨진 해병을 위해 국민의힘이 한 것이 뭐가 있었나? 이용민 중령이 해병대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며 핍박을 받는 동안 국민의힘은 무엇을 했나? 채 상병 특검법이 본 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달려가 거부권 행사를 종용한 당이 누구였나? 뭘 잘 했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다음 날인 25일에도 한기호 의원은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을 이끌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들이 발표한 규탄 성명서를 살펴보면 민주당이 입법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현역 및 예비역 군인들에 대한 씻지 못할 과오를 범하였다”고 비난하며 “정청래, 박지원 의원이 군 장성을 조롱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한 행위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정청래 의원의 퇴장 명령과 박지원 의원의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는 발언을 두고 “前 국방장관과 현역 장성을 마치 유치원생 취급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국회의원이라 해서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며 조롱해도 되는가?”라고 비난했다.

또 그들은 해당 입법청문회에 대해 “우리 헌정 역사상 유례없는 비상식적이며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들고 군의 명예를 훼손하며 인권을 무시하고 군의 사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모든 군인들에 대한 모독이며, 그들의 희생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또 그들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지속적으로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특검법을 반대한다며 “이 사건은 인명손실을 초래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부주의한 안전사고였을 뿐 절대로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주장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따라 읊었다.

이에 대해서 든 필자의 생각은 누가 진정으로 군인들을 모독했으며 누가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했는가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인 임성근 사단장은 자신의 탄원서에다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며 군의 특수성을 반영해 달라고 변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규탄한 바 있었고 대한민국예비역장성단이 규탄한 바 있었는지 묻고싶다.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는 마인드로 가득찬 사람을 비호하는 당신들도 이번 사건의 공범이다.

폭우로 물이 불어난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중 작전을 지시해 구명조끼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한 채 장화만 신고 들어가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부주의한 안전사고’란 말이 나오고 ‘정쟁’이란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런 부하 목숨 알기를 파리 목숨으로 아는 사람들이 지휘관으로 있었으니 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 입법청문회는 잘못된 지휘관들로 인해 숨진 장병의 넋을 위로하며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군인들에 대한 모독’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정파니 좌우니 하는 것과 별개다. 애꿎은 청년 장병 하나가 부당한 작전 지시로 인해 숨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이 없었고 대통령실은 수사에 개입하면서까지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을 비호하고 나섰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비정상적인 행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 상병이 숨진 사건을 ‘부주의한 안전사고’라니. 그럼 채 상병이 숨진 것이 순전히 그의 자업자득이라도 된단 말인가? 임성근 사단장이 작전 투입만 안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이런 기가막힌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갈인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가 필자의 머릿속을 맴돈다. 그렇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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